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 당 수십억 원짜리 약을 만든다는 것

효과가 좋으면 1,000억 원짜리 약도 괜찮은가?

by 영초이
“이 기술을 적용하면 약물 치료 효과가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높아질 수 있습니다.”


연구는 잘 설계되어 있었고, 데이터도 훌륭했다. 게다가 관련 기술은 유명한 논문(일명 NCS)에도 게재되었고, 심지어 이전 논문보다 매우 개선되어 있었다. 연구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법한, '치료 효과의 획기적 개선'이라는 키워드까지 갖춘 완성도 높은 연구였다.


“그런데, 이 소재의 실제 원가는 어느 정도입니까?”
“세포 실험 단계에서 1회 실험 당 수백만 원 소요됩니다."


고개를 끄덕였지만, 살짝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대략적인 계산으로 이 약은 상용화가 되더라도 우리는 한 번에 수억 원씩 써야지만 사용할 수 있다. 물론 획기적인 생산 방법을 이용하여 약의 단가를 낮출 수 있다면, 다른 얘기이다. 또한 발표자의 말처럼 아직은 실험 단계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1회 투여에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약물은 이미 존재한다. 다만 그것은 기존 치료제가 해결하지 못한 영역에서 압도적인 효능을 보일 때에만 이야기다. 기존 치료제보다 통계적으로 약간 더 나은 정도라면, 과연 누가 그만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까? 물론 언젠가는 그 기술이 환자에게 실제로 도달하길 바란다. 한 사람의 생명을 바꿀 수 있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니까. 하지만 현실은 종종 그런 기대를 조용히 무너뜨린다.


개발된 신약 후보 물질을 실제 임상 적용 가능한 치료제로 바꾸는 일, 그것이 우리의 일이다. 책상 위의 논문이 약이 되고, 시험관 속의 반응이 환자의 몸에 닿는 과정. 이 일은 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마주하는 일이다. 실험에서는 성공했지만, 상용화는 요원한 기술. 데이터는 완벽하지만, 경제성은 전무한 접근.


그 기술이 정말로 환자를 위한 것이라면, 그 가격에 대해 더 고민했어야 했다. 임상 단계로 넘어가는 순간, 기술은 더 이상 과학만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경제, 사회, 정치의 문제와도 얽히게 된다. 환자가 그 약을 감당할 수 있을까? 보험 시스템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기업은 이 기술을 선택할 수 있을까? 실험실 바깥에서는 너무 많은 변수들이 존재한다.


때로는 이런 질문이 불편하다. 연구자는 가능성을 추구해야 하는 존재고, 현실은 때때로 그 가능성을 억누른다. 그러나 생각한다. 진짜 연구자는, 이 불편한 질문을 회피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그래서 오늘도 다시 실험 설계를 고민한다. 이번에는 조금 더 현실적인 조건을 넣어본다. 같은 효과를 내면서도 원가는 낮출 수 없을까? 현재의 기술을 조금 덜 완벽하게, 그러나 조금 더 현실 가능하게 바꾸면 어떨까? 그것이 환자에게 도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면 말이다.


연구는 미래를 위한 일이다. 그러나 현실을 외면한 연구는 공허하다. 실험실에서 수억 원짜리 약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자랑이 되지 않는 이유다. 그 기술이 환자에게 가지 못한다면, 그건 그냥 ‘좋은 논문감’ 일뿐이다.


다만 가능성과 현실 사이에서, 여전히 의미 있는 연구가 가능하다는 것을 믿으며. 그리고 언젠가는 그 기술이 누군가의 삶을 바꾸는 순간을 만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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