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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킬 마이 론리 Jul 06. 2019

서울, 이 거대도시에서 길고양이와 공존하는 법

이 도시의 아름다운 길고양이들

나는 상수역 인근에서 살고 있다. 집 근처에는 글 쓰고, 작업하기 좋은 카페가 있어 거의 매일 그곳을 찾곤 했다. 이 카페 주변에는 고양이가 참 많은데, 갈 때마다 눈에 띄는 아이들이 있어 나와 애인의 가방에는 자주 츄르*가 구비돼 있었다.


이 동네에서 가게를 하는 사람들은 참 다정하다. 카페가 있는 골목 여러 가게들이 사료가 담긴 그릇을 가게 앞에 비치해 놓는다. 이 골목의 사람들이 고양이와 공생하는 법을 소개하고 싶다.


한 카페의 입구


앞서 자주 간다고 적었던 그 카페에는 작년 가을부터 몸집이 꽤 커다란 고양이가 한 마리 찾아왔다. 이름은 리옹이었다.  


리옹은 종종 찾아와 사료와 물을 먹고 그 앞에 머물렀는데, 가게 안에서 리옹이를 발견한 직원들은 장난감을 들고 나와 리옹이와 놀아주고는 했다. 나는 창가 자리에 앉아 자주 그 모습을 구경했다.


혹독하게 추운 겨울은 길고양이 최대의 적이다. 아이들은 추위를 이기려 쓰레기 더미에 몸을 욱여넣는다. 그마저 불가능하면 죽는 수밖에 없다.


카페에서는 리옹이를 위해 카페 앞 화분을 놓는 기다란 의자에 수직으로 판을 대고, 스티로폼 박스를 안에 들여놨다. 리옹이는 무사히 그곳에서 겨울을 날 수 있었다.  


맞은편 건물의 정원


카페 바로 맞은편 건물은 작년에 지어진 신축 건물이다. 2층은 한 회사가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으며, 1층은 그 회사에서 차린 카페가 있다. 그 건물 앞에도 치즈 태비 고양이와 점박이 고양이가 자주 눈에 띈다.  


맞은편 카페에서 작업을 하다 쉬러 잠시 나오면 눈에 띄는 그 아이들에게 우리는 자주 츄르를 주곤 했다. 두 아이 중 한 아이에게만 츄르를 주다 다른 아이에게 미안해 물러서는 그 아이 뒤를 조심스레 밟으니, 건물 뒤편 마당이 눈에 들어왔다.  


잔디가 푸르고 사료와 물이 놓여 있던 그곳이 나는 너무 좋았다. 두 아이는 그 골목을 자주 찾는 이들의 사람을 한 몸에 받으며 그곳을 보금자리로 자라나고 있었다.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과 사람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 그들은 그 건물에 상주하는 사람들에게는 거리낌이 없었다. 흡사 마당에 풀어놓고 키우는 집고양이 같았다. 마당으로 올라가는 건물 옆 계단에는 잠글 수 있는 창살문이 있어 외부인 역시 쉬이 드나들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축복이다. 미로처럼 이어진 길을 차들이 비집고 들어서는 서울의 길거리에서 고양이가 그토록 안전히 지낼 수 있는 곳도 드물다.  


오토바이 렌털 샵



고양이를 아예 공간에 들여놓는 곳도 있다. 집 앞 오토바이 렌털 샵에는 아주 커다란 고양이 한 마리가 드나든다. 오래전부터 그곳에서 키웠는지 직원들에게 배를 보이며 칭얼대기도 하는 고양이다.  


근처 아파트 단지 아이들은 엄마 손을 잡고 그 앞을 지날 때면 그의 이마와 코를 쓰다듬는다. 그도 썩 나쁘지는 않은지, 기분이 좋은 날에는 눈을 감고 손길을 받아낸다.


과거 렌털 샵에서 창고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바로 옆집에는 고양이 한 가족 세 마리가 함께 산다. 셋의 영역이라고 하기에는 좁아 보이나, 가족이니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을 것이다.


이 안에는 캣타워와 이동장까지 있어 고양이 한 가족은 여유로운 나날을 보낸다. 외출하며 그 앞을 지날 때면 그들은 문 앞으로 몰려와 나를 보고는 야옹, 바닥에 눕는다.  


캣타워의 해먹에서 뒤엉켜 자는 고양이들을 볼 때면 그렇게 행복할 수 없다. 역시 건강하고 깨끗하며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


이 도시는 길고양이들이 살아내기에는 부적절하다. 비가 와도 그들은 먼지투성이인 도시에서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없고, 사냥할 수 있는 다른 동물들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오직 쓰레기 더미를 뒤지거나, 그 안에서 잠들거나, 혹은 죽어버려 그 안에 파묻힌다. 그렇게 연명해도 길면 3년 안에 다 죽는다.  


아침에 애인이 한 동영상을 보내줬다. 이스라엘의 수도 텔 아비브에 있는 지하철 역 풍경이었다.  


출근하는 인파가 카드를 찍고 들어가는 개찰구 위에는 삼색 태비 고양이가 앉아서 사람들을 바라본다.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카드를 찍고는 지하털을 타러 발걸음을 옮긴다. 그중 여유 있는 이는 이 고양이의 이마를 쓰다듬는다.

출처 : 페이스북, Dan Kashani


대도시에서 고양이와 공존하는 일. 누군가에는 혐오스러울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는 기를 쓰고 행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방법만큼은 멀리 있지는 않다.  


츄르 : 챠오츄르. 일본 회사에서 만든 고양이가 사족을 못 쓰는 액체 형태의 간식. 짜요짜요처럼 생겨서 쭉 짜주며 먹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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