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이 May 13. 2024

아들의 컴퓨터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이 된 11살짜리 아들!


"갖고 싶은 장난감이 있을 땐 엄마 아빠가 주는 용돈을 모아. 그래서 그 장난감 가격의 50%를 모으면 아빠한테 얘기해. 나머지 반은 아빠가 보태줄 테니까."


아빠의 이 말에 아들은 지금껏 갖고 싶은 장난감이 생기면 항상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 아들과의 약속을 단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는 내게 컴퓨터가 갖고 싶다며 어렵게 말을 꺼냈다. '아마도 친구 누군가가 컴퓨터를 샀다며 자랑을 했겠지'라고 생각했다. 또 거실에 있는 컴퓨터는 엄마, 아빠와 같이 사용하다 보니 불편하기도 했을 테다. 그런 아들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도원아! 컴퓨터를 사려면 25만 원은 모아야 같은데?"라고 말했다.


내 대답에 아들 녀석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용돈이라고 해야 한 달에 겨우 만 원, 다른 어른들이 주시는 용돈은 엄마에게 상납(?)되어 통장으로 직행이니 대충 계산해도 2년은 모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1년 정도가 지난 어느 날, 우연히 열어본 아이의 지갑엔 20만 원 가까운 돈이 들어있었다. 엄마 아빠에게 받은 용돈에 더해 그동안 할머니가 몰래 주신 용돈, 엄마 아빠의 친구들이 간간이 주는 용돈까지. 1년 만에 20만 원을 모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빠와 단 둘이 떠난 여행 중, 우연히 만난 아빠의 친구에게 받은 5만 원! 그 돈을 받자 아이는 기대에 찬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아들은 25만 원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며칠 전, 드디어 아들의 책상에 컴퓨터가 설치되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몸으로 실천해 준 아들을 보며, 가슴 뿌듯한 표정을 도저히 숨길 수가 없었다.


이제 고작 10살짜리 아이가 그동안 왜 갖고 싶은 것이 없었겠는가? 그때마다 생일이나 어린이날만을 손꼽아 기다렸을 아이를 생각하니 안쓰러운 생각도 든다. 나의 10살, 아니 지금의 나조차 과연 아들 녀석이 보여주는 노력과 인내를 경험한 적이 있는가? 이제와 글을 쓰며 생각하니 부끄럽기도 하다.  


자신감과 성취감으로 빛나는 아들 녀석의 눈을 보고 있자니, 결코 오늘을 잊지 못할 듯 보인다. 그런 아들을 바라보는 나 또한 오늘을 잊지 못할 것 같다.


오늘의 아들을 보니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생겨도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그런 아들을 위해 아빠인 난 언제나 뒤에서 아이를 응원하겠노라 새로운 다짐을 해 본다. 


마지막으로 이런 멋진 아들을 내게 보내준 아내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작은 불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