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말싸미, 영어와 달라 문자끼리 서로 맞지 아니하…

평범하지 않은 30대 남자의 영어에 대한 굴욕

by Younggi Seo


변환 원리는 자기 나라말의 생각 방식을 다른 나라말 생각 방식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 즉 영작의 기술이다.





렉사일(Lexile) 지수라고 있다. 영어 원서를 읽는 데 그 책의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만약 당신의 렉사일 측정 수준이 1000 이면, 1000 Lexile 도서에 해당하는 시드니 셀던의 스릴러, 'The Master of the Game'(게임의 여왕)을 읽는 데 무리가 없다는 뜻이다.



렉사일 지수의 측정은 도서 내용의 문장이 단문인지 복문이지에 따라, 영어 단어의 수준에 따라서 수치가 매겨진다. 미국에서 초등학생들은 이 문해력 지수를 테스트 결과로 측정되어 이 수준과 비슷한 책을 선택해서 읽도록 한다. 즉 자신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거나 조금은 신경 써서(추론) 읽을 수 있는 수준의 책을 읽어서 수준별 독서가 가능하다.



엊그제 필자는 이 독서 수준을 측정하는 스콜라스틱사의 SRI(Scholastic Reading Inventory) 테스트를 한 영어도서관에서 봤다. 작년에 '425'가 나와서 굉장히 실망했었다. 그 수치대로라면 나의 영어 원서 독서 수준은 미국의 초등학교 2학년 수준과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보기 불과 한 달 전에 아이엘츠라는 영국의 한 기관에서 주관하는 유학 및 이민 목적으로 많이 치르는 영어 시험에서 종합 6.0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일 년이 지난 올해, 다시 봤는데 '800(초등학교 6학년 수준)'정도 나왔다. 2개월 뒤 다시 테스트를 봐서 '856'이 나왔다. 도서관 사서에게 듣기로는 이것을 한국인 초등학생들이 보면 보통 500 이상 잘 안 나오며, 영어 원서를 꾸준히 읽는다고 이 지수가 오르는 것도 아니고, 오르락내리락한다고 하였다. 그러면 필자는 어떻게 렉사일 지수가 일 년 뒤에 두 배 가량 널뛰기가 되었고, 또 계속 오르막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이 글의 취지가 아니다!)?



필자도 여느 한국 어머니들의 유아 영어 교육방식대로 영어 원서는 오래전부터 계속 봐왔었다. 그렇다고, 렉사일 지수가 처음에 400 초반 수준에 머무는 원서들만 읽어왔던 것도 아니다. 이를 테면,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Tuesdays with Morries)'이라는 원서는 일 년 전에 아이엘츠를 준비하면서 같은 학원에서 원어민과의 회화 수업으로 한 달간 북 스터디를 한 적도 있었으며, 그 이전에는 이 책을 가지고 직접 영어 스터디를 진행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의 렉사일 지수는 '830'이다.



그러면 이 책을 과연 내가 제대로 이해하면서(번역본을 따로 보지 않더라도) 읽었었다고 볼 수 있을까? 렉사일 지수를 400에서 850까지 올리는 일여 년간 회사를 다니면서 필자는 따로 영어 원서를 볼 시간은 없었다. 영어를 자기 계발 차원에서 공부했더라면 '미국식 영작문, 입문 편'이라는 책을 보면서 영작에 필요한 기본 문법을 다시 숙지하고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발췌된 문단 단위의 지문을 한국어(책의 저자가 번역한 글)에서 영어로 영작하는 연습을 반복해서 했었다.



이쯤에서 내리는 결론은 '영어 원서도 이해하면서 읽는다고 착각할 수 있구나!'이다. 이전에 영어회화 학원에서 원서를 읽을 때의 (문법에 대한 지식을 이용해 더디더라도) 정확하게 해석하는 수준이 지금과는 차이가 많이 났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생각해보니 해석이 안되면 번역본을 참고하거나 원어민에게 물어서 무슨 말인지 대강 이해하고 넘어갔다. 즉 꼼꼼하게 이해하기보다 전체적으로 맥락만을 쫓으면서 빠르게 읽어 나갔다. 당시 수업에서는 원어민이 한 문단씩 학생에게 음독을 시켰는데, 기억하기로는 읽으면서 바로 해석이 안되더라도 일단 읽어나가는 데에만 신경을 썼던 거 같다. 그렇다 손 친들, 이와 동시에 치른 아이엘츠 종합점수 6점은 적어도 유럽연합 공통 언어 표준등급(CEFR)의 B2(중상급 수준)에 해당하는데 어떻게 획득했을까?



그게 바로 시험을 치르기 한 달 전에 이 시험을 전문으로 준비하는 입시형 영어학원에서 큰돈을 들이고 문제를 푸는 요령을 연습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내가 렉사일 지수가 얼마 나오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영어 원서를 이해하며 읽는다고 착각하는 수준의 영어 실력을 지니고 있다고 손치자.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토익 고득점을 보장하는 강의를 통해 얼마든지 900점 이상의 점수는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집에 많은 영어 원서를 쌓아 놓았더라도 혹은 영어시험의 점수가 높더라도, 영어 원서 읽기를 제대로 이해하면서 페이지를 넘기고 있는지의 여부는 자신('양심')만이 알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초반부에 말한 렉사일(Lexile) 지수는 자신의 영어에 대한 문해력 수준을 객관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숫자에 가깝다. 다음 회차부터 근래 본인이 읽은 영어 원서들을 통해서 그 이유와 토익시험은 영어 문해력은 둘째 치고, 영어 문해력 신장에 방해만 되는 시험이라는 것을 말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