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에서 LA TRAVIATA 오페라 공연을 보고
오랜만에 클래식 음악의 향연에 젖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최근 투입된 프로젝트에서 매일 아침 출근길과 저녁 퇴근길마다 보이는 '예술의 전당'이 당겼기 때문이다.
오고 가는 길에 보이는 오페라 공연에 대한 현수막과 특히, 정명훈이라는 세 글자가 오랜만에 클래식 심포지엄에 한 번 빠져보고 싶게 만들었다.
그래서 청소년기 때 매일같이 들었던 클래식 음악의 향연에 이어 대략 띠 햇수가 두 번(24년) 돌아서, 마흔에서야 다시 오페라 공연을 통해 클래식 음악을 찾았다. 티켓 가격은 S석이었는데 대략 십팔만원 정도였다. S석은 오페라 하우스 1층의 좌측 귀퉁이 박스 칸에서 대각으로 놓인 좌석이다. 관람할 때 엊그제 들은 피아노 연주 공연보다는 좌우의 관람객과의 간섭이 없어 좋았다.
결론은 격주 일요일마다 보는 복면가왕 가왕전 '100번' 들은 것마다 한 번의 임팩트가 더 컸다. 이것이 클래식이구나~!
18만 원이 안 아까울 정도로 역시나 정명훈! 역시나 클래식 음악! 역시나 베르디!! 이것이야말로 베르디의 향연이구나!!!
객석의 한 어르신이 목이 메어 헛기침을 할 때, 아버지 생각이 나서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만이 아니었다. 가장 큰 임팩트는 오페라의 인터미션(간이 휴식시간 20분)도 끝나고 마지막 3막이 시작되기 전에 잔잔히 흐르는 현악 오케스트라의 음색에서, 대략 24년 만에 사춘기 시절에 느꼈던 감수성이 살아났다.
그때의 감성을 말로 할 거 같으면(?), 중학교 때 새벽녘에 책상 앞에서 밤을 골똘히 새우고 베란다 너머, 창가로 보이는 동창이 서서히 밝아지는 하늘을 볼 때였다 말이다. 그때 내가 만약, ‘과학고'(하지만 어정쩡하게 외고를 갔다;)를 간다면 어떤 생활을 할까 하는 그때에... 하이든 현악 4중주인 ’종달새‘를 들으면서 새벽잠을 청할 때였던 거 같다.
베르디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라 트라비아타'라는 오페라에서 귀에 익숙한 '축배의 노래'부터 주인공 비올레타의 넘어진 포즈까지 전부 이 시대를 사는 사람이라면 한 번씩 오페라 공연 TV광고 속에서 봤을 법한 파노라마였다.
한 편 이 오페라가 지금 AI 시대에 가장 괄목할 만한 것은 바로 자신들의 행복을 추구하려고 하는 두 남녀의 노래, 즉 '개인의 주관성'에 초점을 둔 최초의 오페라라는 것이다. 또한 그들이 말하려는 것은 필자는 도무지 알아듣지 못했어도(심지어 한글 자막이 무대의 위, 좌, 우의 VCR에 보이지만), 나는 정명훈의 지휘봉 하나에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일제히 음을 연주하는 모습에 혼이 나갔었다.
영화는 감독 일인의 종합예술이라는 말이 있다.
클래식 음악 역시 지휘자 일인의 종합 오케스트라인 것이다. 잠시 IT 업계 테크 용어를 빌리자면, 도커라는 컨테이너가 수만 개, 수십만 개 있더라도 그것을 지휘하는 명지휘자는 구글이 창시한 '쿠버네티스'라는 오케스트레이션이라는 것이다.
자, 이제 이번 매거진부터 필자와 클래식의 향연에 빠져볼 준비가 되었는가!?
* 함성과 함께 손뼉 칠 때 브라보!(Bravo!)는 남자, 브라바!(Brava!)는 여자, 브라비!(Bravi!)
참고로 정명훈은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퇴임하면서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기도 했지만, 역시 그가 한 번 지휘한 오케스트라의 품질은 세계적 수준이라는 것은 틀림없을 것 같다. 그런데 오페라 첫 공연을 이 정도 수준으로 들었으니, 귓땡이 수준이 너무 올라간 게 아닌지 우려된다.
태어나서 이십 대 초반에 한 번(파리 목가대 합창단 공연) 그리고 마흔 들어 햇수로 두 번째 관람한 예술의 전당 공연이었다. 첫 번째 공연은 리사이트 피아노 독주회라서(공연 관람 에티켓부터 챙기기 위해서), 다음 편부터 필자가 사랑하는 관현악단 공연으로 다시 찾아오려고 한다.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협연하는 빈 필하모닉(뜨악...;)이라는 오케스트라의 공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