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지도 못하면서

술자리 2

by 김영


소주가 대여섯 병 까져 있고, 서로가 얼추 취한 듯 보인다. 부원장은 카톡을 확인한다.

[나 오늘 늦어. 먼저 자.]

부원장의 아내가 카톡을 확인하지 않은 듯 아직 숫자 1이 남아 있다. '오늘 선생님들이랑 방학 프로그램 때문에 모였어'라고 썼다가 지우고는 핸드폰을 던져둔다.


/사장님, 여기 껍데기 하나 주세요!/ 부원장은 주방을 향해 말하고, 담배를 빼 물며 말을 이어간다. /여기 껍데기 죽여줘. 고소하고 쫀득한 게 말이야. 근데 윤희야, 너는 사랑 안 하나?/

/사랑은 무슨.., 시발, 술이나 먹어요./ 그녀의 입에서 낮게 욕이 나오지만 사람들은 무신경하다. 부원장이 시발을 입에 달고 사는 거에 비해 그녀는 술에 취했을 때 그 말을 쓴다. 그 말로 오해도 많이 산다. 여자가 쌍욕에 담배까지 피운다고. '시발'은 그녀임을 나타내는 인장이자 추임새였다. 긍정할 때도, 부정할 때도, 기분 좋을 때도, 기분이 나쁠 때도, 그 말을 쓴다. 구별은 억양과 표정으로 읽는다.

/시발, 건배하자! 좆같은 사랑을 위하여! 더불어 사랑의 쓰라림을 겪은 J를 위해, 건배!/ 부원장은 술을 따라주며 격렬하게 잔을 부딪치고 잔을 비운다. 그는 직접 주방옆 냉장고에서 소주를 꺼내와 비틀어 따고 술을 따라주며 말한다.

/형은, 수업 끝나고 술자리 갈 때가 백 미터 달리기 할 때, '땅!'하기 전에 쫄리는 거 있잖아, 그런 기분이야. 몸에서 찌르르 전기가 오는 것 같아, 하하! 이 정도면 중독인거지? 야, 소주 한잔하고 쫀득한 껍데기 하나 먹자! 기분 좋게 먹는 술은, 보약이다, 보약./

모두 잔을 들고 마신다.

/근데, 너, 왜 헤어졌어?/

윤희는 담배연기에 매운 듯, 눈을 반쯤 뜨고 나에게 물었다.

/그냥 뭐.. 이유가 몇 가지 있었던 거는 같아. 미성숙함도 있고, 경험 부족도 있고. 좀 어정쩡하게 헤어졌어./

당황한 듯 서둘러 이야기를 끝낸다.

/윤희가 관심 있나 보다, J야. 소상히 말 좀 해봐! 근데, J는, 인간적으로 너무 부끄러워해./

부원장은 재미있다는 듯, 슬쩍 떠 보며 말을 재촉했다.

/난 그 부끄러움이 좋던데... 근데, 관심 있는 게 아니라, 얘기하다 보니 궁금한 거지. 난, J 같은 스타일을 아직은 좋아하지 않아./

'아직은'이라는 단어가 걸린다.

/그럼, 윤희야, 너는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나?/

부원장이 집요하게 묻는다.

/뭐, 특별한 건 없지. 그때그때 눈이 맞으면 사귀는 거지. 어차피 호르몬이 하는 짓이니깐 화학적 작용에 저항하지 않고 이끄는 데로 가는 거지, 뭐. 난 위선적인 인간들이 싫거든. 사랑이 있을 때만 섹스가 가능한 거 아니니까. 어차피 죽도록 사랑을 해도 2년을 못 넘기잖아. 그것도 그렇지만, 살면서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으로 끝내기에는 너무 아쉽지 않나?/

그녀의 개방적인 태도를 이해하려고 해도 지나치다. 그렇지만 그녀에게 관심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녀의 웃는 모습을 좋아한다. 눈꼬리가 초승달 같다. 그녀는 피식 웃으며 계속 말을 이어간다.

/k는 됐고, 소설가인 Q는 내 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작가면 이 사람들이랑은 다르지 않나? 역동적인 말보다는 사변적인 글에 관심 있고, 이야기가 가진 힘을 믿는 사람이면 다를 거 같은데. 뭐, 고리타분하고 권위적인 한국 남성들이랑 생각이 같아도 상관없지만 말이야./

k는 그녀가 자기를 무시하는 듯해도 별생각이 없다. 그의 입에서 사랑 얘기가 나온 적은 없다. 류현진, 손홍민이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해서는 말은 많지만 사랑 얘기에는 지루해한다. 나도 그녀 말이 달갑지만은 않다. 솔직함은 그녀의 매력이지만 내 생각과는 다르다. Q가 잠시 머뭇거리자 부원장이 말을 한다.

/형이 조금 있으면 오십 인 거 알지? 놀랍지 않니? 지금까지 뭔가 죽어라 하긴 한 거 같은데 기억에 남는 게 없어. 없어. 그냥 먹고 자고 싸다가 지나간 거 같아. 애초에 글러먹었던 건 아닐까도 생각해 봤어. 내 말이 꼬리꼬리하게 들릴 수도 있어./ 취한 부원장은 괜히 이쪽저쪽을 그윽하게 바라보고,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잇는다. /윤희 말마따나 나와 내 처도 죽고 못 사는 관계였어. 처음 그녀를 만난 이후 이십 년이 지났어. 사랑을 안 하는 건 아닌데 사랑이라는 게 느껴지지가 않아. 겪지 않고는 모른다는 말, 그게 무슨 말인지, 나는 안다. 사랑이 어떤 건지.. 생각보다 너무 일찍 무너졌어. 한때는 그녀의 사랑을 받으면서 어쩌면 나도 괜찮은 사람일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가장 옆에 있는 그녀를 외롭게 만들고 있어. '이게 뭔 짓인가' 싶어 미안한 마음이 있어. 그녀는 아마 형을 '어떻게 해도 안 되는 사람이구나'하고 생각할 거야. 둘 다, 묶여 있는 개가 제자리를 뱅뱅 돌며 왈왈 짖어대기만 하는 거 같아. 그래서 끝낼까도 했는데... 어떻게 끝내야 할지, 어디서부터 갈아엎어야 될지를 모르겠더라고. 그러다가 그냥 해결되지 않은 채 살기로 했어. 형은 이 결혼 깨고 싶지 않은 게, 그녀에 대한 애정이 남아서도 아니고, 그냥 갈 데까지 가보는 거야. 어떻게 될지가 궁금해. 날아가는 마음을 억지로 당겨와 언제까지 살지가./

서로의 시선이 왔다 갔다 한다. 마치 내릴 역을 놓친 걸 알고, '어?' 하는 얼굴들이다. 그리고는 무슨 말인지 알았다는 듯이 부원장의 잔에 술잔을 갖다 부딪히고 잔을 비우고 잔에 소주를 채운다. 그리고, 다시 분위기 어색해져 각기 잔을 기울인다. Q의 얼굴 위로 무언가 스치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형의 이야기 잘 들었어요. 서로 간의 식어가는 마음의 온도를 감당해야 하는 것이... 마음이 헛헛해지네요. 힘내시라는 말밖에 안 나오네요. 그리고, 윤희선생의 묻는 말에 답을 하자면, 뭐, 윤희 선생 말에 수긍되는 면은 있지만 전적으로 동감하진 않지.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과 성적인 욕망 사이에는 그다지 연결이 없다는 면은 수긍이 가지만, 결혼이라는 걸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변하는 게 있더라고. 내가 열망하는 소설가도, 실은 거짓말 속의 진실을 만들어 내는 일이잖아. 결혼 생활도 비슷한 거 같아. 설령, 결혼이 서로 간의 오해에서 비롯된 결과일지라도 각자가 역할을 해야만 유지가 돼. 물론 내가 역할놀이에는 별 재능이 없지만 어쨌든 남편으로서, 부모로서의 역할을 할 수밖에 없어. 그런 충실한 역할 속에서도 간혹 다른 사람에 대한 욕망을 못 느끼는 건 아니야. 그런 면은 윤희 말에 동의해. 그렇지만 결혼이라는 시스템에 이왕이면 머물려고 해. 가급적 궤도 이탈은 하지 않으려고./

Q의 말을 곰곰이 들은 후 그녀는 잔을 내려다보면서 Q의 말에 대꾸한다.

/나도 누군가를 사랑하면 눈을 가급적 다른 데로 돌리지 않으려고 생각은 해. 그렇지만 생각을 가둘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바깥으로 향하는 관능적인 생각을 모두 막으면 행복한 거야? 그건 인간의 본성에도 맞지 않고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해. 그런데, 역할극 속에서 궤도이탈은 하지 않고, 남편과 부모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건 나쁘지 않아. 근데, 다른 각도로 생각해 보면, 충실한 것을 배반할수록 한 번뿐인 삶에 충실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어. 무리들이 따르는 생각으로부터 빠져나와야지 예상치 못한 미지의 세계가 열린다고 생각해. 우리는 진실된 삶에 대한 판타지가 있는 거 같아. 부모는 부모로서 요구되는 것에 맞추어서 아이들에게 행동하고, 남편은 남편의 역할에 맞춰서 행동하고. 그건 진실되게 사는 게 아니라 우리 삶을 바라보는 관객을 전제로 그 관객에 맞추어서 산다고 생각해.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사는 게 아니라 거짓되게 사는 것 같아./

나는 그녀의 말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긍할 수는 없다. 물론 감정에 충실하고 싶은 것은 알겠지만 그건 바람둥이들의 변명이다. 그녀가 보헤미안적인 요소가 있다는 것은 안다. 만약, 그런 식으로 말하면, 스토킹이 아니라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거고, 감시한 게 아니고 관찰한 거라고, 말장난하는 거랑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소주를 한 모금 마시고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을 이어간다.

/너희가 보기에 내가 별종처럼 보이겠지만 한때 나도 어떤 여자보다 여성적이었어. 잘 믿어지지는 않겠지만 말이야. 나의 아버지는 여자의 역할이나 지켜야 할 것들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사람이었어. 거기에다 종교적이어서 세상의 타락함에 최전선에서 싸우는 금욕주의의 신봉자라고나 할까? 내가 여대를 간 이유도 아버지 때문이야. 결혼하기 전에는 남자를 만나면 안 된다는 거야.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 않아? 나는 정말로 그래야만 되는지 알았어. 바보처럼. 근데 아버지는 토할 정도로 말과 행동이 다른 인간이야. 역겨웠어. 그런 경험 때문인지 편견과 통념을 가진 인간이 무어라 하든 나는 신경 안 써. 이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그래서 나는 내 멋대로 살아. 인생은 한 번밖에 없고 어차피 죽을 운명이면 내 방식대로 살다가 죽는 거지. 사랑도 어차피 끝날 것이니 사랑이 남아있을 때까지는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거지. 그러다 사랑이 다시 권태로워지면 다시 일을 저지르면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한때는 반항이었는데 지금은 생활이 되었어. 내가 골초에다 술에 절어있고, 술 취하면 '시발'하는 것 때문에 못난 놈들과 많이도 싸웠어. 무지하게 많이. 근데 그런 인간들이 나랑 자고 싶어 해. 이해할 수 있어? 만약에 내가 그놈들 한 놈씩 자주면 그 새끼들은 나를 이해하게 될 거야. 그리고 아마도 숭고한 사랑을 하는 구도자의 폼을 잡을 거야./

우리 각자는 편견이나 시대적 통념의 폭력성에 한가운데 있다. 편견과 통념의 희생자이거나 가해자이기도 하다. 각자 자기 나름대로의 논리로 폭력을 행사하고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필연성과 비겁한 변명을 가지고 있다. 그녀 말마따나 열렬히 사랑했던 순간이 지나면 사랑은 괴로움으로 바뀌고, 경우에 따라서는 상대방에게 살기를 느낄 수도 있다. 사랑의 속성이 그러하다면 굳이 사랑과 이별의 순간에도 과도하게 좋아할 것도, 증오할 것도 없다. 우리가 겪는 괴로움은 단지 좋아하고 싫어하는데서 오는 거니까. Q는 그녀 말에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말한다.

/나도 수긍이 되는 면이 많아. 마음이 어디 논리대로 가나. 특히 충실함을 배반하라는 말은 인상적인데. 그리고, 윤희가 그동안 많이 아팠을 거 같기도 하고.. 윤희 말대로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지만 반복된 행복 속에서도 권태를 느끼겠지. 이상적으로 여겨진 상대와의 섹스도 반복하다 보면 의무감으로 할 때가 있고, 권태로운 순간이지. 에덴동산의 아담과 이브도 권태를 느꼈을 거 같아. 그리고 사람들은 사랑하면 좋은 섹스로 반드시 연결된다고 착각해. 상상 속에서 사는 사람들이 많은 거지. 권태에서 빠져나왔다 싶으면 허무라는 감정에 빠지고... 의미 있게 여겨졌던 것이 알고 보니 의미 없다고 느끼지는 순간 말이야. 내가 사랑했던 일과 사랑, 그리고 가족도 허무한 대상으로 생각될 때가 있어. 권태와 허무를 버티기 위해 새로운 일을 저지르거나 일시적인 쾌락에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해. 근데, 성숙해지면 이성에 대한 소유욕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노력이란 걸 해야 되지 않나? 그게 꼭 옳지만은 않지만 어차피 다른 사람을 소유하지 못하잖아. 다 품 안의 자식, 품 안에 여자인 거 아냐? 마음에 맞는 남성과 밤새워 은밀한 얘기 하는 건 괜찮고, 잠깐 동안 욕망을 이기지 못해 남자 물건을 갖고 논건 과도한 지탄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어./

나는 머릿속에서 무언가 어렴풋이 일어나고 있었지만 무어라 말하긴 어려웠다. 그의 말이 맞는 거 같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모호한 구석도 있었다. 잠시 동안 그녀는 말을 곱씹어보는 듯했다. 그러고 나서 어깨를 살짝 움츠리면서 말한다.

/나도 전적으로 동의해. 남자들이 간혹 지나간 연인에 대해 물어볼 때가 있어. '그놈 하고 좋았어?'라든지 아니면 '잘 맞았어?'하고, 뭐가 잘 맞았다는 건지... 성격이? 아니, 얼굴도 모르는 놈이 그 짓은 나보다 잘했을까 하는 열등감... 그런 거야. 질투심이라면 차라리 낳겠다. 그건 물건 성능이 어떤 게 좋은지에 대한 품평회야. 겉으로 볼 때 멀쩡한 인간들도 결정적일 때는 결코 현명하지 않더라고. 그런 인간들은 바람은 피우면서 결국 돌아와서 흐느끼며 조강지처는 버릴 수 없다고 해. 이토록 이기적일 수 있나? 남은 용서 못 하면서 자신은 실수였다고 용서해 달래. 그런 인간들은 돌이킬 수 없는 아내의 과거에도 집착하고 질투하더라고. 대단한 놈들인 거 같아. 근데, 중년의 유혹자들이 쿨하게 솔직한 이유가 뭔지 알아? 그건 그 인간들의 오만함이 아니라 죽음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일종의 조급함 때문이야. 그래서 그 인간들이 뻔뻔할 정도로 자신감이 있어. 그러고 나서는 지 볼일 보고 끝이야. 그러니깐 자기가 낳은 새끼가 진짜 제 새끼인지 모르고 불안해하지. 여자는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어도 누구의 자식인지 알거든. 그러니깐 플라톤이 처자식을 공유하자고 한 거야. 어차피 어느 놈이, 제 새끼인지 모르니깐. 비겁한 거지./

/근데, 상대방에 대한 사랑과 신뢰가 있어야 섹스가 가능한 거 아냐?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만나 사랑하는 게 신기한 일인데.. 두 사람의 만남이 우연이든 운명이든지 간에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두 사람은 서로를 위해 몸을, 눈길을 아껴야만 하는 거 아닌가?/

나도 모르게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J는 순진한 거야? 경험이 부족한 거야? 맞긴 하지, 근데 '아껴야 하는 거'랑 '아껴야만 하는 거'랑은 다른 거 같아. 그렇게 강박적인 건 싫어. /

/윤희는 프랑스에서 사는 게 어울릴 거 같아./

지루하다는 듯 그녀를 흘끗 보며 k가 말했다.

/비아냥거리지 마! 이게 나의 존재방식이야, 시발. 우울증 환자들이 우울해야만 자기 존재를 느낀 거랑 똑같아. 너희들이 생각하는, 술 먹고 다음날 무기력하고 허하고 기분이 다운되는 게 우울증인 줄 알지? 병원에서 의사에게 눈물, 콧물 쏟아내며 울며불며 얘기해서 처방전을 받고, 약 타러 가는 순간에도 달려가는 차에 뛰어들까 봐 정신을 차리는 기분. 약을 타고나서도 다음번 약을 탈 때까지는 이상한 생각을 하지 않겠지 하고 안심하는 씁쓸함을 넌 모를 거야. 그런 사람에게 위로랍시고 이렇게들 얘기해. '다들 그러고 살아. 너만 그러는 거 아냐!'라고 지껄여. 나에 대해 잘 모르면 함부로 말하지 마! /

'그녀가 우울증이었다니.' 순간 정적이 흐른다. 그녀의 말에는 절박한 허무가 묻어있었고,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처연함이 느껴졌다.

/아, 시발. 이 낯선 건 뭐야. 그랬었다고. 동정 어린 눈빛은 보내지 마. 본능대로 누구보다 잘 살고 있으니까./

그녀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술이 비었네. "이모! 두꺼비로 두 병이요!"/

부원장이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소리쳤다. "펑! 펑!" k는 라이터로 소주 두 병을 연거푸 힘차게 땄다. 우리는 잔을 비우고 새로 잔을 채웠다. 첫 잔에서는 마치 겨울철 개울가에 물이 흐르는 소리가 난다. "돌, 돌, 돌, 돌"

/술이나 사랑 말고 좋아하는 거 있어?/

나도 그녀의 관심을 돌리려고 물었다.

/다림질!/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다림질이 뭐가 좋아?/

나는 빙긋 웃으며 물었다.

/간혹 다림질하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 구겨진 게 펴질 때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 망친 사람이 다시 펴주는 느낌이야. 순간, 나도 사람들이 말하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어. 다림질에서 희망을 본다는 게 웃기지?/

그녀는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 아주, 신선한데!/

부원장도 적극적으로 끼어들며 얘기했다.

/근데 단춧구멍 앞에서 주저해. 지금처럼 다림질을 잘할 수 있을까 하고, 근데 여지없이 어긋나. 그게 나의 삶인 거 같아 우울하지만 다림질할 때 기분은 좋아. 구겨진 깨끗한 걸 펴는 느낌!/

그녀는 소주잔을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말했다. 우리는 빈 잔에 술을 가득 채웠다.

/윤희의 우울증 극복과 개선될 다림질을 위해 건배나 하자!/

우리는 다시 격렬히 건배했다. 우리에게 술이란 동지애를 확인하는 뜨거움이었다. 뜨거움 속에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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