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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엥카레의 삼체문제와 사랑의 비최적화에 대하여

by 김영


마침내 '준하의 최적화 모델'을 적용할 차례이다. 아마 눈치 빠른 독자라면 이미 글의 전개 방향을 짐작하고, 왜 이렇게 사전 설명이 길었는지 궁금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접근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준하의 배경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면 최적화 모델의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조심성 때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전체적인 플롯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만들기 위해 미리 예고해 둘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① 목적 함수

준하의 목적 함수는 정서적 유대감, 사랑, 존중, 재정적 안정, 공정한 가사 분담과 같은 가치였다. 하지만 사업 실패 후 이 모든 가치가 추락하며 행복은 급격히 감소했다. 이제 '생존' 외에 다른 행복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가족에게도 그의 존재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해야 할 '비용'으로 변질되었다.

② 결정 변수

현재 준하가 통제할 수 있는 변수는 노동이나 활동을 통한 '몸의 움직임' 뿐이다. 다른 변수들은 갈등 비용만 증가시킬 뿐이다. 가족 역시 그의 예기치 않은 행동으로 인한 '비용'을 줄이고, 가족의 생존과 안정을 최우선으로 두게 된다.

③ 제약 조건

남편이자 아버지로서의 위치 변화: 정서적 유대감, 사랑, 존중이 사라지고 갈등이 폭증했다.

· 사회적 고립 : 스스로 사회적 관계에서 고립을 자초하며, 외부와의 단절은 스트레스를 심화시키고 만족감을 0으로 만들었다.

· 가족의 반응 : 처음에는 연민이었던 감정이 혐오와 부담감으로 변하며 그의 자존감을 파괴하고 끊임없이 갈

등을 야기했다.

· 경제적 압박 : 수입이 없는 실업자 신세가 되면서 가족의 재정적 어려움이 커졌고, 이는 가족 내부 갈등의 주

된 원인이 되었다.


제약 조건을 정리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그들이 말하지 않고 지나쳤던 모든 문제들을 꺼내 놓는다 해도, 이미 딱딱하게 굳어버린 사랑이 '예전처럼' 온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마치 잘못 뿌린 시럽처럼 말이다. 건너편에서 가벼운 미소를 나누고, 걷다가 손끝을 살짝 건드리는 예전의 순간들을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그들의 근본적인 차이는 단순한 성향 차이가 아니라 넘을 수 없는 간극이었을지도 모른다. 준하는 스스로를 '유연한 보수주의자'라 생각했지만, 타인은 그의 유연함을 충동적으로, 보수적인 면모를 답답하게 여겼다. 이는 내향적인 성향 탓에 타인과의 교류에 거리감을 두는 습관 때문이었을 것이다. 반면 그녀는 자신을 '질서와 약속을 중시하는 사람'이라 여겼지만, 주변에서는 차갑고 비위 맞추기 어려운 사람으로 인식했다. 이는 논리와 객관성에 집중하느라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데 서툴렀기 때문일 수 있다. 이러한 견해 차이는 단순히 현대 사회의 주류 가치와 다를 뿐이라고 그들은 항변할 수 있다. 감정적 절제나 신중함이 '인기 없는 자질'이라는 이유만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또 한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이 관계의 붕괴에 숨겨진 결정 변수와 그 측정에 대해서다. 지금까지 언급한 변수 이외에 어떤 숨겨진 변수가 있을지 모른다. 푸앵카레의 삼체문제처럼, 변수가 둘 이상이면 완벽한 측정은 불가능하며 아주 작은 오차라도 시간이 지나면 엄청난 차이를 낳는다. 이는 불확실성이 세상 모든 일에 내재되어 있다는 증거다. 인간의 심리를 포함해 세상만사에는 근본적으로 극복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결정 변수와 제약 조건의 수정 없이 준하의 상황을 분석하면, 그의 총체적 행복은 극도로 낮은 값으로 수렴했다. 그가 경제적 능력을 상실하면서 재정적 만족감은 급락했고, 이는 가족에게도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했다. 가족의 소외는 관계 만족감을 거의 소멸시켰으며, 스스로 방에 갇히면서 개인 시간 만족감마저 사라졌다. 그의 존재 자체가 부담과 스트레스가 되어 갈등 비용은 통제 불능으로 치솟았다. 결론적으로, 긍정적인 효용이 완전히 소멸하고 갈등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하면서, 그의 삶은 최저점에 도달했다. 이는 삶의 최적화가 아닌, 인간적 효용이 파괴되는 참혹한 삶의 붕괴를 보여주는 사례다. 지금까지는 적어도 그랬다. 대략은 말이다.


삶의 붕괴라고 말하니, 그녀와 나눈 마지막 대화가 떠올랐다. 그날 이후 그녀는 변했고, 두 사람 모두 관계가 막바지에 다다랐음을 직감했다. 그는 식탁보가 한쪽으로 길게 늘어진 의자에 앉아 있었고, 그녀는 맞은편 벽에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창문 쪽으로 기운 포플러 잎사귀가 유리창을 긁어대는 소리가 거슬렸던 저녁이었다.


"우리 이 얘기 수백 번도 더 했잖아." 그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공기를 갈랐다. 그는 피곤에 지친 눈으로 그녀를 응시하며 나지막이 다시 중얼거렸다. "이해하기 싫으면 이해하지 않아도 돼. 모든 것을 언제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그녀는 그의 변명 같은 말에 기가 막혔다. '당신은 항상 피곤하지.' 그녀는 속으로 그렇게 되뇌었다. '몇 년 동안 당신이 피곤하지 않은 적은 있었어?'라고 소리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결국 참지 못하고 그녀의 말이 터져 나왔다. "진절머리가 나, 더 이상은 견딜 수 없어!" 물론 그는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시치미를 뗐다. "뭘 참는다는 거야?" 그녀는 더 이상 설명할 기력도 없었다. "그걸 당신한테 일일이 다시 말해줄 필요는 없겠지." 그녀는 애써 서둘러 말을 덧붙였다. "나에게는 계획이 있었어. 커다란 희망과 계획이! 그런데 내 안에서 죽어버렸어. 당신이 죽인 거야!" 그 저녁, 그녀는 마음의 금을 긋는 듯했다. 겨울밤 철문의 냉기가 그녀에게 느껴졌다.


삶의 붕괴를 경험하던 그가, 언제부턴가 새벽같이 나갔다가 해 질 녘에 돌아오기 시작했다. 축 처진 모습으로 들어올 때면, 시큼한 땀 냄새, 기름 냄새, 파스 냄새가 뒤섞여 풍겼다. 잠을 잘 때는 거칠게 숨을 쉬지를 않나, 끙끙 앓지를 않나, 어쨌든, 그의 깡다구를 보았다. 외딴섬 같은 곳에서 반쯤은 사교적이고 반쯤은 공격적인 낯선 사람에 대한 불안감을, 그리고 노동만을 팔려고 했지만 생경한 환경 속에서 감정까지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을 그는 묵묵히 견뎌내고 있다. 그가 하는 일은 고되지만, 그래도 간단해서 좋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돈을 번다. 인간의 어떤 일들은 아무리 설명을 해도 이해가 안 되는 일들이 있다. 약관은 어떻다, 세금은 어떻다, 수수료는 어떻다, 세부사항은 또 어떻다 하며 사람들 정신을 홀딱 빼놓기 일쑤인 일들 말이다. 지나고 나면 이용당한 것 같아 불쾌해지는 일들 말이다.


그가 그런 결정을 한 이유는 '그래도 희망을 가져야지, 그렇지 않으면 인생을 제대로 망칠 거야'라고 생각해서가 아니었다. 언젠가 보았던, 젊은 시절 대단한 미인이었지만 남편의 자살 후 7년 동안 챙겨주는 밥만 먹고 TV만 보며 꼼짝 않던 뚱보 여자가 나오는 영화 때문도 아니다. 그 영화 속 그녀가 사랑하는 자식들을 위해 집을 나섰듯, 그 역시 가족을 위해 일을 다시 시작했을 거라는 생각은 틀렸다. 언젠가부터 그에게 '희생'이란 단어는 꼬리꼬리하게 들렸고, 누군가를 위한다는 말은 자기기만처럼 느껴졌다. 그에게 오직 실질적인 존재는 자기 자신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생각이 와닿지 않는다면, 그가 읽고 감동을 받았던 글의 일부분을 적겠다.

“난 세상에서 혼자이고 난 아무도 믿지 않아요, 모두가 거짓말을 해요, 때론 사랑을 나눌 때조차도 그러죠, 난 한 존재가 다른 존재에게 진실을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진실은 꼭 내가 혼자일 때만 찾아오는 거예요.”


그의 생각을 이해하든 못하든, 상관없다. 이제 그는 자신을 위해, 되지도 않을 일로 애면글면 애쓰지 않고 포기할 건 포기하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수많은 생각들로부터 탈출하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움직여야 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최적화 모델에서 그가 통제할 수 있는 변수는 몸을 움직이는 것 외에 거의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 듯하다. 움직이면 복잡한 질문은 밀봉되었고, 잠시 생각과 감정을 휴면상태로 놓는 게 가능했다. 움직이지 않으면 내부로 향하는 무수한 '할 수 없음'의 회전문에서 빠져나올 수 없고, 화석이 되었을 거다. 몸과 다리와 날개와 심장이 바늘로 고정된 나비박제처럼.


"지금 뭐 하세요?"라고 '지금 뭐 하세요, 관리자'가 다가와 소리친다. 준하는 예의 그 흐리멍덩한 표정으로 "네, 알겠습니다, 관리자님!"이라고 말하고 서둘러 카트를 옮긴다. 그의 주변에서 질질 끌리듯 천천히 흘러가던 시간은 5시를 향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