장흥 갯장어, 득량만 여름바다의 제철 어획물

by 길가영
장흥 갯장어_26.02.01.png 장흥 갯장어


장흥의 여름 바다는 수온이 오르며 어종 구성이 달라지는 시기이다. 장흥 앞바다와 여다지해변 일대는 모래와 갯벌이 함께 형성된 연안으로, 여름철이면 갯장어가 어군을 이루어 접근하는 해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기에 잡히는 갯장어는 살이 두툼하고 지방이 적당히 올라, 장흥 지역의 주요 여름철 어획 대상이 된다.


갯장어는 몸체가 길고 가늘며 잔가시가 많은 어종이다. 제철에 어획된 갯장어는 열을 가했을 때 살이 쉽게 풀어지면서도 질감이 부드러운 특징을 보인다. 이러한 성질 때문에 남해안 일대에서는 오래전부터 여름철 식재료로 활용되어 왔다. 장흥에서도 갯장어는 특정 요리법 이전에 계절 어획물로 인식되어 왔으며, 무더위가 시작되는 시기와 맞물려 소비가 집중된다.


장흥 앞바다의 갯장어 어장은 득량만을 중심으로 형성된다. 득량만은 내만 형 바다로 수심이 완만하고 조류가 비교적 안정적인 해역이다. 갯장어는 이러한 연안 환경에서 산란기와 맞물려 연안으로 접근하며, 장흥에서는 여름철 어업 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갯장어 조업이 이루어진다. 갯장어는 장흥 바다의 계절 변화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 주는 어종 가운데 하나이다.


장흥에서 갯장어는 여름철 식탁의 중심 재료로 자리해 왔다. 잔가시가 많아 날것으로 먹기보다는 열을 가해 먹는 방식이 일반적이며, 얇게 칼집을 내어 조리하는 방식이 발달했다. 이러한 조리법은 갯장어의 구조적 특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장흥을 포함한 남해안 지역 전반에서 공유되는 식문화이다. 장흥 사람들에게 갯장어는 여름철에만 만날 수 있는 한시적 식재료이며, 계절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식탁에서 사라지는 음식이다.


이처럼 장흥의 갯장어 문화는 바다 환경과 어업 주기, 그리고 계절 식생활이 결합되어 형성된 것이다. 그러나 갯장어를 둘러싼 인식은 단순히 현대의 생활식에만 머물지 않는다. 기록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갯장어를 포함한 장어류와 남해안 해산물에 대한 인식은 조선시대 문헌에서도 확인된다.


조선시대 기록에서 장어류는 지역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등장하며, 주로 남해안과 하천 하구에서 생산되는 어종으로 인식되었다. 장어는 여름철에 어획되는 경우가 많았고, 보양 식재료로 취급되었다. 특히 남해안에서 생산되는 어류는 중앙으로 운송되거나 진상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으며, 이는 장흥을 포함한 전라도 연안 지역이 중요한 수산 공급지였음을 보여 준다.


장흥이 속한 전라도 해안은 조선시대부터 해산물 생산이 활발한 지역으로 기록된다. 실록과 각종 등록류에는 전라도 연안에서 생산되는 어류와 해산물이 왕실과 관청으로 봉진 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러한 기록은 특정 어종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 않더라도, 남해안 해산물이 국가 차원에서 관리되었음을 보여 주는 자료이다. 장흥의 갯장어 역시 이러한 해안 수산물 체계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조선시대 의서와 생활 기록에서는 여름철에 섭취하는 어류가 몸을 보하는 음식으로 인식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장어류는 기력을 보충하는 재료로 여겨졌고, 여름철 허약해진 몸을 다스리는 데 적합한 음식으로 소개된다. 이러한 인식은 오늘날 장흥에서 갯장어가 여름철 대표 식재료로 소비되는 흐름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결국 장흥의 갯장어는 특정 요리나 유행 음식이 아니라, 바다의 조건과 계절, 어업의 리듬 속에서 형성된 지역 식재료이다. 여름철 득량만 연안에서 어획되고, 잔가시라는 특성에 맞는 조리법으로 소비되며, 남해안 해산물에 대한 오랜 인식과 겹쳐 오늘의 장흥 갯장어 문화가 만들어진다.


장흥에서 갯장어를 먹는 일은 여름철 제철 어종을 소비하는 행위이자, 이 지역 바다의 계절성과 생활 방식을 함께 받아들이는 일이다. 그래서 장흥의 갯장어는 여름이 되면 다시 등장하고, 여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자취를 감추는, 계절에 충실한 음식으로 남아 있다.



참고문헌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 「갯장어」 항목.

장흥군청, 「장흥 여름철 수산물 소개(갯장어)」, 정남진 장흥 문화관광 홈페이지.

전라남도 장흥군, 「청정 갯벌 생태산업 특구 득량만」 관련 자료, 2017.

KBS, 『6시 내 고향』, 「전남 장흥 여름 별미 갯장어」 방영분.

SBS, 『생방송 투데이』, 「전남 남해안 갯장어 조업 현장」 관련 방송.

국립수산과학원, 「남해 연안 주요 어종 계절 분포」 자료.

국립생물자원관, 『해제로 보는 조선시대 생물자원』.

연합뉴스, 「남해안 여름철 갯장어 어획 본격화」 지역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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