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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훈 Sep 07. 2018

속초에 가요

인생이 힘들때는...

얼마 전 뜻대로 되는 일도 없고 회사일도 너무 힘들어서 여행을 갔다. 속초에는 사촌동생이 살고 있어서 그 전에도 가끔 혼자 와서 친척동생이랑 놀곤 했다. 아는 사람이 있어서 혼자 가도 같이 놀아줄 사람이 있다는 것에 이번에도 속초를 여행지로 선택했다. 서른 네 살이라는 어리지 않은 나이에 친구들은 결혼을 했거나 여자친구가 있어 섣불리 같이 여행을 가자고 할 수 없었다. 그래도 혼자 여행하는건 싫었다.

급작스레 정해진 여행이었고 무언가 할 것을 정해놓지 않아 무얼 할까 고민하던 친척동생은 나에게 서핑을 배워보는건 어떠냐고 제안해 나도 무언가 새로운걸 시도해보고자 하는 마음에 흔쾌히 알겠노라 대답했었다.

너무도 지친 일상. 9개월간 이어진 잔업에 마음대로 퇴근 할 수 없는 삶. 갑작스런 사람의 부재. 그로인해 최종 결정된 해외파견.

이번 여행은 그저 부단히 노력하며 아둥바둥 살아온 나를 위해 조금의 휴식시간을 주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마음대로 휴가도 갈 수 없는 나를 위한 시간. 어떤 책에서도 그러지 않았던가. 여행은 삶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고...

일상적이지 않은 일을 통해 일상을 잊어보고자 지금까지 해보지 못했던 무언가를 한다는 설레임이 여행 전부터 나를 사로잡았다. 그렇게 내 첫 서핑 경험은 시작되었다.

생각보다 막힌 도로사정때문에 속초엔 예상보다 늦은 시간에 도착했다. 부랴부랴 서핑샵을 찾았으나 대부분 강습을 하기엔 늦었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여러군데 서핑샵을 들러 가까스로 가능한 한 곳을 찾아 강습을 시작했다. 기초적인 강습을 해변에서 받고 바다에 들어가서 실전연습을 했다.

개인 사정으로 약 9개월간 운동을 하지 못했다. 그로 인해 급격한 체력 저하와 원래부터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던 내 신체적 결함때문에 딱히 서핑을 즐기지는 못했다. 파도 위에서 중심을 잡는 것 자체가 힘들어서 나는 바다에 오래 있지 못하고 뭍으로 발길을 돌렸다.

서핑을 잘 타지 못하니 물 속에서 그저 서 있던 시간이 많았다. 큰 파도는 파도가 너무 커서 내가 타기 적절하지 않아 보내고 작은 파도는 너무 작아서 그저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그렇게 물 속에 있을때에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큰 파도가 올 때에는 서핑보드를 꼭 붙들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파도의 힘 때문에 서핑보드가 자기 맘대로 움직이다가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려면 보드 끝 부분을 힘을 주고 파도가 오는 주기에 맞춰 온 몸으로 눌러주어야 한다. 파도를 기다리거나 혹은 파도를 타고 다시 해안에서 멀어지려 할 때마다 파도를 거슬러 올라야 하므로 그럴때마다 보드 끝 부분을 눌러주었다. 가끔 큰 파도가 올 때에는 몸이 밀리는 것이 느껴져 그 자리에 서 있는 것 조차 힘들었다. - 물론 잘 타는 분들은 보드 위에서 그 큰 파도를 잘 넘어 갔다. 경외로웠다.

힘이 빠져 먼저 뭍으로 올라온 나는 예쁜 바다와 서핑을 타는 사람들, 맑은 하늘, 예쁜 구름을 보며 친척동생을 기다렸다. 아름다운 풍경이었지만 모두들 물 속에서 파도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문득 우리네 삶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모두가 파도를 넘어 가거나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파도가 칠 때마다 힘들게 버티고 있었다. 다시 한번 말 하지만 그 날은 참 예뻤다. 하늘은 유독 파랗고 해가 질 시간이 되어가니 구름은 크림빛을 띄고 있었다. 우리들은 모두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밖에서 보면 참 아름답지만 가까이서는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가만히 있다보면 파도를 즐기지 못하고 결국 파도에 밀려 해안가에 도착하고 만다. 하지만 나는 그 날 바닷속보다 해안가에 앉아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 아름다운 하늘, 저 멀리 끝도 없이 펼쳐진 수평선을 보면서 행복해했다. 얼굴에 살짝 미소까지 머금었다. 그 전날 까지만 해도 주변의 많은 일들 때문에 힘들어 했지만 그 날만큼은 행복했다. 가끔 살다가 힘들면 가만히 앉아서 여유를 즐기고 아름다운 자연을 보는건 어떨까??

종종 속초에 놀러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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