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시절 카레 떡볶이
여중시절 떡볶이에 감사를 담아
신수진(요조) 작가의 글을 좋아한다.
그의 글 중에서도 아무튼 , 떡볶이'이건 맛있는 떡볶이다'라는 확신이 왔다 를 무척이나 재미있게 보았다.
요조작가의 바람대로 책을 읽고 나서 도저히 못 참겠단 기분으로 , 다음 끼니는 떡볶이가 되었는데.
요조 작가는 이것이야말로 참 착실한 리뷰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작가 신수진의 글을 떡볶이 책으로 처음 접했던 나는 떡볶이도 궁금했지만 떡볶이를 매개로 결국 다른 글까지 샅샅이 읽어보고 싶게 만든 그가 놀랍고 신기했다.
이렇듯 자신을 경이롭게 여기고 있는 팬이 여기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는 몹시 피곤해하면서 당장 떡볶이를 찾을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문득 했다.
아무튼 , 나도 떡볶이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었다.
어느 날의 일이다.
주말아침 인가 점심인가 즈음 용(남편)과 어묵꼬치를 먹다가,마침 떡볶이 생각이 났다. 하여 냉장고에서 뒤적뒤적 풀무원 국물 밀 떡볶이를 찾아냈을터. 널찍한 프라이팬에 물을 붓고 밀떡을 넣은뒤 센 불에 자작하게 끌여냈다.
늘 먹어왔던 감사하고 훌륭한 대기업의 떡볶이 맛이었지만 ,
순간 둘이 " 악 " 소리와 함께 이마를 탁 치며 떠올린 것이 있었으니.
우리는 친하지 않았지만, 8살 때부터 동네 친구. 그러니까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낸 사람들이다. 그러하여 공유하는 기억이 꽤나 있을터였다.그중 우리의 미각이 함께 추억하는 맛.
강릉시내 대학가골목 옆 .모닝글로리(팬시문구점)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거기 바로 앞에 떡볶이를 파는 리어카 3대쯤이 줄지어 있었던가,
그때 당시에는 리어카에 특별한 이름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 혹시라도 이 글을 읽으시며 기억나시는 분이 계신다면 알은체를 살며시 부탁드리고 싶다.
그렇담 너무 반가워서 "실례지만 , 저와 떡볶이 한 접시 먹으러 함께 가시는 게 어떠시겠어요"라고 말해 버릴 것만 같다.
암튼 14살 중학생 영혜에게는 학교를 오갈 때 시내버스에 내는 회수권을 제외하고 , 매달 용돈 삼만 원이 주어졌다.
먹는 것에 관심이 많고 문구류에 관심이 많았던 소녀에게는 넉넉하지 않은 돈이었을 것이다.
가격에 대비해서 미각을 만족시키고 위장도 만족시켜줄 높은 만족도의 아이템이 절실했다.
일대를 어슬렁거리던 소녀에게 과연 눈이 번쩍 띄어지는 먹거리가 나타났으니,
내 엄지손가락 족히 세 개 정도의 굵기에 나무젓가락 반정도 길이의 가래떡과 두툼하게 썰어내어 간이 쏙 벤 푹 퍼진듯한 퉁퉁한 순대, 통계란 까지.
그 맛은 달큰하고 진득했다.
거기에 가장 요긴한 마무리는 따로 있다.
사장님의 레시피를 그때의 내가 경외의 눈빛으로 재빨리 꽤 관찰해본 바로는, 일단 계량은 없었고.
엄마들이 그렇듯 사장님은 오감이 계량이었을 테다.고추장 듬뿍 그리고 물엿도 양껏 듬뿍 .
심지어 더 맛있어지는 비장의 맛의 비결, 카레가루도 모자람 없이 넉넉하게 듬뿍.
그것이 마흔하나의 어른이 된 지금도 순간순간 퍽 하고 떠오르는 인생 최고의 떡볶이 맛으로 기억되는 비결이겠거니.
달큰하고 진득한 여고시절 카레 떡볶이
아쉬운 점이 있다.
HOT를 잠시 좋아했다가 여섯 개의 수정 젝스키스로 넘어갔던 때, 내 소울푸드도 카레떡볶이에서 학교 앞 분식점의 라볶이로 넘어갔던 사실이다.
20살쯤에야 다시 찾은 리어카 카레 떡볶이는 나만큼 변화를 맞이했다.
강릉 대학로의 유명한 분식집이 되었고 ,
떡볶이 가게 상호도 야무지게 지어졌다.
그 시절의 내가 떠오를 법한 이름이었다.
여고시절 카레 떡볶이
나에게는 여중시절 떡볶이 기는 하지만, 이런들 저런들 상관없다.
30년이 넘는 긴 세월 변함없이 끈덕진 맛으로 행복함을 느끼게 해 주시는 떡볶이집 아주머니께 글로나마 알은체를 하며 감사함을 말씀드려보고 싶다.
새해가 밝았으니 부모님을 뵈러 내려가는 길에 용과 아이들,
넷이서 단란한 기분으로 여고시절 떡볶이를 배가 찢어질 만큼 흡족하게 먹고 와야겠다.
아이들에게는 "어때 , 엄마의 여중시절 떡볶이. 정말 맛있지?" 어쩐지 조금 으스대고 싶을 것이다.
추억의 떡볶이와 함께 시작하는 우리의 2023년은 잘 먹으며 희망찬 인생으로 살아갈 것이라 호언장담해 보련다.
뜬금없지만 ,
"여러분의 2023년. 잘 드시고 희망차시기를 바라겠습니다.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거기에다 더 즐겁고 행복하세요."
여고시절 카레 떡볶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