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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지 Apr 01. 2024

몇 번이고 정리하려고 했다.

나의 원탑 애착 가구

2001년인가 반쪽이 만화가 최정현 님의 책을 보면서 시작되었다.

"내가 만든 나만의 가구를 갖고 싶어.." 마침 집 근처에 목공 가구 공방이 있어서 바로 등록하고

이 TV 선반을 만들었다.

디자인을 생각하고 만들고 다듬고 사랑하면서 오래도록 사용하였다.


새로운 가구가 생길 때마다 이사 갈 때마다

"이제는 정리할까?" 이런 생각을 참 많이도 하였다.

정리하려고 집 앞에 내어놓고 잠시뒤에 가져오고 베란다 한 귀퉁이 안 보이게 내어놓다가 정리해야지 맘먹다가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거실에 나와있고를 반복하였다.


쓰임이 있고 없고를 반복하다가 드디어 오늘 그 존재의 의미를 발견하였다.


얼마 전부터 손바느질을 시작하였는데 그 손바느질이라는 게 재미로 시작하였지만 노동이 되었다.

재봉틀만 있으면 간단히 해결될 텐데.. 제법 오랜 시간 손바느질을 하다가 친정집에 결혼 전 사용하던 재봉틀이 생갔났다.


가져오면 사용할 수 있을는지 잠시 갈등하다가 (미니멀 라이프에 물건을 들이는 것은 심사숙고해야 하는 중대한 일이다) 가져오기로 했다.


오랜 기간 보관해놓기만 했던 물건이라 사용이 쉽사리 되지는 않았다.

재봉틀을 드라이버로 한바탕 분리하고 조립하기를 반복하여 결국은 사용가능한 상태로 만들고 바닥 언저리에 놓고 사용하였는데 어찌나 불편하던지...


베란다에 잠시 보관 중이던 오래된 애착 선반을 들고 나와 선반형태로 올려놓기 시작했다.

짜잔~

우리 집구석에 보관되어 있던 온갖 물건들이 저마다 가치를 갖기 시작했다.

버릴까 말까를 고민하던 서랍장은 하단에 놓아지고 애착 선반은 그 위에 그리고 집안에 사용하는 미싱의 소음방지를 위해 지금은 성인이 된 아이의 유치원적 수영타월이 놓여졌다.

마지막으로

오래도록 보관되었던 재봉틀이 자리 잡고 그동안 손바느질로 긴 시간 나의 몸이 힘든 과정을 단 몇 분 만에 드르륵~ 재봉틀 동작으로 해내는 것을 보고

"역시 이거지~!!"


지금 우리 집에는 사용 목적을 잃어버린 물건들이 재가치를 얻어가고 있다.


저마다 물건들이 가치를 찾아갈 때마다 그 성취감과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버리지 않고 보관한 나에 대한 칭찬~ 

그리고 그것들을 저마다의 목적으로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나에 대한 기특함~

버려지는 것들로 인한 지구환경에 대해 미안함도 조금은 덜게 되고~

좋은 점들이 한두 개가 아니다.


이런 마음을 그냥 흘러 보내기 아까와서

이곳에 적어두는 것까지..

오늘도 참 좋은 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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