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교 꼬막의 역사와 채취 문화 (2)
이렇게 채취된 벌교 꼬막이 상차림 위에서 문화로 구체화되는 과정은 조리법의 다양성 속에 잘 드러난다. 가장 기본적인 조리법은 소금물에 깨끗이 씻어낸 꼬막을 살짝 데쳐 내는 삶은 꼬막이다. 삶은 꼬막은 껍질을 한껏 벌리고 붉은 속살이 드러난 상태 그대로 상에 올리거나, 살만 발라 초장과 함께 내어 손님들이 직접 비벼 먹도록 내기도 한다.
꼬막을 삶는 시간은 매우 중요한데, 너무 오래 삶으면 질겨지고 너무 짧게 삶으면 익지 않아, 물이 끓기 시작한 후 정확히 몇 분을 세는 것이 집집마다 전해지는 비법이었다.
삶은 꼬막에서 한 걸음 나아가, 꼬막 살을 고추장 양념에 무친 꼬막회무침은 밥반찬이자 술안주로 사랑받아 왔다. 고추장에 다진 마늘, 참기름, 깨소금을 넣고 꼬막 살을 버무리면 꼬막의 쫄깃한 식감과 양념의 매콤함이 어우러져 독특한 맛을 낸다.
여기에 밀가루 반죽이나 계란 반죽에 꼬막을 올려 부친 꼬막 전, 시래기·무 등을 넣고 끓여낸 꼬막탕, 뜨거운 밥과 채소, 양념장에 꼬막을 듬뿍 올려 비벼 먹는 꼬막비빔밥이 더해지면서, 한 상 안에 여러 조리법이 어우러지는 "꼬막 상차림"이 완성되었다.
벌교 사람들에게 꼬막은 일상의 반찬이면서 동시에 귀한 손님을 대접하는 음식이었다. 겨울철 꼬막이 한창일 때 집에 손님이 오면, 갯벌에서 갓 캐논 싱싱한 꼬막을 삶아내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조리해 상에 올렸다. "꼬막을 아끼지 않고 풀어낸다"는 표현은 단순히 재료를 많이 쓴다는 뜻을 넘어, 손님에 대한 정성과 환대의 마음을 담은 말이었다. 상다리가 휠 정도로 풍성하게 차려 내는 것이 남도식 후한 인심이었고, 그 중심에는 항상 벌교 갯벌에서 건져 올린 꼬막이 놓여 있었다.
이러한 음식문화의 저변에는 여자만 갯벌에 대한 인식이 자리한다. 벌교 주민들에게 여자만 갯벌은 단순한 어장이 아니라 생계와 생태, 기억이 축적된 삶의 공간이다.
발이 푹푹 빠지는 진펄, 겨울 칼바람과 함초·갈대가 어우러진 풍경, 물 빠진 갯벌 위를 구부정하게 걸어 다니며 꼬막을 캐는 사람들의 동작은 모두 이 지역만의 계절 풍경을 구성하는 요소이다. 이런 경험은 "여자만 펄이 좋아야 꼬막 맛이 산다", "갯벌이 죽으면 꼬막도 죽는다"는 식의 말로 정리되면서, 자연환경·노동·음식이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것으로 인식되게 한다.
다시 말해 벌교 꼬막의 쫄깃한 식감과 깊은 풍미는 단순히 조리법의 결과가 아니라, 여자만 갯벌의 토질과 수온, 염분, 그리고 그 위에서 일해 온 사람들의 노동이 함께 빚어낸 맛이라는 문화적 해석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갯벌에서 막 올라온 꼬막을 삶아 껍질을 까면 손끝에 전해지는 뜨거운 감촉과, 입안에서 느껴지는 짭조름한 국물의 맛, 그리고 그 뒤를 잇는 갯내음은 공장에서 가공된 식품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감각이다.
벌교 사람들에게 꼬막은 밥상 위 한 가지 반찬을 넘어, 계절과 바다, 가족과 마을의 기억을 함께 떠올리게 하는 매개이기도 하다.
참고문헌
『신 증동국여지승람』, 전라도조
이만영, 『재물보(才物譜)』
국토해양부·해양수산부, 여자만 갯벌 생태 평가 관련 자료, 2005
국립민속박물관, 「뻘배 타고 갯벌을 미끄러지며 꼬막 잡기」
한겨레, 「세월의 윤기 품은 갯벌에 '사람'이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