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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하지 못한 칭찬의 글

고맙고 감사하고 그리고 미안해

by 코코넛


석연치 않은 감정, 혹은 미안함처럼

일상에서 잘 나타나지 않았던 감정과 마주한 날은

조지아 오키프의 작품을 감상한다.

그녀의 많은 작품 중에서 왜 이 작품이냐고 묻는다면

어떤 이유? 꼭 집어서 말하긴 어렵지만

내 안으로 깊이 들어가서

섞여있는 감정들을 분류하기 쉬워서?

정도로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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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를 잊지 않고 아들이

이른 아침에 전화해서 두런두런 한 시간 동안 통화했다.

런던의 풍경스케치를 전해주었고, 이야기 중에

사진도 덤으로 보내주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에

한가위를 함께 보냈을 때는 둘이서 <고스톱>을 해서

청소나 설거지 당번 정하기 등을 했었던

기억과 스도쿠게임을 아들이 퍼 올렸다.




스도쿠 게임이 온라인으로 출시된 걸

가르쳐 준 사람도 아들이고

기회가 될 때마다 스피드 게임을 했었다.

각자의 핸드폰으로 동일한 게임을 누가 먼저 끝내는지

시합하는 형식이었는데,

그 당시엔 우리 둘 다 <중급>을 풀면서도 한 시간을 훌쩍 넘겼었다.

그 이후부터 나는 매일 30분 정도 스도쿠 게임을 했으므로

현재 <익스트림> 단계이지만

아들은 게임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이 바쁘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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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집마다 부모와 자식 사이가 다르겠지만,

나와 아들의 관계는 아들이 너그럽고 자상해서

부족한 엄마를 잘 감싸주는 편이다.

엄마가 아들에게 칭찬을 많이 하는 게 아니라

언제나 아들이 엄마를 칭찬한다.

무언가가 거꾸로 된 느낌?


대화가 끝나고 난 후에야

<아, 오늘도 나는 아들에게 칭찬을 하지 못하고

칭찬만 많이 들었구나>하고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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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의 날들이 얼마나 길면서도 짧을 수 있는지

나는 예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하루하루는 지내기에는 물론 길지만,

하도 길게 느러 저서 결국 하루가 다른 하루로 넘쳐나고 말았다.

하루하루는 그리하여 제 이름을 잃어버리는 것이 없다.

어제 혹은 내일이라는 말만이 나에게는 의미가 있었다. “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에서 발췌


혼자 사는 엄마가 외로울 것을 감안해서

시간이 허락될 때마다 아들은

멀리 떨어져 사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해

나와 놀아준다.

팀뷰어를 통해서 서로 텍스트로 된 유머 중

누가 더 재밌는 유머를 발견했는지 교환하기도 하고,

때로는 디스코드를 통해서

같은 영화감상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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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상한 성격의 아들이라

때론 친구같이 많은 것을 공유하는데

가끔 승부 욕이 강한 아들의 자존심을 나는 슬쩍 건드리곤 한다.

내가 왜 그러는지 아들아이는 알고 있는 듯하다.

맞장구치면서 약이 오른척하지만,

통화가 끝나고 나면 아들이 나와 놀아주려고

그렇게 반응했다는 느낌이다.


아들이 나보다 한 수 위다.


”심장이 뛰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토록 오래전부터 나를 따라다니던

그 소리가 멎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상상할 수가 있었다. “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에서 발췌


추석, 한가위,

한국의 명절을 잊지 않고

바쁜 와중에 시간 맞춰서 전화한 아들에게

칭찬의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 죄책감으로

오늘은 글로, 아들에게 충분히 감사해한다고,

네가 나의 아들이라서 감사하다고,

칭찬해 줄 게 많은데 칭찬에 인색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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