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그리지않아도그림시리즈

일단그리는게중요해와 Mending Life

by 혜안
우리 첫째 살구
우리 둘째 꼼마


일이 너무 고되어서 최근에는 출퇴근하면서 졸고,

집에 오면 바로 곯아떨어졌다. 고양이들 뱃살을

주무르며 교감할 시간이 극도로 줄어, 내 정신건강을

함양하고자 쉬는 날 하루종일 잠만 자다 일어나

그림을 그렸다.


잘 그리는 게 아닌데도 고양이를 그리다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나도 모르게 웃고 있다.

귀여운 녀석들같으니라구.

좀 더 그릴라치면 어김없이 꿍씰꿍씰 자세를 틀어버리거나

휭하고 나가버리기 때문에 그릴 수 있는 만큼만 그린다

이만큼 포즈를 취해주는 게 어딘가


가로세로 홈질만 하는 되는 양말수선
우리집 막내가 뜯어먹은 양말


나는 머리도 많이 쓰고, 몸도 많이 쓰는 일을 해서

의도치않게 뇌가 과열된 상태일때가 많다

24시간 돌아가는 오븐같달까


안그러려고 이것저것 많은 방법들을 써보지만

막상 조율하는게 참 쉽지 않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반복적인 행위 속에 있을 때

그것이 아주 쉬운 일일수록 뇌가 더욱 깊이 휴식한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사람들이 바느질 명상이라고 말하나보다.


딴 게 명상인가,

너무 쉬워서 지나치기 쉬운 이것이 나에게는 명상이다


우리집 막냉이 고양이가 다 마른 빨래 바구니에 들어가

자기가 좋아하는 느낌의 천을 찾으면 다 뜯어먹는 버릇이 있는데, 거기에 당첨된 양말과 옷들이 한가득이다


너무 많아서 처음엔 버리지도 못하고 아까워 그냥 갖고만 있다가 Darning, Mending 에 관한 책을 우연히 보고 이거다! 싶었다


핀터레스트와 유튜브를 뒤져서 하나하나 따라해보고 있다, 처음이라 여러모로 버석거리지만 너무 재미있고 일단 몰입하는 즐거움이 크다.


잘하려고 하는 마음이 드는 순간, 그만하는 것이 나의 원칙이다. 아무렇게나 해도 예쁘고, 고민없이 해도 즐거운데 그위에 무언가를 덧대고 싶은 마음은 잉여의 에너지일 뿐이라서 그렇다.


초보라서 수선이 끝나고 천이 뒤틀리거나 너무 조이거나 하기도 하지만 뭐 어떤가 ! 자주 입고 신다보면 좀 더 늘어나니까 그때까지 조금만 버티고 기다리면 된다.


나는 일할때 나노단위로 섬세하게 일하는 스타일이라 정말 피곤하다. 그런데, 이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어쨌거나 완성을 하면 다 멋지다는 게 정말 마음에 든다.


순간순간의 내 호흡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낸 정직한 에너지 그 자체라서, 그냥 그 때의 나라서 충분한 거 같다.


앞으로도 수선할 것들이 아주 많이 남아있어서

일거리를 만들어준 우리 다미에게 참 고맙다

(…그래도 그만 좀 뜯어먹어…)

넷냥쓰 중 막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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