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숲이 되는 꿈, 척박한 땅에 숨결을 불어넣다

by 김영채


메마른 땅에 도착했습니다. 생기 잃은 나뭇가지들이 제멋대로 엉켜 있고, 그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은 차가웠습니다. 본사의 방침이라는 거센 비바람에 여린 나무들은 뿌리까지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눈망울에는 내일에 대한 불안이 그늘처럼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경영(經營)이란 무엇인가, 다시 묻습니다. 그것은 기계 부속을 조립하는 일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일과 보상, 꿈과 현실을 씨실과 날실 삼아 한 폭의 그림을 직조해내는 종합 예술이어야 합니다. 저는 이 두 번째 소임 앞에서 붓을 들고 빈 종이를 마주한 화가처럼 몇 가지 '가설'이라는 이름의 밑그림을 그렸습니다. 문제를 직시하고, 길을 찾고, 다시 묻는 이 끝없는 성찰의 과정만이 엉킨 실타래를 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저의 첫 번째 다짐은 이것입니다. "나무가 숲을 위해 자라듯, 숲도 나무를 지켜주어야 합니다. 회사의 성장은 곧 여러분의 성장이 되어야 하며, 우리는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더불어 숲'이 되어야 합니다."


거친 땅에 바로 씨앗을 뿌릴 수는 없는 법입니다. 딱딱하게 굳은 흙을 갈아엎고 물을 주어 땅이 숨을 쉬게 해야 합니다. 직원들이 회사를 '단지 생존을 위해 견디는 곳'이 아니라 '나를 키워주는 터전'으로 느끼게 하는 것, 그 시작은 바로 '신뢰'라는 거름을 주는 일이었습니다.


취임 후 가장 먼저 '생일 휴가'라는 작은 물길을 텄습니다. 여기에는 제 가슴 깊이 박힌 기억 하나가 있습니다. 과거 (주)dk서비스 대표 시절, 500여 명의 직원 중 감정 노동의 최전선에 있던 콜센터 직원이 제게 건넨 말이 있습니다.


"대표님, 생일날 욕먹지 않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 말 한마디에 온몸에 소름이 돋고 가슴이 저려왔습니다. 나는 그저 제도를 만들었을 뿐인데,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존엄을 지키는 방패가 되었다는 사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제도는 책상 위가 아니라,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의 마음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 마음을 이어 어버이날에는 쌀 한 포대와 편지를 보냈습니다. 훌륭한 인재를 키워 우리에게 보내주신 부모님께 드리는 작은 예우였습니다. 직원은 하늘에서 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누군가의 귀한 자식임을 확인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반응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실 겁니다. 닫혀있던 마음의 빗장이 풀리는 소리가 들려왔으니까요.


성취의 기쁨도 나누면 배가 됩니다. 성과를 낸 직원이 법인 카드로 동료들에게 커피를 쏘게 했습니다. "이 커피는 내가 땀 흘려 번 것입니다"라는 자랑이 허용되는 시간, 그 커피 향기 속에서 수직의 벽은 허물어지고 수평의 따스한 공기가 채워졌습니다.


최근 빼빼로데이에는 인사 담당자 Jimi의 재치가 우리를 한바탕 웃음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습니다. 저는 그저 가볍게 과자나 나누자고 했으나, Jimi는 그날을 단순한 기념일이 아닌 '축제'로 만들었습니다.

케이엠솔루션 빼빼로

그는 우리 회사의 파이팅이 담긴 문구를 새기고, AI 기술을 빌려 전직원의 단체사진을 이용하여 새롭게 그려낸 전용 포장지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AI라는 녀석이 그려낸 직원들의 얼굴이 묘했습니다. 분명 나인 듯하면서도 내가 아니고, 미화된 듯하면서도 어딘가 우스꽝스러운 그 낯선 얼굴들.


Jimi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사진과 매치하는 직원의 이름을 모두 맞히면 '큰 선물'을 주겠다"고 공표했습니다. 사무실은 순식간에 시끌벅적해졌습니다. "이 잘생긴 사람이 Pelino이라고?", "이 화려한 사람은 도대체 누구야?" 서로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낄낄거리며, 모니터 속 AI 사진과 옆자리 동료를 번갈아 쳐다보는 그 시간 동안, 업무로 굳어있던 근육들이 무장 해제되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시상식, 모두가 기대했던 그 '큰 선물'의 정체가 드러났을 때 폭소가 터졌습니다. 그것은 비싸거나 귀한 물건이 아니라, 말 그대로 물리적인 크기가 엄청나게 '거대한' 대왕 빼빼로였기 때문입니다. "크다"는 말에 담긴 우리의 세속적인 기대(비싼 선물)를, 그저 부피가 큰 과자로 되받아친 그 엉뚱한 반전. 그 유쾌한 배신 앞에서 우리는 배를 잡고 웃었습니다. 거친 땅을 부드럽게 하는 것은 거창한 전략이 아니라, 이렇듯 서로를 바라보며 터트리는 웃음, 그 '해학'의 순간들임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이제 저는 느낍니다. 거칠었던 땅이 부드러워졌고, 영양분이 차오르고 있음을. 저의 가설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강한 카리스마로 이끄는 리더십은 모래성처럼 쉽사리 무너집니다. 1년, 2년 반짝할 수는 있어도 긴 세월을 견디지는 못합니다. 조직이라는 틀보다 그 안에서 살아 숨 쉬는 사람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사람이라는 뿌리가 튼튼해야 사업이라는 열매도 실하고 오래가는 법입니다. 그 과정에서 저 또한 나무와 함께 자라는 숲이 됩니다.


우리는 지금, 단단한 땅 위에서 비로소 다음 걸음을 내디딜 준비를 마쳤습니다.


땅이 숨을 쉬기 시작했습니다. 서로의 생일을 축하하고, 부모님의 노고를 기리며, 거대한 과자 상자 하나에 아이처럼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우리에게 생겼습니다. 제가 바란 것은 단순한 편안함이 아닙니다. 태풍이 불어도 뽑히지 않을, 서로가 서로에게 뿌리 얽어주는 단단한 신뢰였습니다.


이제 저는 여러분을 믿고, 밭에 씨앗을 뿌리려 합니다. 그 씨앗은 '도전'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로는 뙤약볕이 내리쬐고, 가뭄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다져놓은 이 부드러운 흙과, 서로를 믿는 마음이 있다면 그 어떤 시련도 우리를 더 단단하게 키우는 양분이 될 것입니다.


회사가 여러분을 위해 땅을 골랐으니, 이제 여러분은 이 땅 위에서 마음껏 싹을 틔워주십시오. 저는 가장 앞에서 비바람을 맞는 나무가 되겠습니다.


자, 이제 함께 걸어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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