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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학 Jan 10. 2017

브랜딩 : 법인의 인격 (2편)
브랜드의 진정성

8퍼센트 말랑말랑 세미나

작년 말 8퍼센트에서 브랜딩에 대해 강의했던 내용 2편입니다. 아직 안 읽으셨다면 1편(포지셔닝과 핀포인팅)을 먼저 읽고 보셔야 내용 연결이 됩니다.



이번 글을 쓰다가 한국경제에서 "그들은 왜 자발적으로 LG와 오뚜기 홍보에 나섰을까... 브랜드가 곧 인격이다"라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맥락상 연결되는 부분이 있으니 나중에 참고 삼아 읽어보세요.




Brand Authenticity


이전 편에서 변연계와 신피질(WHY-HOW-WHAT),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 포지셔닝과 핀포인팅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를 회사 외부(고객)와 내부(직원)에 소통하고 인식시키는 것이 바로 브랜딩입니다. 좀 더 풀어서 보면, 브랜드가 존재하는 이유(Brand Mission)표방하는 가치(Brand Value), 그것을 한 단어로 함축한 Brand Essence가 있고, 이것이 고객 눈에 브랜드를 전달하는 Brand Identity를 중심으로 외부(제품/서비스, 광고, SNS, 홈페이지 등)와 내부(인사제도, 규율, 관리/지원) 등에 일관성 있게 소통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이전 직장에서는 전사적 마케팅이라는 framework로 정리했었습니다. 


외부에 일관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개념은 원래 IMC(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나 요즘은 IBC(Integrated Branding Communication)로 불리는데, 제가 정리한 그림은 거기에 내부의 explicit 한 제도들과 implicit 한 규율/분위기까지 고려 대상으로 넣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8퍼센트는 과연 일관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을까요? 네이버에서 8퍼센트를 한번 검색해봅시다.

(출처: 네이버 검색)


이 짧은 문구 안에 몇 가지 메시지가 있는지 봅시다.

'대출이자 확 줄이자, 신용도 영향 없는 대출, 인터넷 전문 은행 K뱅크 주주, 사람과 사람이 만드는 금융'


좀 더 아래로 내려가서 홈페이지로 들어가는 링크를 보면,



이번엔 사이트 설명에 '중금리 대표 핀테크 기업, P2P대출업체, 대출형 크라우드펀딩, 인터넷신용대출'이라고 쓰여있습니다.


이 것을 본 사람들의 머릿속 어느 방에 8퍼센트가 들어가게 될까요? 들어가기라도 하면 다행입니다. 이 문구들을 본 고객들은 아마 대출업체, 기껏해야 P2P금융업체의 방에 8퍼센트를 집어넣었을 것입니다. 물론 저런 문구들을 쓰게 된 배경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신생업체는 어떻게든 많은 검색어에서 검색이 되어야 하고, 어떤 키워드든 고객의 머릿속에 살아남는 것이 우선이 맞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점점 커가면서도 저런 상태를 유지한다면 회사가 커질지는 몰라도 브랜드는 클 수 없습니다. 


그것이 이전 글 브랜딩 vs. 퍼포먼스 마케팅에서 말하고자 했던 퍼포먼스 마케팅의 단점입니다. 인터넷의 반응이 있는 메시지 위주로 부분 최적화를 하다 보면 정작 내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묻힐 수도 있고, 광고/SNS/홈페이지 등 채널 별로 조금씩 다른 메시지가 돼버릴 수 있는 데다가, 인터넷의 반응(클릭 수 등)이 정말 잠재고객의 반응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이런 마케팅은 고객의 머릿속에 나만의 집을 짓고 사는 것이 아니라, 제발 어느 방에든 하나라도 걸려라 식으로 메시지를 난사하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나만의 확고한 집을 짓기 전까지는 내가 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고객이 반응하는 메시지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마케터의 숙제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금융업체들은 이렇게 브랜딩 하지 않습니다. 4대 메이저 금융그룹들조차 광고를 보면 무슨무슨 혜택, 할인 광고에, 어떨 때는 그냥 별 계열사가 다 있는 종합금융그룹이란 것만 홍보하기도 하고, CM송만 줄창 부르기도 합니다. 전부 what에 대한 광고입니다. 이런 바닥에서 왜 브랜딩이 필요한지를 생각해보면 현대카드를 떠올려보세요. 제가 마케터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극단적으로 말해서 현대카드는 다른 모든 금융사와 다른 방에 들어가 있습니다. 카드는 하나의 결제수단에 불과하지만, 현대카드는 그 결제수단으로 문화,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곳입니다. 저는 현대카드의 구체적인 혜택이나 이자율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대신 현대카드 만이 주는 슈퍼콘서트 같은 것에 관심이 있습니다. 정작 슈퍼콘서트에 가본 적은 단 한번밖에 없지만, 그런 문화를 선도하는 회사의 제품을 쓴다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는 것이지요.



Brand Authenticity


전사적 마케팅 framework에서 왼쪽의 외부 소통을 External Branding, 오른쪽의 내부 소통을 Internal Branding으로 나누기도 하는데, External Branding이 결국 (협의의) 마케팅이고 Internal Branding을 저는 조직문화와 연결*시키고자 합니다.

브랜드가 외부와 내부에 주는 메시지가 같을 때 우리는 그 브랜드를 진정성(Authenticity) 있는 브랜드라 합니다. 강력한 why를 가진 브랜드는 고객의 변연계에 어필할 뿐만 아니라 그 why에 동의하는 인재들을 끌어당깁니다. 고객은 무의식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가 나에게 주는 느낌이 그 회사가 원래 가지고 있는 원래의 분위기, 조직문화라고 느낍니다. 그런데 브랜드가 외부에 말하는 것과 실제 그 조직의 문화가 다르다고 느끼면 인지적 부조화가 일어나고 그 브랜드가 진정성이 없다고 생각해 반발이 일어나게 됩니다. 직원들 또한 입사하기 전에 생각했던 그 회사가 아닌 것 같다고 배신감을 느끼지요. 


예를 들자면, 아이폰과 갤럭시는 사실 제품의 기능이나 스펙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사실 디자인도 점점 비슷해져 갑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이폰의 혁신은 잡스처럼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갤럭시의 혁신은 윗사람들이 직원들 엄청 야근시키고 달달 볶아서 만든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애플과 삼성의 문화에 대한 이미지 때문입니다. 


또 다른 예로, 두산은 '사람이 미래다'라는 그룹 이미지 광고로 사람들의 인식이 한 때 갑자기 좋아졌었으나, 신입사원까지 구조조정 대상에 들어갔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더 큰 배신감과 반발을 일으켰습니다. 이 문구는 과연 그룹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것일까요 외부 에이전시에서 그럴듯한 문구를 뽑아온 것일까요?


정말? (출처: 네이버 검색)


마케팅에서는 우리가 외부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페르소나(Persona)*라고 합니다. 원래 연극배우들이 쓰는 가면이라는 뜻이니까, 브랜드 페르소나(Brand Persona)는 브랜드가 쓰고 싶은 가면입니다. 반면 지금 나의 실제 모습은 퍼스널리티(Personality)입니다.


누구나 페르소나와 퍼스널리티가 완전히 같을 순 없습니다. 아내가 잘 알지만 저도 집에서 하는 짓거리밖에서 하는 행동이 다릅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많이 다른 사람을 우리는 가식적인 사람이라 하고, 심하게 다른 사람을 이중인격자, 싸이코라 부릅니다. 브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TV 광고에서 보이는 이미지와 그 회사 직원들이 말하는 회사의 본모습이 너무나 다를 때 우리는 그 브랜드를 신뢰하지 못하게 됩니다.


Needs와 Wants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필요와 욕구입니다. 이제 추워서 옷 입는 사람, 옷이 없어서 옷을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핸드폰도 꼭 필요한 기능만 충족시키려면 솔직히 중저가 모델로 충분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꼭 필요하지 않은 소비를 하는 이유는 나를 드러내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제품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제품의 이미지를 소비합니다.


필요의 시대에는 '세계 최초', '국내 1등' 같은 문구만 붙이면 다 광고가 되었습니다. What에 대한 광고입니다. 그렇지만 요즘 광고는 점점 라이프스타일, 문화 같은 이미지를 내세우고 기능은 은근히 드러나는 방식으로 광고가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이미지가 거짓이라 드러나면 광고가 거짓이 되고, 덩달아 광고했던 제품과 서비스도 신뢰가 떨어집니다. 


그런데 이미지는 어떻게 거짓으로 드러날까요? 땅콩 항공이나 한화 삼남처럼 큰 사고 치면 언론으로도 드러나지만, 요즘은 SNS(Blind 포함)가 워낙 발달하다 보니 내가 다니지 않는 회사의 분위기까지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만약 땅콩 항공이 어느 날 자유롭고 수평적인 문화를 나타내는 광고를 한다면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CEO의 중요한 역할은 브랜딩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회사가 외부에 주는 메시지와 회사 내부의 조직문화가 최소한의 일관성이 있는지 지켜보고 있어야 합니다. 이 독특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CEO, 스타트업의 경우 창업자 밖에 없습니다. R&R 측면으로 보면 우리 회사의 마케팅팀과 인사팀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맥락을 파악하고, 필요할 때 제동을 걸고 양쪽을 중개해 줄 수 있는 자리가 거기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CEO의 딜레마가 발생합니다. 브랜드가 외부에 보여주고 싶은 모습, 브랜드 페르소나(Brand Persona)를 고민할 때는 CEO도 객관적으로 사업적 측면에서 바라봅니다. 그런데 특히 스타트업일수록 생존의 문제에 쫓겨 내부의 문화를 충분히 고민하지 못하면서 CEO 개인의 성격과 일하는 방식(Personality)이 회사의 조직문화로 굳어져 가게 됩니다. 회사의 조직문화는 가만히 내버려두면 사장님 성격 따라가게 되어 있습니다. 직원들이 알아서 기기 때문이죠.


처음 시작한 스타트업은 어쩔 수 없겠지만, 창업한 지 몇 년이 지나고 조직의 규모가 두 자릿수가 되어 버리면 회사의 조직문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창업 멤버들의 성격과 일하는 방식 중에 법인의 조직문화로 유지할 부분이 무엇이고, 창업 멤버들과 상관없이 우리 법인의 문화로 만들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법인은 법적인 인격체입니다. 사람이 인격이 있는 것처럼 법인도 인격이 있습니다. 법인을 만드는 것은 아이를 낳은 것과 다름없습니다. 아이도 어릴 적인 부모의 성격을 많이 닮지만 사춘기가 오면서 자기만의 정체성과 인격이 자리 잡는 것처럼, 법인에도 사춘기가 있습니다. 이 시기를 대충 보내게 되면 어른이 돼서도 부모의 영향력을 벗어나지 못하는 마마보이처럼, 법인도 창업자가 모든 것을 쥐고 결정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창업자 의존적인 조직이 되어버립니다. 


그런데 마마보이가 되는 것은 아이의 잘못 보다는 부모의 잘못이 클 것입니다. 부모가 아이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그렇게 키운 거지요. 창업자가 내 회사라는 생각에 모든 것을 틀어잡고 있으면 법인은 영속하는 조직이 되기 어렵습니다. 기껏해야 창업자 한 세대를 견디는 조직이 되겠지요. CEO의 딜레마입니다.



브랜딩엔 시간이 필요하다


위의 전사적 마케팅 차트를 보고 무언가를 떠올린 분이 혹시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 차트를 그릴 때 제가 참고했던 개념이 있었는데, 바로 Cynthia A. Montgomery가 The Strategist에서 보여준 The Strategy Wheel입니다. (The Strategist는 한국에서 당신은 전략가입니까?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기업이 존재하는 목적(Purpose), 혹은 제공해야 할 가치를 어떻게 경쟁력 있게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가 전략이고, 그렇게 만들어낸 가치를 고객/직원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가 브랜딩이라고 연결 지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이전에는 별개라고 생각했던 전략과 마케팅이 가치를 중심으로 점점 blending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영이란 무엇인가, Understanding Michael Porter를 쓴 Joan Magretta는 좋은 전략의 조건으로 다섯 가지를 꼽습니다.


1. the unique value proposition

2. a tailored value chain

3. the trade-offs or limits

4. fit, or how the various activities align with each other

5. continuity of strategy


특히 Joan은 마지막 continuity를 강조하면서 이 모든 것(전략)이 가능케 하는 것(the enabler)이 바로 continuity라고 이야기합니다. 


Continuity reinforces a company's identity - it builds a company's brand, its reputation, and its customer relationships.


우리가 제공하려는 가치를 충분히 잘 만드는데도 시간이 걸리고(value chain의 최적화와 fit), 그 가치를 고객이 인지하고 고객과 우리 회사가 충분한 관계를 맺는데도 시간이 걸립니다. 이랬다 저랬다 하지 않고 충분한 시간을 고객이 우리 브랜드와 함께 지내야 고객이 우리 브랜드의 진정성을 알아주고, 브랜드를 하나의 인격체로 맞아들이게 됩니다.


브랜드도 아이와 같습니다. 아이가 자기만의 정체성을 가지고 인격체가 되기까지 부모가 많은 수고를 들이면서 기다려줘야 하는 것처럼, 브랜드도 자기만의 인격을 가질 때까지 자꾸 뒤흔들지 말고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요즘은 여러 도구들이 발달해서 광고의 효과를 바로바로 알 수 있는 시대이기에, 무엇을 건드려도 되고 무엇을 건드리면 안 되는지 마케터가 생각하고 있지 않으면 회사가 고객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이리저리 갈대처럼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에필로그...


강의 자체도 예상보다 좀 길어졌는데, 이후에 질의응답 시간에 많은 질문을 해주셔서 8퍼센트 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왔습니다.


저는 커리어를 전략 컨설팅에서 시작해서 이후엔 마케팅을 하며 조직문화를 고민하고 있는데, 중심에 가치가 있다고 볼 때 좀 더 value chain에 집중하는 것이 전략, 외부 소통에 집중하는 것이 마케팅, 내부 소통에 집중하는 것이 조직문화라고 스스로 정리하면서, 동떨어진 것이라 생각했던 내 커리어의 점들이 가치를 중심으로 서로 연결되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네요. 


이 점들이 5년, 10년 후에 결국은 어디로 이어질지 궁금합니다.

아울러 자리를 마련해준 8퍼센트의 이호성 CTO님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아직도 안 읽으셨다면, 브랜딩 : 법인의 인격(1편) 포지셔닝과 핀포인팅 보러가기

이 모든 난리의 시작, 브랜딩 vs. 퍼포먼스 마케팅 보러가기




* Internal Branding이 조직문화와 연결된다고 표현한 것은, 이 둘이 공통분모가 있지만 동일한 개념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조직문화는 조직의 미션, 가치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부분도 있지만 사람과 사람이 같이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기게 되는 암묵적 행동양식의 합의를 모두 포괄하는 Internal Branding보다 좀 더 큰 개념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페르소나(Persona)는 책마다 가끔 다른 의미로도 쓰이는데, 예를 들어 MIT 스타트업 바이블에서는 이 용어를 타깃 고객에 대한 매우 구체적인 묘사, 혹은 실존 인물을 나타내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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