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펄에서 관광지로 - 벌교 꼬막 정식의 현대화 (2)

by 길가영
벌교 꼬막정식_26.03.22.png 벌교 꼬막 정식의 현대화

관광 측면에서 보자면, 벌교 꼬막과 득량만 갯벌은 이제 단순한 특산물이 아니라 여행 코스의 핵심 주제로 자리 잡았다. 여행 안내서와 방송 프로그램들은 보성 녹차밭과 함께 벌교 꼬막을 남해안 미식여행의 필수 코스로 제시하고, 겨울철에는 "꼬막 제철"이라는 말을 전면에 내세워 관광객을 끌어들인다.


벌교장과 여자만·득량만의 해산물 유통, 그리고 벌교 꼬막 정식에 대한 언론 보도가 이어지면서, 벌교는 '꼬막의 고장'이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갯벌 체험, 꼬막 캐기 체험, 어촌계 식당에서의 정식 상차림 등이 패키지 형태로 묶이며, 전통적으로는 생업의 현장이었던 갯벌이 체험과 관람의 공간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관광객들은 직접 갯벌로 들어가 꼬막을 캐보고, 그 자리에서 삶아 먹는 경험을 통해 벌교 꼬막의 가치를 체감한다.


어민 입장에서는 수입원이 다변화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물때와 채취, 판매에 맞춰 흘러가던 삶의 리듬이 관광객의 일정과 프로그램에 맞추어 조정되는 새로운 유형의 긴장이 생겨나기도 한다.


특히 벌교꼬막축제는 이러한 관광 산업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국립민속박물관 자료에 따르면 벌교꼬막축제는 꼬막의 주산지로서 벌교의 위상을 알리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축제 기간 동안 관광객들은 꼬막 시식, 꼬막 캐기 체험, 요리 경연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벌교의 꼬막 문화를 집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이는 일회성 방문이 아니라 반복적인 관광을 유도하고, 벌교를 꼬막의 대명사로 각인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최근에는 여자만 갯벌의 생태적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블루카본과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갯벌 보전 정책이 강화되고 있다. 여자만 갯벌은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으며, 보성군에서는 갯벌 생태계 보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보성에서는 블루카본을 주제로 한 해양보호구역 대회가 열리는 등, 갯벌의 환경적 가치를 알리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환경 보호를 넘어, 꼬막 생산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갯벌 생태가 건강해야 꼬막도 살 수 있고, 결국 벌교의 음식문화도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환경 보전과 관광 개발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은 벌교가 직면한 중요한 과제이다.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갯벌에 대한 접근이 증가하고, 이는 생태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반면 갯벌을 완전히 보호하기 위해 접근을 제한하면, 관광 수입이 감소하고 지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러한 딜레마 속에서 보성군은 통제된 체험 프로그램, 갯벌 보호 교육, 적정 관광객 수 관리 등을 통해 생태 보전과 관광 활성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교 꼬막과 득량만 갯벌이 만들어내는 음식문화의 핵심은 여전히 "겨울 갯벌에서 건져 올려 그 자리에서 삶아 먹는 맛"이라는 경험에 있다. 갯벌에서 막 올라온 꼬막을 삶아 껍질을 까면 손끝에 전해지는 뜨거운 감촉과, 입안에서 느껴지는 짭조름한 국물의 맛, 그리고 그 뒤를 잇는 갯내음은 공장에서 가공된 식품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감각이다.


벌교 사람들에게 꼬막은 밥상 위 한 가지 반찬을 넘어, 계절과 바다, 가족과 마을의 기억을 함께 떠올리게 하는 매개이기도 하다.


앞으로 벌교 꼬막과 득량만 갯벌 음식문화를 다룰 때에는, 꼬막이라는 재료 자체의 특성뿐 아니라, 이를 둘러싼 갯벌 생태, 계절 노동, 상차림과 관광, 그리고 표준화와 보전 정책까지 한 덩어리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전통과 현대화, 보전과 개발, 지역민의 삶과 관광객의 경험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벌교 꼬막 문화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그래야만 보성 음식문화에서 벌교 꼬막이 차지하는 역사적·문화적 위상이 온전히 드러난다.


참고문헌

국립민속박물관, 「뻘배 타고 갯벌을 미끄러지며 꼬막 잡기」

중앙일보, 「벌교 여행 가면 둘러볼 곳… 여자만·득량만의 꼬막 정식」

FarmnMarket, 「'벌교꼬막정식', '보성녹차떡갈비' 표준화 레시피 개발」

MBN 뉴스, 「블루카본 품은 여자만 갯벌… 보성에서 해양보호구역 대회 열려」

한겨레, 「세월의 윤기 품은 갯벌에 '사람'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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