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의 대구는 정말이지 엄청 뜨거웠다. 왜 '대프리카'라고 불리는지 온 몸으로 느끼며 알 수 있었고 눈만 빼고 온 얼굴을 덮고 있는 마스크는 그 뜨거움을 배가시켰다.
대구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했던 건 '여행자의 상점'을 찾는 일이었다. 한국관광공사 두루누비에서 진행하고 있는 '뚜벅뚜벅 대구夜'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함이었는데, 1.5km로 정해져 있는 걷기 코스를 핸드폰을 켜고 걸으면 마일리지가 모여서 기념품을 살 수 있는 이벤트였다. 그 걷기 코스는 동성로 구 파출소(여행자의 상점)에서 출발하여 공감 한옥, 교남 YMCA, 이상화 고택, 계산성당을 지나게 되어있었고 여행자의 상점이 오픈하는 시간보다 몇 시간 일찍 대구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첫끼를 무난하게 해결하고 바로 코스 정복에 나섰다. 실제로는 굉장히 짧은 거리지만 뜨거운 날씨 속에서 중간중간 그림도 그릴 예정이었고, 여행지가 주는 설렘과 초행길의 낯섬은 1.5km를 15km로 느끼게 만드는데 충분했다.
한약방들이 줄지어있는 거리를 지나 교남 YMCA, 대구 제일교회 기독교역사관을 눈으로 구경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을 불처럼 생긴 나무들이 감싸고 있는 건물의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했고, 두 개의 첨탑이 솟아 있는 걸로 보아 계산성당이 분명했다. "어? 생각보다 되게 작은데?" 계산성당을 보고 나도 모르게 내뱉은 말이었다. 사진으로 보고 그림으로 그렸을 때 느꼈던 성당의 크기와 위압감에 비해서 아담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작다 못해 귀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한 바퀴 둘러보고 성당 앞 나무 그늘에 앉아 배낭을 내려놓았다. 나무 그늘은 사정없이 내려쬐는 햇빛을 가려주고 솔솔 불어오는 바람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땀으로 온몸이 범벅이 되어 느껴지는 찝찝함과 2박 3일간의 일정을 소화할 짐이 가득 찬 배낭 덕에 생겼던 뻐근함이 싹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땀을 충분히 식히고 나서 '오늘은 눈으로 충분히 담았으니 여행을 마치고 난 뒤 천천히 그림으로 옮겨야지'라는 생각을 하며 다음 코스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