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의 시작
그림책을 그릴 때 그때그때 스스로에게 미션을 주고 작업한다.
첫 번째 그림책은 내 마음에 쏙 드는 그림체로 책 한 권 완성하기, 두 번째 그림책은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내기, 세 번째 그림책은 아들이 좋아하는 그림책 만들기였다.
개인적인 미션 면에서는 언제나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해야 좀 더 큰 공감을 불러올 수 있을지는 항상 고민하지만 어쩌면 내 능력 밖의 일일지도 모른다. 공감이라는 건 타인이 해 줘야 되는 거니까...
그냥 생긴 대로 작업하고 생긴 대로 사는 수밖에 없다.
나는 변화를 주는 것을 좋아하고 그 변화로 파생되는 변화에 대한 기대도 즐긴다. 어떻게 보면 진짜 나란 사람은 혼자 조용히 스릴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바깥에서 오는 스릴이 불필요하다.
이번 그림책도 변화를 주려고 하는데 일단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가 불명확하다. 3권의 책을 거치면서 뭔가 그림도 이야기도 제대로 된 것을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늘어서 그런 듯도 한데 심플해져야 한다는 건 안다. 작은 것에 집중해야 하는데 지금 약간 발정 난 비둘기처럼 목덜미를 부풀리며 머리를 너무 키우고 있어서 좀 차분해야 져야 되는 시기인 것 같다.
어제까지만 해도 시 적인 그림책을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다.
그림은 은유적이고 심플하게. 아스라한 분위기 있게.
글도 아직까지는 구구절절하지만 심플하게.
하지만 이야기는 전달이 되어야 되고 그림책이라는 매체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고
농담을 좋아하는 나란 사람의 성향을 무시할 수도 없고
근데 또 워낙 다양한 그림책들이 있으니 어중간한 것도 괜찮을 것 같고, 근데 또 변명인 것 같고
나를 과대평가하면 망하는데 실력은 늘고 싶고. 변화도 주고 싶고. 욕심부리다가 망하는 건 제일 싫어하는 거고.
으하하하.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