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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킬 마이 론리 Dec 21. 2018

작은 고양이, 여름아 네가 왔을 때

공기는 선선하고 해는 따갑던 그 가을

기억을 더듬어 쓰기로 했다. 너와 다르게, 인간의 기억은 몸에 새겨져 있지 않다. 그러므로 가을이 완연하던 그 토요일 네가 우리 집에 처음 들어오던 그때를 아빠는 더듬는다.


그날 아침은 유독 떨렸다. 우리가 유기묘 보호소에서 너를 입양하기로 결정한 후 한 달이 지났을 때였다. 우리는 너를 데려오기 위해 한 장의 질문지와 두 장의 서류를 적었다. 다행히 나는 딱 내 밥과 네 밥을 댈 수 있을 만큼 돈을 벌었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고양이가 길가에 버려지거나, 혹은 그곳에서 태어난다. 생명이 태어나는 것은 그 자신과 부모에게 축복이지만 집이 길거리인 네게는 과연 그랬을까.


우리가 널 만나기 두 달 전 너는 온통 입에 곰팡이를 묻히고 있었다. 허피스를 달고 있었으며, 오른쪽 목덜미 조금 뒤의 등에는 피부병이 옮아 온통 털이 빠졌댔다.


너는 우리가 처음 흔드는 장난감에 반응을 보여줬다

우리 집에 들어올 때는 갓 4개월이 된 너였다. 해는 강하고 공기는 선선하던 완연한 가을이었다. 나와 네 엄마는 평소와 같이 점심을 먹고, 차를 마셨지만 온통 한 번도 본 적 없는 네 생각을 했다.


네가 우리 집에 들어와 처음 바닥을 밟았을 때 네 모습이 선명하다. 낯을 가리는 다른 고양이들과는 다르게 너는 그저 한 번 울더니 마치 알고 있던 장소라는 듯 열심히 좁은 원룸 온 구석을 뒤지고 돌아다녔다.


털이 빠진 그곳은 본디 네가 가지고 있어야 할 치즈색 털이 아닌 흰 털이 나 있었다. 지름 5cm 정도 되는 작은 원이었다. 나는 어쩐지 하나도 빠짐없이 사랑스러운 네 모습 중 유독 그 부분을 사랑하게 되리라 믿게 됐다.


우리가 너를 데려온 매니저님께 건넨 알로에 주스를 엎더니, 이내 우리 허벅지에 네 정수리를 비볐다. 그분이 읊는 너를 키울 때 주의할 점은 어쩐지 지금도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쩌면 영원히 잊지  못할 장면이야

매니저님이 떠나자 우리는 우리 앞에 있는 작은 한 생명이 경이로웠다. 우리는 널 한참이나 쳐다봤고, 너는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방안을 거닐었다.


한참이 지나고 거닐던 너는 바닥에 앉았다. 엄마는 누워 네게 손을 내밀었다.

그다음은 아마 내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광경이겠지. 엄마가 내민 손에 너는 네 아주 작은 손을 올려두었다.


나는 한참을 바라보다 겨우 사진 한 장을 남길뿐이었다. 두 사람, 작은 고양이 하나가 함께 살기 시작한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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