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영학 Jan 28. 2018

노력, 운, 그리고 브랜딩

Be my B:urger 후기

오늘(1/27) 오전 브랜드 살롱 Be my B 시즌 2 첫 번째 모임, Be my B:urger에 다녀왔습니다.

(Be my B가 어떤 모임인지는 여기서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시즌 1에도 관심은 있었는데 주제가 안 맞거나(Baseball 안 좋아하고 Beer 안 마심...) 시간이 안 맞거나 등의 이유로 못 갔었어요. 그러다 이번에 좋아하는 버거를 주제로 모임이 열려서 신청했고, 다행히 추첨되어서 직접 가볼 수 있었습니다. (추첨 맞죠?)


수제버거를 좋아하긴 하는데 연애할 때 먹던 감싸롱과 상해에서 날 감동시킨 뉴욕 스테이크 하우스 이후로 한국에서 맛있는 수제버거를 못 먹었던 것 같네요. (맛있는 버거가 없다는 게 아니고, 집에서 먹는 밥을 좋아하는 딸 때문에 맛집 잘 찾아다니지 못하는 스타일...) 작년에 구희석 님의 미국 서부 버거 원정기를 보면서 침이나 질질 흘리고 결국 실행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조명광님이 찍으신 사진을 슬쩍


이태원 더버거를 창업하셨던 조민성 대표님이 강의해 주셨는데, 강연과 오늘 모임 자체에서 제가 느낀 점만 몇 가지 올려봅니다. (조민성 대표님 소개는 여기)


1. 운은 만드는 것이다


어쩌다 이태원 더버거를 창업하게 되셨는지, 그리고 어디서 신메뉴의 아이디어를 얻고 어떤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뜨게 되었는지 진솔하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유독 자주 말씀하신 문장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운이 좋았죠
20년 동안 직장생활 열심히 했습니다


겸손하게 운이 좋다고 말씀하시지만, 그 운을 가져다준 인맥들은 전부 직장 생활하시며 그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인정받았기 때문에 쌓을 수 있었겠죠. 더버거를 하시면서도 매일 같이 18시간씩 일하며 이태원, 강남, 송도 점을 매일 돌았다든지, 심지어 사업 전 쉬면서 여행 다닐 때도 온 가족을 이끌고 며칠 씩 트레킹을 다니며 세계 방방곡곡의 50여 개 브루어리를 다 가보셨다는 것을 보면서 노력하지 않는 사람에게 운은 오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멈출 때를 알아야 한다


매일 그렇게 일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 여러 가지 복잡한 이유로 처음 목표했던 3년이 아니라 1년 반 만에 지분을 털고 엑싯 하셨다고 합니다. 어찌 보면 브랜드가 한창 잘 나가고 있고, 앞으로도 훨씬 더 성장할 수 있는 상태인데 빠지신 것이죠. 


일주일을 목표로 스웨덴 트레킹에 가셨다가 아내분이 너무 힘들어하셔서 3일 만에 포기(가 아니고 차를 렌트) 하신 예를 들면서, '무엇이 성공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소니 전 회장이 회의시간에 자주 하던 멘트 '오늘은 여기까지'. Bucket list 만큼 stop-doing list도 중요하다고도 말씀하셨죠.


제가 요즘 너무 다양한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더 지치기 전에 뭔가 정리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던 찰나에 고민거리를 던져주셨습니다.


3. 결국 고민은 사람


수치적으론 사업이 매우 잘 되고 있었지만 결국 엑싯할 때까지 답을 못 찾은 문제가 사람이라고 하시네요. 그냥 가족들 다 고생해서 메우는 것 말고, 뭔가 시스템을 갖춰서 돌아가게 하는 것. 장기적으로 같이 갈 수 있는 직원들을 길러내는 것. 


급여도 비슷한 업체보다 20% 정도 더 주고, 심지어 직원들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서 매장에서 사진전을 열거나 유럽여행도 보내주셨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버거 매장'이라는 공간의 한계 때문인지... 그만두시는 순간까지도 사람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하신 것 같은데 역시 가장 어려운 것이 사람 고민인 것 같습니다. 


4. Be my B에 모인 사람들


사실 이 모음이 어떤 분위기인지 전혀 모르고 브랜딩이나 버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캐주얼한 대화들을 나누지 않을까 했어요. 그런데 조민성 님의 이야기가 정말 묵직하게 다가왔고, 오신 분들도 대부분 마케팅/브랜딩을 본업으로 하시는 분들이셨습니다. 저는 처음이지만 이미 여러 번 모임에 오신 분들이 많더군요.


올해는 온라인으로만 알던 분들을 오프라인에서도 뵙는 것이 목표라서 재밌어 보이는 모임이 있으면 나가보려 합니다. 모임 성격마다 오시는 분들이 다른데, Be my B는 마케팅 분야의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자리인 것 같네요. 일찍 갔으면 이야기를 좀 더 했었을 것 같은데 지각하는 바람에...


(그리고 아예 작가 명함을 하나 새로 파고 싶어요. 오늘 문득 제 개인 로고(?) 내지는 캐릭터를 만들어서 명함이나 책에 넣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재미로 도와주실 수 있는 디자이너분 혹시 있으신가요??)


5. 브랜딩과 창업가의 이야기를 왜 좋아하는가


제 브런치에 초창기부터 오신 분들은 1년 전쯤에 어쭙잖게 브랜딩에 대해 쓴 몇 개의 글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친구의 부탁으로 브랜딩 강연도 한번 한 적이 있구요.


이전 회사에서 갑자기 제 상사가 CMO(Chief Marketing Officer)님이 되시면서 저도 얼떨결에 SMO(Senior-)가 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그 분과 같이 1년 정도 브랜딩이란 대체 어떻게 하는 것인가 체계를 잡고 일종의 매뉴얼을 만들어 직원들 대상으로 워크샵을 여는 일을 했었어요. 전문가 분들이 보시면 어설픈 수준이겠지만, 어쨌든 그게 브랜딩과 저의 첫 인연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 정의한 브랜딩(회사 내부 용어로는 '전사적 마케팅')은 브랜드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로부터 시작합니다. 그 이유를 외부와 소통하는 것이 브랜딩이고, 내부와 소통하는 것이 조직문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조직문화에 대한 글을 줄곧 쓰는 저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브랜딩에도 늘 관심이 갈 수밖에 없지요.


이러한 존재의 이유는 보통 창업가가 어떤 계기와 철학을 가지고 회사를 세우고 브랜드 이름을 지었는지에서부터 드러납니다.


책이나 강연으로 창업 스토리를 들어보면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혀 다른 일을 했었다, 이런 거 할 줄 몰랐다, 원래는 다른 걸 준비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걸 하고 있더라


그런데 이야기를 자세히 듣다 보면 듣는 사람은 어느 순간 깨닫습니다. 아, 저분은 저걸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구나.


어릴 적에 제가 푹 빠져있던 것이 있는데 바로 추리소설입니다. 초딩시절 방에서 공부하는 척 추리소설을 읽고 있으면 아버지가 쓱 오셔서 눈알이 튀어나오게 뒤통수를 쌔리시곤 했죠... 추리소설을 보다 보면 작가가 복선을 여기저기 깔아 놓습니다. 왜 저 사람이 범인일 수밖에 없는지, 그 범죄를 왜 저질렀는지. 창업가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듣는 사람에겐 그 복선이 보입니다. 그 복선을 찾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요. 오늘 대표님의 인생 스토리에도 복선이라 할 만한 것들이 여기저기 깔려있었습니다. 왜 제가 창업가들의 이야기를 그렇게 좋아하는지 스스로 납득하게 된 하루였습니다. 


에, 물론 제가 언젠가 창업하고 싶어서 그렇기도 합니다. 저지르기엔 아직 복선이 충분히 모이지 않은 듯.





덧. 햄버거 맛있었어요.

덧2. 자기소개 시간에 좋아하는 브랜드를 말해달라고 해서 고민하다 얼떨결에 '람보르기니'라고 해버렸는데 어마 무시한 허세남이 되어버린 듯하네요.

매거진의 이전글 브랜딩 : 법인의 인격 (2편) 브랜드의 진정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