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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바둑 일인자 2000년생 신진서 인터뷰

이영재 기자 시선집중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 선언한 바둑1위 신진서

▲新농심배 수호신 신진서. 2년 동안 10승 같은 9승을 쓸어담으며 또 한 번 한국에 우승컵을 안겼다(사진=이영재 기자).


30년 이상 '바둑밥'을 먹은 베테랑들조차 어리둥절했다. 역대 이렇게 손쉬운 농심배 우승은 없었다. 그야말로 神으로 거듭난 신진서와 타이젬이 만났다.  



축하드립니다. 우승 소감은?
“LG배에 이어 농심배에 이렇게 겹경사라고 해야 되나 좋은 일이 많이 생겨서 기쁘고요. 농심배는 단체전이지만 세계대회 개인전 커리어 못지 않은 시합이라서 집중을 많이 했고, 결과가 좋아서 기쁩니다.”  


이번 대회를 전반적으로 돌아본다면.

“처음에 너무 어렵게 시작해서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는데, 미위팅과 재대국을 이겨냈던 것이 우승까지 하게 된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작년은 박정환9단이 뒤에 남아 있었고 올해는 혼자였습니다. 부담이 심하진 않았는지?
“부담이 크게 느껴지긴 했는데 부담감은 다른 시합 둘 때도 있는 거라서, 단체전에 대한 압박감은 최대한 느끼지 않게 준비를 했고요. 부담감을 잘 이겨낸 것 같습니다.”  


멘탈 관리 비법에 대해 프로기사들도 궁금해합니다. 재대국 사건도 있었고, 혼자 남아 연승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특별한 멘탈 관리 방법이 있으신지요?
“국내대회 같은 경우는 그래도 편하게 둘 수 있고, 기사 간에 교류하면서 두는 느낌이라면 세계대회에 임할 때는 사실 이런 표현까지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웃음) 상대를 죽인다 하는 생각으로 임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전쟁이기 때문에, 그래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결국 제가 멘탈을 놓고 포기하게 되면 상대 좋은 일만 시켜주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마음가짐으로 대국에 임했던 것 같습니다.”


2년 연속 바둑 삼국지 농심신라면배 싹쓸이 우승을 일군 신진서(사진=이영재 기자).


커제와의 대국을 중점적으로 준비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일단 첫 판은 무조건 미위팅 아니면 이야마 유타였는데, 2차전에서 대국이 계속 이어졌다면 이야마 유타가 유리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만 4연승에서 끝이 나고 3차전으로 넘어간 것이기 때문에 미위팅이 55 정도로 유리하다고 생각했고요. 하지만 거의 만만치 않기 때문에 이야마 유타와 미위팅 둘 다 비슷한 느낌으로 준비를 했고요. 그 다음에 아마 위정치랑 대국을 할테고 이기면 커제랑 대국할텐데 커제랑 결국 바로 대국해야 하니까 그 두 판을 가장 열심히 준비를 했고요. 마지막 판까지 준비하는 건 조금 의미가 없는 것 같아서 커제 전까지 준비를 했습니다.”  


팀원(박정환·변상일·신민준·원성진)들과 대회 기간에 교류했는지 궁금합니다.
“응원을 많이 받았습니다. 특히 신민준 선수가 워낙 친하니까 바둑적으로도 많이 얘기했고요. 제가 연승을 해서 우승까지 하게 된 것은 맞지만 다같이 노력해서 해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기쁨을 누리면 좋겠습니다.”


▲신진서(오른쪽)가 국후 대국장으로 찾아온 신민준·원성진과 우승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사진=이영재 기자).


이번 농심배는 대체로 빠르게 두었는데, 초반 대국은 평소 연구했던 형태가 많이 나왔나요?
“평소 연구한 모양은 한 판 정도? 정확히는 두 판 정도 나온 것 같은데 사실 평소에 선수들 같은 경우에 다들 많이 준비하는 거니까. 준비한 포석이 안 나왔다고 해서 이상한 길로 빠져드는 것은 최대한 피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고요. 저 같은 경우도 미위팅과 첫 판에서 그런 판이 나왔기 때문에(웃음) 아무래도 더 많이 준비했던 것 같고 두 번째 판부터는 초반부터 포석에서 잘 처리됐던 것 같아요.”  


농심배 기간에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대국이 끝난 후 집에 돌아가면 어떻게 생활하셨나요?
“일단 많이 쉬었던 것 같고요. 원래는 4일이지만 5일이 됐는데 5일째까지 고려해야 하니까 최대한 마지막까지 염두하면서 컨디션 조절하자고 생각했습니다. 엄청 열심히 공부한다기보다 많이 쉬었던 것 같고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농심배 기간 내내 흰색 스니커즈 신발을 신고 대국한 신진서(사진=이영재 기자).


이번 대회 기간 내내 흰색 스니커즈 신발을 신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구두를 신으면 발이 불편하기 때문에 편하게 벗고 신을 수 있는 스니커즈를 선택했고요(웃음). 크게 이유는 없고 대국에 최대한 좋은 방향으로 했습니다.” 


매일 입는 옷도 계속 바뀌었습니다. 대국 전날 의상을 준비하시나요, 아니면 당일에 마음에 드는 옷을 입고 오시나요?
“시합에 아무거나 입고 나오는 건 조금 결례라고 생각해서 전날에 뭐 입을지 미리 준비해놓는 편이고요. 촉박하게 준비하는 경우가 많아서 옷을 당일날 결정하게 되면 좀 아무거나 입고 나올 때가 있어서(웃음) 가급적이면 전날에 뭐 입을지 결정해놓고 자는 거 같아요.”  


대국 당일엔 아침과 점심 두 끼를 먹기 애매했을 것 같습니다. 식사는 어떻게 하셨나요?
“두 끼를 먹는 건 조금 무리라고 생각해서 농심배 시간에 맞춰서 조금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났고, 밥도 한 끼 먹고 나왔습니다.”  


대국 도중 물을 자주 마셨습니다. 애용하던 텀블러를 오늘은 가져오지 않았는데.

"농심 백산수가 워낙 맛있어서(웃음) 평소에도 물을 많이 마시는 편입니다."


▲이치리키 료와 최종국에서도 신진서는 종종 대국장에 비치된 백산수를 마시는 모습을 보였다(사진=이영재 기자).


이제 바야흐로 ‘신진서 시대’가 왔습니다. 스스로 체감하기에도 본인이 세계 일인자라고 생각하고 계신가요?
“사실 작년 농심배에서 5연승을 하고 난 다음부터는, 제가 실질적으로 일인자는 아니지만 당연히 누구와 대국해도 유리하다고 생각을 하면서 대국을 했고요. 예전에는 그게 자만심이 돼서 바둑을 그르치곤 했는데 선배 기사들 보고 배우면서 자만하는 습관은 많이 고친 것 같고, 이제 자신감을 더 가지는 게 오히려 좋지 않나 생각해서 작년 농심배 이후로는 '누구한테도 지지 않겠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현 시점에서 가장 껄끄러운 상대가 있다면?
“박정환9단이 제일 먼저 생각이 나고요. 가장 중요한 시합(삼성화재배)에서 1-2로 졌고, 언제 시합을 하더라도 편하게 이긴 기억이 잘 안나고요. 중국은 굉장히 여러 명이 있어서 딱 이 선수라고 꼽을 수는 없는데, 그래도 이제 누구한테든 유리하다고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타이젬TV 대국실에서 생중계를 감상하며 많은 바둑팬들이 신진서9단을 응원했는데, 팬들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항상 많이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리고 제가 타이젬에서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많은  수를 대국하고 응원도 많이 받았는데 타이젬 유저 여러분들 응원이  힘이 됐습니다. 앞으로도 타이젬 많이 사랑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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