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자유로움
지우개를 쓰지 않은듯 짧게 끊어지는 획으로 서슴없이 그린 듯한 그림체를 선호한다. 가장자리는 힘있게 잡아준다. 거기에 과장됐지만 매력적인 비율이 더해져야 한다. 그리고 약간의 여백을 확보해서 멋스럽게 보이고 싶기도 하다. 그림 한 장 한 장 고민이 많다.
종이에 최종으로 남은 그림은 지우개를 전혀 안 쓴듯 삐뚤빼뚤한 드로잉인데 지우개 가루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그림이 자유로워 보인다고 작업 과정 또한 자유분방하지는 않다. 이런 숨겨진 반전이 있어서 나는 겉으로는 참 자유로워 보이는 그림책의 자유롭지 않은 작업 과정이 꽤나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