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8년은 아마 죽을 때까지(?) 기억에 남을 해일 겁니다. 처음 해본 것이 정말 많았습니다. 창업도 처음 해보고, 책도 처음 출간하고, 서점도 처음 내보고, 커피머신도 처음 내려보고, 강사 분들 섭외해서 강연도 처음 주최해보고, 북클럽도 처음 열어보고, 뉴스레터도 처음 보내보고, 동영상 강의도 처음 찍어보고, 그 외에도 처음 해보는 일들이 정말 많았네요.
잘한 것
창업한 것. 만약 아직까지도 회사를 다니면서 뭘로 창업할까 언제 퇴사할까 고민하고 있었다면? 생각만으로 끔찍하네요.
책을 쓴 것. 기대보다 많이 팔리진 않았지만 잠시나마 분야별 베스트셀러 같은데도 올라가 보고, 리디북스에서는 전체 순위에도 올라가 봤습니다. 작년에 퍼블리 리포트를 써보고 올해 책을 써보니, 가장 달라진 점은 언제라도 또 책을 쓸 수 있겠다는 일종의 자신감입니다. 물론 쓸만한 컨텐츠를 쌓는 것이 더 문제지만, 글쓰기 자체에 대한 두려움은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참고로 지금도 태니지먼트 내용에 대한 책을 쓰고 있습니다. 원고 기준으로 3~40% 정도 쓴 것 같네요.
북클럽을 연 것. 저는 사실 트레바리나 다른 북클럽에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북클럽을 열 생각은 더더욱 없었습니다. 그런데 디파지토리 첫 강사셨던 박영준 질문술사님이 강연 도중에 '책만 내지 말고 책 내용을 주기적으로 나눌 수 있는 모임을 만드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하는 질문을 주셨고, 얼떨결에 책을 가지고 북클럽을 열게 되었습니다. 해보니 북클럽이 아니었다면 만날 수 없었던 새로운 분들을 알게 된 것이 좋았고, 북클럽을 하면서 컨텐츠가 더 풍성해져서 나중에 강의를 할 때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어리더 북클럽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아쉬운 것
조직문화에 대한 공부를 얼마 못한 것. 퍼블리 리포트 개정 증보판(?)을 꼭 내고 싶었는데, 올해는 태니지먼트 컨텐츠 파악하고 강점과 제 책 내용을 어떻게 연결시킬지 고민하느라 바빴습니다. 그나마 연말에 몇몇 논문을 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조직문화 내용을 정리할지 힌트를 얻은 게 올해의 수확입니다.
글을 많이 못 쓴 것. 사실 퇴사하면서 기대한 것 중 하나가 '원 없이 글 쓰자'였는데, 생각보다 얼마 못썼습니다. 사실 올해 책을 한두권 더 내고 싶었지만(원고라도) 택도 없었네요. 일주일에 한 번씩 뉴스레터에 짧은 글 쓴 것 외에는 브런치에도 글을 거의 못 남겼습니다. 내년엔 다시 글 쓰고 책 쓰는 시간을 일부러 내야겠습니다.
판단 보류
디파지트를 연 것. 디파지트를 열지 않았다면 벌이지 않았을 일들, 그 일들을 벌이지 않았으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분명 잘한 일 같습니다. 한편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한다는 것 자체로 뺏긴 에너지와 시간, 그리고 상당한(?) 임대료 부담을 생각하면 정말 잘한 걸까 고민이 듭니다. 디파지트에 대한 판단은 12월부터 새로 시작한 '人事이트' 모임이 얼마나 활발하게 운영될 지에 달린 것 같네요. 그래서 모임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히리라 기대하는 내년 2분기 정도로 판단을 보류합니다.
2018년이 해보고 싶었던 일을 죄다 벌린 한 해였다면, 2019년엔 제가 정말 잘할 수 있는 일 위주로 교통정리가 좀 필요합니다. 2018년의 키워드가 시작이었다면, 2019년의 키워드는 몰입과 집중. (할 수 있을까?) 일단 디파지트와 관련된 모든 활동은 인사이트와 어리더로 몰고 더 이상 일을 벌이지 않으려 합니다. 인사이트만 해도 챙겨야 할 것이 상당해서, 조만간 운영진도 모집하려 합니다. 그 외에 강의/워크샵은 적당히 하고, 조직문화에 대한 연구와 책 쓰는 일에 더 집중하고 싶어요. 태니지먼트 책은 최대한 빨리 원고 마무리하고, 올해 안에 조직문화 책 한 권, 또 다른 퍼블리 리포트 하나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018년 총 76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50권을 읽은 작년보다야 늘었지만 솔직히 만족스럽지 않네요. 6월까지 52권을 읽었거든요. 그 기세면 올해 100권을 넘겼어야 하지만 책 읽으려고 창업한 것은 아니니... 그 안에서 나름대로 BOTY를 뽑아봤는데 아쉽게도(?) 둘 다 제가 올해 읽었을 뿐 올해 나온 책들이 아니네요. 이 외에도 좋은 책들이 몇 있었지만, 회사 사람들에게 이 책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고 권한 두 책들을 BOTY로 선정했습니다.
조직의 재창조
조직문화를 이야기하는 책에 크게 세 부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조직문화를 회사의 성과를 올리는 도구 중 하나로 보는 리더십과 조직풍토 관점, 하나는 인류학을 기반으로 하여 조직문화를 살펴보는 관점(드뭅니다), 나머지 하나는 발달 심리학 관점에서 조직을 바라보는 관점(역시 드뭅니다)입니다. 제 브런치 첫 글 '당신을 성장시켜 주는 조직'에서 언급했던 'An Everyone Culture'가 발달 심리학 관점입니다. 그 이후로 한동안 발달 심리학 관점에서 조직을 설명한 책을 찾지 못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제가 꿈꾸는 기업이 무엇인지 한번 더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네요.
이 책에서는 'An Everyone Culture'의 DDO(Deliberately Developmental Organization)와 비슷한 개념으로 '청록색 조직'을 제시합니다. 청록색 조직의 핵심 돌파는 '자기 경영', '전인성', '진화적 목적'입니다. 얼마 전 워크샵에서 태니지먼트는 공식적으로 청록색 조직을 지향하기로 선언하였습니다. 우리가 먼저 모델 회사가 되고, 다른 조직이 청록색 조직으로 변하는 것을 도와줄 방법을 고민해야죠. 나중에 또 조직문화에 대한 강의를 할 기회가 생기면 이 책과 'An Everyone Culture'의 내용에 제 생각을 버무려 내용을 구성해보고 싶습니다.
비폭력대화
읽고 나서 제게 참 도움이 되겠다 싶었던 책입니다. 책을 읽고 거기 있는 내용을 실제로 따라 해 본다는 게 쉽지가 않은데 (그런 마음이 들게 하는 책도 잘 없고...) 이 책은 비폭력대화에 대해 좀 더 배우고 연습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워크샵에 참가하고 싶어서 일정을 재고 있었는데 올해는 결국 못 갔고, 어깨 수술한 게 어느 정도 낫는 대로 워크샵에 참가해보려 합니다. 지금도 평가나 피드백에 대한 강의를 할 때 비폭력대화에 대해 소개하곤 하는데 좀 더 익숙해지면 회사뿐 아니라 가족과의 대화에도 도움이 많이 될 책입니다.
창업하고 시간이 없기도 했지만, 작년 가을쯤 오른쪽 어깨 회전근이 파열돼서 아무 운동도 못했습니다. 병원을 잘못 골라서 일 년에 한두 번만 맞아야 될 스테로이드 주사를 다섯 번 넘게 맞질 않나... MRI로 근육 상태 보면 원래 엄청 아팠어야 한다는데 제 어깨가 이상한 건지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어서 1년 넘게 버텼네요. 그래도 일정 범위 밖으로 어깨를 못 움직이고 힘주면 아파서 농구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올해 일정 일찌감치 마치고 연말에 어깨 수술을 했습니다. 지금도 보조기 차고 글 쓰고 있는데 오른팔이 묶여 있으니 엄청 불편하네요. 그래도 생각보다 통증은 없어서 다행입니다. 보조기는 한 달 정도 더 차야 하고, 재활은 거의 6개월 잡아야 하는 것 같던데 그거 끝나면 꾸준히 운동을 할 생각입니다. 아마 수영을 하지 않을까 싶네요.
올해 글을 많이 쓰지 못했지만 제 브런치 구독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새해엔 좀 더 건강한 모습으로 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