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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킬 마이 론리 Jun 09. 2019

사랑을 알게 된 한살배기 여름

감정을 배우는 고양이

애인이 한 트위터 글을 보내줬다. 어떤 강연을 들었는데 고양이는 사람의 2.5세 감정연령과 비슷하다는 내용이었다. 강연에 따르면 고양이가 한 살쯤 되면 애착과 사랑의 감정을 알게 된다고 한다.


그 내용을 읽고 나서일까. 이제 갓 한 살이 된 여름이도 사랑을 표현하기 시작했다고 느꼈다. 여름이를 쓰다듬으면 손을 가져와 그루밍을 해주고는 한다. 손을 한참 핥아주다가는 살짝 깨문다. 잠들 때 손을 대면 놀라 잠시 쳐다보다가 손길이 좋다는 듯 눈을 다시 감기도 한다.


내가 화장실에 들어가 샤워를 할 때면 화장실 앞 탁자에 올라앉아서는 야옹하고 운다. 나오면 다시 야옹. 나와 눈을 맞춘다. 나는 그 모습이 퍽 좋아서 그를 쓰다듬고 코에 입을 맞춘다. 내가 로션을 바르기 위해 걸으면 졸졸 따라온다.


사랑해


사람과의 사랑과 고양이와의 사랑은 퍽 다르다. 언어가 배제된 관계에서 내가 그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코뽀뽀와 간식, 그리고 간혹 쓰다듬는 내 손이다. 간식을 제외하고는 그 역시 만족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지만 말이다.


내가 주는 사랑이 그에게 충분할까 걱정한다. 밥을 주는 일이나 똥을 치우는 일 따위에 비해 사랑을 주는 일은 얼마나 힘든지.


아무리 봐도 사랑해


반면, 그는 손을 그루밍해주고 나를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졸졸 따라다니는 방법으로 내게 확실한 사랑을 준다. 그루밍하다가는 손을 깨문다. 아파하는 모습을 봐도 그는 멈출 생각이 없어보인다. 아무래도 그는 그의 사랑법을 확신한다. 그 사랑은 너무나도 크고 강렬해 때로는 맹목적이기까지 하다.


나는 확실히 그를 사랑한다. 그만큼이나 내 방식대로 사랑하고 싶다. 나를 사랑해주니 내 방식도 그리 틀린 것만은 아닐 것이다.


한 살이 먹기 전 그는 내 사랑을 잘 이해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 역시 나를 확실히 사랑한다. 우리의 관계는 아주 오래도록 이와 같이 남을 것이다. 그를 부양하며 때로는 곤란한 순간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사랑 아래 영원히 확실하게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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