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펄에서 관광지로 - 벌교 꼬막 정식의 현대화 (1)

by 길가영
벌교 꼬막 1_26.03.15.png 벌교 꼬막 정식

오늘날 관광객들이 잘 알고 있는 '벌교 꼬막 정식'은 전통적인 집집의 상차림을 상업적으로 재구성한 결과이다. 한 상에 삶은 꼬막, 꼬막회무침, 꼬막 전, 꼬막탕, 꼬막비빔밥, 그리고 계절 생선과 젓갈, 나물 반찬이 함께 올라가는 형태가 대표적이다.


이 정식은 원래 겨울철, 마을에서 귀한 손님이 왔을 때 '꼬막을 아끼지 않고 풀어낸다'는 의미를 담은 상차림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상다리가 휠 정도로 풍성하게 차려 내 남도식 후한 인심을 보여 주되, 중심에는 항상 벌교 갯벌에서 건져 올린 꼬막이 놓여 있는 것이다. 즉, 벌교 꼬막 정식은 남도 상차림의 미덕과 지역 특산물이 결합한, 일종의 집약된 상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꼬막 정식이 지금과 같은 형태로 정착하기까지는 상당한 변화의 과정이 있었다. 원래 벌교의 식당들은 저마다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꼬막 상차림을 구성했다. 횟집에서 발전한 상차림은 해산물을 중심으로 꼬막을 배치하는 경향이 있었고, 토박이 반찬 위주 식당은 나물과 김치, 장아찌 등 집반찬을 풍성하게 차려내며 그 사이에 꼬막 요리를 배치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이처럼 집집마다, 식당마다 조금씩 다른 손맛과 구성이 존재했고, 이것이 벌교 꼬막 상차림의 다양성을 만들어냈다.


근래에 들어 벌교 꼬막과 관련된 대표적인 변화는 이 음식문화를 관광과 산업의 언어로 번역하려는 움직임이다. 지방자치단체와 관련 기관에서는 '벌교꼬막정식'의 표준 레시피를 개발하고, 꼬막비빔밥·꼬막 전·꼬막무침 등의 조리법과 양, 상차림 구성을 정형화하려는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


농업·식품 전문지에 따르면 보성군은 대표음식 개발 및 컨설팅 용역을 통해 '벌교꼬막정식'과 함께 '보성녹차떡갈비'의 표준화 레시피를 개발했다. 이는 한편으로는 어느 집에서 먹어도 일정 수준 이상의 맛과 구성을 기대할 수 있도록 하는 품질 관리의 장점이 있다.


표준화 작업은 관광객 입장에서는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벌교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도 '벌교 꼬막 정식'이라는 메뉴를 주문하면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는 구성과 맛을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표준 레시피는 조리 종사자들에게도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함으로써, 신규 식당이나 경험이 적은 조리사도 일정 수준의 음식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벌교 꼬막의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고, 지역 음식문화의 품질을 관리하는 데 기여한다.


동시에, 그동안 집집마다 조금씩 다르게 이어져 온 손맛과 조리법이 점차 단일한 '표준'에 맞춰지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같은 벌교 꼬막 정식이라도, 횟집에서 발전한 상차림과 토박이 반찬 위주 식당의 상차림이 서로 다른 결을 지니고 있었는데, 표준화 작업은 이런 미묘한 차이를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오래된 식당들이 가지고 있던 고유한 조리법과 상차림 철학이 표준 레시피에 완전히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 그 식당만의 개성이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참고문헌

국립민속박물관, 「뻘배 타고 갯벌을 미끄러지며 꼬막 잡기」

중앙일보, 「벌교 여행 가면 둘러볼 곳… 여자만·득량만의 꼬막 정식」

FarmnMarket, 「'벌교꼬막정식', '보성녹차떡갈비' 표준화 레시피 개발」

MBN 뉴스, 「블루카본 품은 여자만 갯벌… 보성에서 해양보호구역 대회 열려」

한겨레, 「세월의 윤기 품은 갯벌에 '사람'이 산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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