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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만 남은 형체들의 도시 : 멀어지는 형체, 길어지는 시간

by 김영


센터의 거대한 문이 열리자 안팎 세상의 팽팽하던 공기에 균열이 생긴다. 냉랭한 공기와 멀찍이 있던 소음들이 밀려온다. 시우는 카프카의 '성'을 떠올린다. '여기는 겨울이 길어요. 아주 길고 단조롭죠.(.....) 내 기억 속에서는 봄과 여름이 어찌나 짧은지 이틀 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이틀조차 아무리 화창한 날이더라도 간간이 눈이 내리곤 해요.'


그를 향해 다양한 종류의 몸들, 윤곽만 남은 형체들이 신발에서 사포질 소리를 내며 다가온다. 스치는 얼굴들을 바라본다. 옆으로 머리 희끗한 휑한 표정의 남자가 스쳐 지난다. 시선이 마주친다. 둘은 점점 멀어지고, 시간은 길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