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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학 Jan 04. 2017

브랜딩 : 법인의 인격 (1편)
포지셔닝과 핀포인팅

8percent 말랑말랑 세미나

저는 원래 브런치에 조직문화 글을 쓰지만 (다시 한번 강조), 김봉진 대표님 강의를 듣고 썼던 브랜딩 vs. 퍼포먼스 마케팅 글을 보고 8percent의 이호성 CTO님이 회사에서 말랑말랑 세미나를 진행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이 와서 강의를 하고 왔습니다. 벌써 작년이 된 16년 12월 21일, 다섯 시에 수원에서 퇴근하고 부지런히 셔틀버스 타고 달려서(정말 버스 내려서 남대문에서 광화문까지 달렸음...) 회사 도착 1분 후에 강의를 시작하라는 압박에 뭐라고 떠들다 왔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기록을 남길 겸 뒤늦게 정리해 봅니다.


내공이 부족한 사람들이 늘 그렇듯이, 내용들은 대부분 여러 책들과 강의 내용들을 짜 맞춘 수준이지만, 전 직장에서 직접 정리했던 부분도 있고 이번 강의를 준비하면서 새롭게 깨달은 점도 있네요. 공개된 곳에 올리는 글이니 8퍼센트에 대한 이야기는 좀 생략했고, 대신 강의 때 못했던 이야기들이 여기저기 살이 붙었습니다. 너무 길어질까봐 두편으로 나눠서 올립니다.



들어가며...


Start with Why


사람의 뇌를 아주 단순하게 표현하면 안쪽에 변연계가 있고, 그 겉을 신피질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변연계는 주로 감성을 담당하며, 신피질이 논리와 이성, 그리고 언어를 담당합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논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많은 의사결정들이 직관과 감성, 즉 변연계에서 일어납니다. 문제는 변연계는 언어와 논리를 담당하지 않기 때문에 결정을 내려놓고도 왜 그렇게 결정을 내렸는지를 설명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성적으로 판단했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도 실제로는 변연계가 이미 결정을 내린 후에 신피질이 그 결정을 합리화(답정너..)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느껴보시려면 "왜 아내(남편) 분과 결혼하셨어요?"라는 질문에 답해보세요. 참 대답하기 힘든 질문인데, 사실 대답을 하면 안 되는 질문입니다. 그 결정은 변연계가 내렸고, 저 질문에 우물쭈물 나오는 대답은 사실 이미 결정이 난 후에 신피질에서 합리화시킨 답변들입니다. 혹시 솔로 셔서(...) 아직도 와 닿지 않으신다면 갤럭시와 아이폰 중에 뭐가 더 좋은지 댓글로 싸우는 장면을 한번 떠올려 보세요.


(원출처: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 사이먼 사이넥)


이 두뇌의 구조를 놓고, 유명한 TED 강사이자 여러 책들의 저자인 사이먼 사이넥(Simon Sinek)은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에서 기업이 고객(외부고객과 내부고객(직원) 모두)을 설득시키려면 WHY - HOW - WHAT 순서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즉 이 회사가 왜 존재하여야 하는지,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지가 먼저 뚜렷해야 하고, 그리고 그 가치를 어떤 방법으로 기존 player들과 다르게 제공(혹은 기존에 없던 것을 제공)할 것인지,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인지의 순서로 설득해야 신피질이 아니라 변연계를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이죠.

 


아이폰이 나오기 전까지 거의 모든 핸드폰 광고는 핸드폰의 스펙만을 자랑하거나(what) 아니면 인기 연예인을 모델로 쓰는 것들 뿐이었습니다. 아이폰은 등장과 동시에 핸드폰이라는 기기가 우리 삶에 가지는 의미를 재정의 해버렸습니다. 물론 그것이 가능했던 일차적인 이유는 독특한 제품과 기술(what)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혀 새로운 스마트폰을 소개하면서 '우리는 이런이런 새로운 기능들이 있어요'라고 what을 부각한 것이 아니라 '아이폰을 쓰면 당신의 삶이 이렇게 바뀔 거예요'라고 why로 다가왔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 생긴 충성고객들은 갤럭시가 아무리 기능적으로 아이폰과 비슷해져도 아이폰을 고수합니다. 왜냐고 물어보면 '그냥 익숙해서', '앱스토어에 이미 유료 앱을 너무 많이 사서' 같은 이유를 대지만 이것은 신피질이 둘러댄 이유입니다. 결정은 이미 변연계에서 끝났어요. 아이폰 유저라는 것 자체가 나의 가치관과 라이프씬을 대변해 주기 때문에(why) 갤럭시로 갈아타기 어려운 것입니다. (참고로 저는 갤럭시 씁니다...)



우리 회사가 사라진다면 아쉬워할 사람은?


8퍼센트가 꼭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 질문을 다르게 표현하면, "우리 회사가 갑자기 내일 없어진다면 아쉬워할 사람이 누구인가?"입니다. 그런 사람이 있긴 있을까요? 참 어려운 질문입니다. 실제로 물어보았더니 대부분 은행에서 대출을 받긴 어려운데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 고금리가 부담스러운, 중금리 고객들이 아쉬워할 것이라고 답이 나왔습니다. 여기서 한번 더 찌르면, 렌딧을 비롯한 다른 P2P 업체들이 있는데 굳이 8퍼센트가 또 필요한 이유가 있을까요?


사람들은 1등이 아니면 기억하지 않고, 사라져도 아쉬워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업계에서 1등은 하나밖에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럼 업계마다 1등 빼고는 다 사라져야 할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여기서 1등이 되기 위한 마케팅의 두 가지 기법이 나오는데, 바로 포지셔닝positioning과 핀포인팅pinpointing입니다.



업을 재정의하는 포지셔닝


정석적인 포지셔닝 맵의 한계


마케팅 수업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혹은 관련 업무를 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그림을 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출처: google image)


바로 포지셔닝 맵입니다. 고객이 구매 의사결정을 내릴 때 중요하게 여길만한 두 가지 attribute를 축으로 놓고 각 브랜드가 어디에 위치할지 plotting 한 그림 혹은 그래프입니다. 정석 순서로 3C - STP - 4P로 흘러가는 마케팅 보고서를 만들고 있다면 P(positioning)에 해당하는 위치에 들어가는 장표가 이런 그림입니다. 저도 프로젝트를 하면서 칸 채우기 하듯이 이런 그림을 많이 그려 보았지만, 돌이켜보면 이 포지셔닝 맵에는 몇 가지 중대한 단점이 있습니다.


1. 주관적이기 쉽다

위 그래프에서 렉서스가 고급인지/실용적인지, 스포티한 지/전통적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실제로는 이를 판단할 정교한 질문들을 설계해서 고객들에게 설문조사 등을 실시해서 각 attribute을 점수화하게 되는데... 어렵습니다. 시간과 돈이 들지요... 그리고 애초에 위 그림은 정교한 수치 분석을 통해 나온 그래프라기보다는 추상적으로 그린 conceptual chart로 소통될 때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라(?)로 진행할 때는 윗사람들이 동의할만한 범주 안에서 실무자들이 적당히 주관적으로 찍어서 그리기도 합니다... (혹시 보고를 받는 입장에서 확인해보고 싶으면 이 포지셔닝 맵에 대한 근거 데이터를 보여달라고 해보세요)


또한 맵을 그리려면 대표적인 두 가지 요소를 선택해야 하는데, 이 요소를 선택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마케팅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고객 조사 설문지 초반에 3. 구매할 때 고려하는 요소를 순서대로 두 가지 선택해 주세요. 같은 질문을 넣고, 이후에 7. 3번 질문에서 선택한 첫 번째 요소에 대해 아래 브랜드들의 점수를 매겨주세요 / 8. 3번 질문에서 선택한 두 번째 요소에 대해 아래 브랜드들의 점수를 매겨주세요 같이 질문지를 만들어서 우선순위 요소 자체를 고객에게 듣습니다. 역시나 어렵고 귀찮습니다... 가라(?)로 진행할 때는 축도 적당히 선택합니다. 혹은 우리는 어떤 브랜드로 포지셔닝시키자고 결론을 정해놓고 역으로 우리 차별화 요소를 강조할 수 있는 축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2. 실제 브랜드는 점이 아니라 면을 차지한다

브랜드 로고를 엄청 크게 그리지 않는 한 각 브랜드는 하나의 점(각 attribute에 대한 평균값)으로 표시됩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듬성듬성 찍힌 점 사이로 빈틈이 보이죠. 그 빈틈으로 들어가는 것이 가능할 것처럼 보입니다. 적어도 이 그림상으론 말이죠... 하지만 각 브랜드는 평균값인 점이 아니라 일정 영역을 차지하는 면으로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면을 수치화해서 그리는 것은 아직까지 본 적이 없습니다. 즉, 점으로 찍힌 브랜드들 사이에 존재하는 아직 충족되지 못한 영역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른 브랜드들이 차지하고 있는, 우리가 포지셔닝하기 어려운 영역일 수 있습니다.


3. 그런 브랜드가 없는 것이 아니라 시장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포지셔닝 맵을 처음 보면 무의식적으로 눈에 보이는 영역이 곧 시장 크기를 나타내는 것처럼 인식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오해가 여러 가지 판단 미스를 일으킵니다. 2차원 영역에 축을 두 개 그었지만  각 사분면은 눈에 보이는 면적은 같더라도 같은 시장 크기가 아닙니다. 만약 같은 시장 크기라면 4개 브랜드들이 전통적/고급의 영역에서 경쟁할 이유가 없겠죠. 전통적/고급 영역이 다른 영역보다 크기 때문에 브랜드도 많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역으로, 위 맵을 보고 상대적으로 비어있는 실용적/스포티한 영역으로 포지셔닝하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브랜드가 없어서 비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실용적/스포티 시장 자체가 작은 것일 수 있습니다.


4. 액션하고 연결시키기 어렵다

제 생각에 포지셔닝 맵의 가장 큰 문제인데... 우리 브랜드를 맵 상에 찍더라도 그래서 어떡해야 하는지 액션을 도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경쟁사들이나 우리 브랜드의 as-is를 결과적으로 놓고 찍어보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지만, 신규 진출/리포지셔닝 하는 입장에서 우리가 가고 싶은 점을 찍어 본다고 해서 우리가 뭘 해야 그곳으로 포지셔닝할 수 있을지 적어도 이 맵만으로는 알기 어렵습니다.


즉, 포지셔닝 맵은 에이전시/실무자 입장에서 경영진에게 우리는 이 위치에 포지셔닝하려고 합니다 보고하기엔 좋은 프레임이지만, 정작 액션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관적으로) 생각합니다.



고객의 머릿속에 내 집을 만드는 포지셔닝


그래서 이용찬 교수님은 포지셔닝 맵을 따로 그리지 않고 다른 개념으로 포지셔닝을 설명합니다. (이용찬 교수님은 초코파이 '情'을 만드신 식음료 업계 마케팅의 전설 같은 분입니다. 초코파이를 놓고 어떤 포지셔닝 맵을 그려봐도 '情' 같은 포지셔닝은 만들 수 없습니다)


포지셔닝은 말 그대로 고객의 머릿속 어디에 우리 제품/서비스를 넣을 것인지에 대한 작업입니다. 사람은 무엇인가를 기억할 때 독립적으로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관련된 것을 묶어서 저장합니다. 비슷한 서너 가지가 좀 더 상위 레벨 개념으로 묶이고, 상위 레벨들이 묶여서 더 큰 개념으로 점점 추상화되는 것이죠. 이때 묶이는 단위가 5개+-2개이기 때문에 항상 프레젠테이션 같은 때에 요점 정리는 5개+-2개 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종의 트리구조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도 전산을 떠날 수 없다...)


그런데 내가 1등이 되려면 이 트리 구조의 어느 자리에 어떤 녀석들과 묶여 있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누구와 묶이는지에 따라 이미 고객 머릿속에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는 엄청난 경쟁자와 묶일 수도 있고, 아예 나만의 독자적인 집을 새로 만들어 독점할 수도 있습니다. 하이데커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language is the house of being)"라고 했습니다. 즉, 실제 사전적 의미에서의 시장 정의가 어떻게 되어 있든지 간에, 내가 어떤 언어로 포지셔닝하느냐에 따라서 고객의 머릿속 다른 집터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튀기지 않은 감자칩?


어느 날 오리온에서 새로 만든 신제품이라며 크래커를 하나 가져와서는 이용찬 교수님께 포지셔닝을 부탁했습니다. 그 크래커의 이름은 바로 '예감' 입니다.


교수님의 첫인상은 표현을 그대로 옮기자면 '예감이 안 좋다...'였습니다. 왜냐고요? 그 당시 크래커 시장은 35억* 규모밖에 안됐는데, 그 시장에는 이미 절대 강자 제크(35억 중에 30억)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리온은 시장은 조그맣지만 경쟁사가 독점하다시피 하는 꼴을 보기 싫어 신제품을 만든 셈이지요. 그러니 당연히 마케팅하는 입장에서는 예감이 안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예감은 이제는 누구나 들으면 아는 '튀기지 않은 감자칩'이 되었습니다. 우선 이 문구는 업계 사람 입장에서는 성립 자체가 안 되는데, 그것은 감자칩의 정의 자체가 '기름에 튀긴 감자 slice'이기 때문입니다. 오븐에 구운 것은 크래커입니다. 이것을 개발한 사람 입장에서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포지셔닝이지요.  


교수님이 이렇게 포지셔닝시킨 이유는, 그 당시 감자칩이 1,000억 시장이었기 때문입니다. 고객 입장에서 보면 아무도 감자칩과 크래커의 사전적 의미에 관심이 없습니다. 작은 집터(크래커)의 세배 규모인 큰 집터(감자칩)로 들어가면서, 원래 하나의 큰 집터였던 곳을 두 가지로 선긋기 하고, 포카칩과 프링글스 같은 기존 감자칩들을 한쪽(튀긴 감자칩)으로 강제 이주시키고 예감은 비어있는 쪽(튀기지 않은 감자칩)으로 들어간 것이죠.


이 포지셔닝으로 망할 것 같던 예감은 초코파이, 오감자를 다음으로 글로벌 매출 2,000억을 넘은 오리온의 No.3 브랜드가 됩니다. (참고로 4위는 고래밥...) 물론 예감 자체가 맛있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정이라 하더라도 예감이 원래대로 크래커 시장으로 들어가 제크와 고객 머릿속에서 싸웠다면 승산이 얼마나 있었을까요? 그리고 제크를 이기더라도 35억 시장에서 글로벌 2,000억까지 클 수 있었을까요?



제대로 포지셔닝하려면 먼저 셰이킹(shaking)이 필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냥 개념적으로 집터를 나눈다고 해서 꼭 고객에게 먹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어느 집터로 들어가서 어떤 포지셔닝으로 인식되는지는 다시 처음 인간의 뇌 이야기로 돌아가면 변연계에서 정해집니다. 즉, 고객에게 어떤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단어들이 집터를 만들기도 하고 나누기도 합니다. 이용찬 교수님은 이것을 셰이킹 언어(shaking language)라고 표현합니다. 반면에 이성적인 언어(non-shaking language, thinking language)를 쓰면 포지셔닝에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교수님이 하셨던 초코파이 '情'이나 '갈증해소 음료' 게토레이, '튀기지 않은 감자칩' 예감, '한 시간 빠른 뉴스' SBS 8시 뉴스 등은 모두 머릿속에 어떠한 감정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로 되어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포지셔닝은 결국 업을 재정의 하는 것


집터는 위에서 밝혔듯이 결국 시장입니다. 내가 지금 어느 시장에 들어가 있는지를 재정의 하는 것이 포지셔닝입니다. 배민다움을 보면 배달의 민족은 배달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행복한 시간이라 재정의했고, 그 행복한 시간이 주는 느낌과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조직의 막내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이 여기저기 포진되어 있습니다.  또 홍성태 교수님의 사례를 보면 백화점업이 처음엔 물건 파는 곳에서 임대업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Life Stylist(현대), Lovely Life(롯데)로 재정의 됨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8퍼센트는 지금 무슨 시장에 들어가 있을까요? 물론 8퍼센트가 선도해온 시장은 맞지만, P2P 금융업은 너무 뻔한 답입니다. 고객 머릿속 P2P 금융업 집터에 자리 잡고 있으면 지금 대부분의 금융사들이 그렇듯 같은 집터에 자리 잡은 수많은 경쟁자들과 누구의 이자율이 0.1%라도 더 높은가(대출받는 입장이라면 낮은가)를 놓고 계속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What의 싸움입니다.



내가 이길 수 있는 곳에서 싸우는 핀포인팅


업계 1위!!!!!!!!!!!!!!       (강남구 기준)


핀포인팅은 우리의 타깃 고객을 아주 좁게 정의하는 것을 말합니다. 얼마나 작아야 하냐면 그 시장에서 만큼은 우리가 무조건 1등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그냥 우리의 타깃 고객은 '20~30대 여자'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강남/역삼 지역에 근무하며 과천/안양/수원 등에서 출퇴근하는 27~32세 사이의 사무직 여성'이라고 정의하는 것이죠. 아주 구체적인 좁은 고객군을 잡은 후에, 우리 상품과 서비스를 해당 고객군에 딱 맞추고 모든 마케팅 활동도 그 고객군에만 집중시켜서 거기만큼은 우리가 1등이라고 말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선택과 집중입니다.


배민다움에서는 와라와라의 사례가 나와있습니다. 와라와라는 '27세'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잡고 술이나 안주 구성, 서비스(술 마실 때 머리가 거슬리지 않게 헤어밴드를 서비스로 준다든지) 등을 타깃 고객에 맞춰서 여성들이 선호하는 술집이 되었습니다. 여기서부터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는데, 27세 여성들이 좋아하는 술집이 되면 남자들도 당연히 거기로 가게 되었습니다. 마케팅에는 아주 중요한 법칙이 하나 있는데, 모두를 만족시키려 하면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핀포인팅을 하려 하면 보통 회사 입장에서는 다른 잠재고객들을 놓치는 것이 아닐까 하고 두려워하기 마련인데, 역설적으로 모두를 만족시키려고 하면 이도 저도 아닌 회사가 되어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핀포인팅하면 생각나는 최근 사례가 하나 더 있습니다. 페북이 제게 타깃 광고를 보여주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한동안 페북에 들어가기만 하면 "강남 3구 부자들은 어디에 투자할까요?"라는 광고가 나왔습니다. (이제 다른 광고로 바뀌어서 캡처를 못했네요) 어디에 투자할까요? 렌딧입니다. 그런데 사실 광고를 자세히 읽어보면 렌딧에 투자한 우수고객 중에 강남 3구 고객이 많더라라는 의미입니다. 강남 3구 부자들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분석해보니 렌딧의 비중이 제일 높더라가 아닙니다. 그런 자료는 구할 수도 없고요. 그러니까 또 공대생의 눈으로 엄밀히 말하면 '강남 3구 부자들은 어디에 투자할까요?'는 맞지 않을 수 있는데, 투자를 아예 안 한 것도 아니고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P2P업체 광고 중에 유일하게 제가 기억하고 있는,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훌륭한 핀포인팅 사례입니다.


그러니까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역발상이 필요합니다. 특히 O2O 스타트업은 자본과 인력의 문제로 시작부터 전국을 커버하기 어렵습니다. 서울도 너무 넓어서 한두 개 구를 정해놓고 차츰 넓혀 나가는 린스타트업 방식으로 하지요. 그런데 '우리는 지금 역량이 부족해서 강남구 밖에 못해요'가 아니라, '강남구에서는 우리가 1등입니다'라고 해보세요. 물론 그전에 그렇게 말할 수 있도록 강남구에서는 진짜 1등이 되셔야 합니다.


그럼 8퍼센트의 고객을 좁히고 좁히면 누구일까요? 이 사람만큼은 꼭 P2P 대출을 받아야 하는 사람(혹은 투자를 해야 하는 사람), 그것도 다른 업체가 아닌 8퍼센트에서만 해야 하는 그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그 답을 찾는 것이 처음 질문 '8퍼센트는 왜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힌트를 줄 수 있습니다.



(2편) 브랜드의 진정성 보러가기




* 사이먼사이넥의 책에 대해서는 이전 글 왜 일하는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 각종 시장규모 수치들은 제가 따로 찾아보지 않고 교수님께서 강의때 말씀하신 수치를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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