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이 제게 지금 강요하시는 건
애사심이 아니라 충성심입니다
1. 다시 입대한 군대 (를 닮은 회사)
남자가 군대라는 단어를 입에 다시 담을 때는 긍정보다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오죽했으면 각자 "자기가 제대한 부대 생활이 가장 힘든 곳이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군대 스토리는 Depth를 파악하기 힘든 멀리 가야만 하는 이야기 소재다. 그런데 이런 군대라는 단어가 딱 적절한 곳이 있었다. 경직된 조직문화와 상명하복 그리고 권위적 위계질서를 가진 회사 내 조직.
너희 회사는 어때?
응, 완전 군대문화야
한번쯤은 들어봤을 혹은 겪어봤을 법한 대화 상황이지 않는가? 물론 사바사(사람 By 사람)로 겪은 군생활이 다르고 가치관에 따라 군대문화라는 그 조직에 대한 감이 차이가 날 수 있다. 하지만 상기 나열한 바와 같이 좋은 뜻으로 쓰이지 않았음은 확실하다. 오늘은 필자의 군생활 기준으로 군대문화 같은 회사생활을 살짝 들여다볼까 한다.
2. 대학교 다음 사회학교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을 중시하고 워크스마트(Work Smart)를 강조하는 조직문화 트렌드에 맞게 최근 몇 년간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그만큼 개개인의 퇴근 후 라이프가 중요해졌고 업무 시간 내 스마트한 일처리가 요되는 시대인 것이다. 하지만 겉과 다르게 속을 까 보면 여전히 이전 문화가 뿌리 깊게 박혀있는 조직들도 다수 존재하는데 그중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겠다.
8시 전까지 출근하고 해당 시간을 넘기면
사유서 제출 및 취합하여 보고하세요
필자의 상사 K팀장이 모든 부서원들에게 지시했다. 엄연히 출근시간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 회사지만 이렇게 팀장 재량으로 직접적인 제한이 가해지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1분만 넘겨도 사유서를 제출 및 암묵적인 경고까지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여기가 과연 성인들의 회사 집단인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졸업 후 새로 입학한 사회학교인 것인지 소속감에 대한 정체성 혼란이 찾아온다.
이는 분명 개개인별 사고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해프닝이라 생각한다. 겪어온 사회생활 경험치에 따라 받아들일 수 있는 역치의 레벨(마치 RPG 게임을 통해 레벨업을 하듯)이 다르고 고된 경험들을 겪어온 기성 라테 세대부터 개인의 자유를 침해받기 싫어하는 밀레니얼 세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해있는 곳이기 때문일까? 몇 백 명에 이르는 팀원들의 수군거리는 불평 대비 필자를 포함한 직장인 출퇴근 시간의 자유는 8시로 그렇게 고착화되어가고 있었다.
3. 애사심 아닌 충성심의 강요
출근은 시간 내에 퇴근은 시간 지나고 (야근 종용)
상사 말에 토 달지 않기 (업의 효율성 가림 금지)
가족처럼 지내고 힘든 일 말하기 (약점 수집)
후배 양성 생각하기 (리더의 업 전가)
고과 평가에 불만 가지지 말기 (상사 본인 희망사항)
조직의 색은 그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다. 여태 10년간의 회사생활을 하며 부장 상사를 통해 들었던 위와 같은 대화들만 봐도 그렇게 좋은 조직의 특성을 가지진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딱히 이 부장님의 문제라고 단정 짓기에 이런 조직문화를 20여 년 이상 해온 분들에겐 당연지사 일수도 있다. 하지만 합리적이지 못한 상사 및 보직장들이 흔히 하는 착각이 있다.
본인들의 요구는 "누구나 따라야 하는 당연한 일이고 이는 애사심과 관련이 있다"라고 생각하는 점. 아니다. 확실히 집고 넘어가겠다. 애사심이 아니라 충성심이다. 그것도 회사를 위한 충성보다 상사 본인을 위한 조건 없는 충성심. 부하직원이라면 당연히 상사를 따라야 한다는 마인드는 어쩔 수 없지만 자기를 위해 중대한 일들을 포기하며 무조건 따르는 노예 부하를 바라는 몹쓸 생각은 접어야 한다.
월급은 회사 사장님이 내 노동력의 대가로 지급하는 자본이다. 상사들조차 우리와 동일하게 회사 그리고 사장을 통해 월급을 받는다. 즉 우리 모두가 월급 받는 직장인인 건 매한가지란 말이다. 상사 부장님들이 손에 움켜쥐고 있는 무기는 당신의 월급이 아니다. 단순 상위 몇 프로 직원에게만 수여되는 고과 평가로 월급의 상하한을 조율할 권리가 생기고 이를 빌미로 우리 모두에게 충성심을 테스트할 뿐이다. 상사들이 요구하는 그것은 회사 자체를 사랑하는 척도인 애사심과는 별개의 문제란 말이다.
4. 쉽게 바뀌지 못하는 사람
인생의 명언이 있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 그렇다. 이미 몇십 년 적응이 된 회사 조직생활 마인드가 깊게 자리 잡은 상사분들은 쉽게 바뀌지 못하는 사람들이 되었다. 그들의 입장에선 이런 생각을 하는 필자가 이상한 사람이고 사회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여긴다. 물론 모든 상사분들이 이 같지는 않다. 하지만 합리적이고 융통성 있는 상사들은 대게 본인이 답답함을 느끼고 퇴사를 하거나 조직생활에서 와해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만큼 조직문화의 대세(안 좋은 쪽이지만)를 거스르기엔 개인 가치관이 중요하진 않았던 것이다. 따라야 하고 복종해야 하고 시키는 걸 해내야 하는 현대 노예제도에 종속되어버린 우리가 권력적으로 높게 서있는 저들과 수평적으로 서기엔 지금의 수직적인 문화가 너무나 높은 벽처럼 자리 잡은 것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고 했었나? 하지만 그 중도 절을 나가는 순간 영락없이 백수가 된다. 그런 두려움 때문에 우린 배고픔에 배를 곯고 추위에 시달리기엔 아직 방법을 모르는 그런 햇병아리 일수도 있다. 이런 방법론적인 부분으로 갑론을박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필자 개인적으론 내 인생의 소신까지 꺾인 상태로 비굴하게 살진 않겠다는 신념을 마음속 깊게 새겼다. 애사심이 아닌 충성심을 강요하는 부장 상사에게 내 인생까지 장악당한 채로 살기 않기로 결심했고 조직적으로 피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업무를 소홀히 하진 않으나 과도한 업무 분배에 합리적으로 맞서기로 했으며 불합리한 일들을 묵묵히 방관만 하지 않기로 했다.
나를 책임지지 않는 회사라고 생각하지만 애정이 없는 건 아니다. 애사심은 다른 직원 못지않게 있는 필자지만 충성심은 별개의 얘기란 소리다. 그만큼 각자의 인생에 각자 도생해야만 하는 시기가 되었다. 적어도 이용당하는 직장인이 되지 않기 위해 오늘도 부장 상사에게 큰소리로 외쳐본다.
부장님 충성심을 요구하실 거면
무조건을 바라지 마세요
저는 가수 박상철 님이 아니랍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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