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회사에 나 아프다고 하고 월요일에 휴가 쓰면 안 돼? 우리 서핑하러 가자.”
“안 돼! 회사가 장난도 아니고, 그리고 어떻게 만날 놀러만 다녀? 어쩌다 한 번씩 가야 여행이지, 올여름 바닷가만 벌써 몇 번째야?”
“그럼 오늘 나 혼자 다녀오면 안 돼?”
“으이그 알았어, 다녀와. 내일 출근해야 하니까 12시 전에는 들어오고.”
결국 아내는 혼자 서핑 보드를 타러 갔다.
아내의 직업은 소방관이다. 직업 특성상 야간 근무도 해야 하고, 교대 근무를 하다 보니 주말을 온전히 쉴 수는 없지만 비번일 때는 평일에도 쉴 수 있어 나름 장단점이 있다. 하지만 아내는 비번일 때도 잘 쉬지 않는다.
아내는 나와 달리 시간만 나면 밖으로 나가야 하는 사람이다. 가끔은 그런 아내가 답답할 때도 있다. 직장생활에 집안일까지 더해 항상 피곤하고 힘들어하면서, 집에서 좀 쉬지 않고 그리 밖으로만 나다니니 말이다.
하지만 난 그런 아내를 타박하지 않는다. 오히려 등 떠밀어 내보내는 경우도 적지 않으니, 사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아내는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병이 나는 사람이다.
아내는 어린 시절부터 육상과 태권도를 했으며, 특히 육상은 전라도 대표로 꽤나 유망주였다. 그리고 특전사에 여군으로 입대하여 군 생활을 하다가 현재는 구조대원으로 소방관을 하고 있다. 이런 여자에게 집에 붙어 있으라고 요구하는 건 아마도 미친 짓 일 것이다.
게다가 여자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바뀌고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과거의 내가 내 의자와 상관없이 사라져 가고, 좋아하던 것들을 포기해야만 한다. 그러니 우울증도 생기고 성격도 변하는 것이다. 마음에 병이 드는 것일 테다.
난 마음이 병든 엄마에게 내 아이들을 맡길 수 없다. 나 또한 마음이 병든 여자와 단 일분, 일초도 살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래서 자꾸만 밖으로 나가려는 아내를 무리하여 잡아두지 않는 것이다. 밖으로 나가지 못해 아내가 병들면, 온 집안이 병들 테니까 말이다.
지금처럼만 건강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정성으로 보살피고, 신랑을 위해 항상 웃어준다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그래서 난 오늘도 또다시 집을 나가는 아내에게 웃으며 말한다.
“잘 다녀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