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지 Apr 01. 2024

버리지 못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오래된 물건들

나에게는 재임병이 있다.

자주 먹는 주스병을 버리지 못하고, 각종 플라스틱 용기들은 재사용을 목적으로 한쪽 수납장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

내가 이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한 것은 "미니멀"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면서부터이다.

가득가득 모아둔 것들을 정리하고 비우기 시작하면서 나의 삶이 좀 더 편안해지고 복잡함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면서 나의 생활 속 구석구석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모으면서 "언젠가는  사용해야지.." 하는 부담감도 내려놓게 되어 나의 마음속도 정리되었다.

이것도 미니멀 저것도 미니멀 라이프 생활을 하면서 정말 많이 정리했지만 그래도 나에겐 버리지 못하는 인자가 남아 있었다.


옷장 속에 20년도 더 된 가방은 스타일이 구식이더라도 그 재질이 닳지 않아 미니멀 라이프에 제거되지 않고 살아남아 있었다.

"이것을 요렇게 조렇게 조금 변형하면 지금 사용할 수 있을 텐데.."

옷장문을 열 때마다 이런 생각들을 하였다.


어느 날, 나는 결심하였다.

이 가방들을 내가 좋아하는 모양으로 수선해 보리라.

혹시 이리저리 재단하다 망치더라도 괜찮았다.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었으면 충분했다.

백팩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어떻게 변경해 볼까? 한동안 바라보면서 그동안 버려지지 않고 드디어 옷장 속에서 나와 세상빛을 보겠구나.

백팩을 하나하나 분해하면서 " 괜히 시작했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분해과정도 만만치 않구나.

분해한 후 원단을 이리저리 맞춰보면서 내가 원하는 가방 모양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두둥~

나에게는 재봉틀이 없었다. 

"뭐 이쯤이야 손바느질로 하면 되지. "호기롭게 시작했는데 최종 원하는 모양으로 가방을 만들기까지 

5시간이 소요되었다.

이쯤이면 "그 시간에 일을 하고 돈을 벌어 하나 사는 게 낫지 않을까" 

가까이 들여다보면 손으로 얼기설기 손바느질 또한 매끄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만족하였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었고, 원단 조각하나 버리지 않게 하려고 나름 수학적(?) 계산을 통해 재단한 뿌듯함이 있었고, 무엇보다 나는 가방을 버리지 않았다.


오래된 사용 하지도 않는 유행 지난 가방을 나는 버리지 않고 나의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 투박한 손바느질로 새롭게 탄생시켰다.


이 가방이 완성된 후로 나는 우리 집구석구석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에게 많은 관심을 주게 되었다.


나는 아직도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고 있다.

나의 라이프에서 살아남았으나 방치된 물건들을 재사용하기 위한

나만의 프로젝트를 실행해야겠다.


새롭게 만들어진 가방은 현재 나의 애착가방이 되어 훌륭히 사용되어지고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