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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안 Mar 27. 2023

차 한잔 내리는 일

비움으로 채워진다는 흔한 말

너무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이보다 더 맞춤한 말이 없기에

어쩔 수 없이 나도 따라 쓴다.



차의 맛을 제대로 내는 일은

참 어렵고 어렵다.


관여하지 않되

주최자가 되는 기분이랄까


그 묘한 경계에서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고

오롯이 차 한잔에

전부를 담고 비우기를

반복한다



다만 통로로서의 역할,



오로지 순간에만 존재하는 야옹쓰



차의 순간을 담는 일

고요함의 소리를 듣는 일


이제서야 차의 맛을 알듯말듯

아장아장 걸음마를 시작했다


평생을 해도

늘 처음 같겠지


어제의 차가 오늘도 똑같은 그 차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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