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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굳즈아일랜드 Feb 21. 2020

장르영화 좋아하세요?

김봉석 영화평론집 <시네마 던전: 김봉석 영화리뷰 범죄·액션 편> 서평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한순간도 긴장감을 늦추기 힘들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왜? 한 편의 영화 속에 수많은 장르영화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큰 그림으로 보면 예술영화의 면모를 보이지만, 각각의 시퀀스에서는 장르영화를 감상하는 느낌이 든다. '장르영화'라는 단어가 어려워 보이지만 그냥 서부극/공포영화/코미디영화처럼 분류 가능한 형식과 줄거리를 갖춘 영화 정도로 이해해도 무방해 보인다. 이런 정의를 몰라도, <기생충>의 장면 장면을 재밌게 봤다면 이미 '장르영화'에 익숙한 셈이다.


<시네마 던전: 김봉석 영화리뷰 범죄·액션 편>은 바로 그 장르영화에 대한 리뷰집이다. 시리즈로 기획되어 첫 번째로 범죄물과 액션물을 다루는데, 문자 그대로 다양하다. 봉준호 감독의 우상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의 <갱스 오브 뉴욕>처럼 다루는 게 당연한 영화부터 <타이치 제로>라는 생소한 영화까지 - 요즘 <말타의 매>를 다룬 영화 서평집이 있던가? 책을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영화를 찾아보게 된다. <사부: 영춘권 마스터>의 명성은 자주 들었지만 굳이 보지는 않다가 '무와 협의 정신을 보여주는 영화'라는 저자의 평을 읽고 드디어 보게 되었을 정도니까.


추천사를 쓴 연상호 감독의 작품은 <부산행> 이전 것들도 좋아하는 편인데, 그분이 직접 '자타공인 서브컬처 마니아'라고 수식어를 붙여주고 '그 시선은 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라고 방점을 찍어준 게 이해된다. 단순히 '마니아'적인 시선이 아니라 오래도록 영화 기자로 일하고 영화제 프로그래머로 현장에서 얻은 폭넓은 정보를 곁들여주기 때문에 인터넷에 떠도는 블로그 리뷰에서 항상 느끼던 갈증을 좀 해갈할 수도 있고.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은 저자의 유니크한 영화 감상평이다. 예를 들면 <무인 곽원갑>에서 펼쳐지는 현란한 액션 안에 관통하는 사상을 이런 식으로 요약해준다.



사실 곽원갑의 깨우침은 새로운 세계를 만나야 했던 근대인보다도,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교훈이다. 곽원갑에게 중요했던 것은 승리였다. 승리하기 위해 더 강하고, 더 빠른 무술을 익혔다. 현대인도 마찬가지다.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빨리 정보를 알고, 기술을 익히고, 앞서 나가야 한다. 인터넷의 시대인 지금은 무한경쟁의 시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편에는 의도적인 느림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잠시 일에서 벗어나 산사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늘고, 명상과 요가가 성행한다. 세상의 정보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려는 사람들 또한 증가하는 것이다. 곽원갑은 말한다. 중요한 것은 차가 아니라, 차를 마시는 사람의 느낌이라고.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자신의 마음이 변하지 않으면, 그것이 진정한 승리가 아닐까?



장르영화에 대한 편견을 거두고, 그냥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으면 진정한 즐거움을 얻지 않을까?


김봉석 평론가의 장르영화 리뷰가 잔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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