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의 결론이다.
"멍청하지 않다면 이거 풀어봐"라고 입력했을 때의 정확도가, "친절하게 고려해주시겠어요?"라고 물었을 때보다 4%p 높게 나왔다. 이유는 단순하다. 예의 바른 표현은 AI가 해석해야 할 군더더기를 늘리고, 단호한 명령조는 핵심 지시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시사점은 명확하다. 'AI에게는 예의같은거 차리지 말고 막 해도 된다. 오히려 그게 더 효율적이다.'
나는 이 결론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더 정확히는 — 틀린 질문에서 나온 맞는 답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도 AI에게 항상 예의 바르게 대하지는 않는다. 성질이 급한 편이라, 존댓말 자체가 말을 길게 만들고 감사 인사까지 붙이면 타이핑이 너무 많아진다. 마치 조직에서 굳이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를 매번 붙이지 않아도 서로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물론 현실에서는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는 걸 잘 알면서도.)
그래서 이 연구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반가웠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이건 AI와의 소통을 너무 좁게 보는 시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도 4%p를 얻는 대신, 우리가 치르는 다른 비용은 없을까?
AI 에티켓 논쟁의 핵심은 "AI에게 자아가 있는가?"가 되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만약 AI와의 소통이 정말 나와 챗봇 단 둘 사이의 일이라면, 존댓말이냐 반말이냐는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AI가 더 이상 챗봇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AI는 빠르게 에이전트로 진화하고 있다. 내가 지시한 방식대로 이메일을 쓰고, 미팅을 잡고, 협상을 하고, 다른 AI 에이전트와 거래를 한다. 내 이름으로, 내 스타일로, 내가 평소 AI를 대하던 그 방식 그대로.
운전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내가 차 안에서 난폭하게 운전한다면, 그건 차에게 화를 내는 게 아니다. 외부 세상에 나의 난폭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AI 에이전트도 마찬가지다. 내가 AI를 대하는 태도는 결국 AI를 통해 세상에 투영된다. AI에게 막 대하는 습관은 곧 나의 디지털 페르소나가 된다.
더 솔직히 말하면, 이건 AI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다.
생성형 AI는 기존의 기계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리는 AI와 소통할 때 코드나 명령어가 아니라 일상적인 언어를 쓴다. 감정의 언어를 쓴다.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게 AI와의 대화 속에 나의 패턴이, 나의 습관이 쌓인다.
전문가들은 AI를 함부로 대하는 습관이 인간과의 소통에도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AI에게 소리 지르고 명령하는 것이 일상화되면, 그 습관이 사람을 대할 때도 남아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난폭한 운전자는 핸들을 잡을 때만 난폭하지 않다. 습관은 차 밖에서도 남는다.
그리고 머지않아 우리는 인간과 AI가 뒤섞인 조직 안에서 일하게 될 것이다. 팀원 중 일부는 사람이고, 일부는 AI 에이전트이고, 때로는 그 경계조차 불분명한 환경에서. 그때 "사람한테는 예의 바르게, AI한테는 막"이라는 태세 전환이 과연 가능할까? 그리고 그게 가능하다 해도, 그게 좋은 리더의 모습일까?
생성형 AI를 잘 쓰는 것과, 좋은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 둘 사이에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공통점이 있다.
다시 처음의 연구로 돌아가보자. 연구팀 스스로도 결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욕을 하라는 게 아니라, 짧고 단호하게 핵심만 전달하라는 것이다."
이건 리더십의 언어와 정확히 같다. 좋은 리더는 군더더기 없이 명확한 미션을 준다. 하지만 거기에 무례함을 더하지 않는다. AI를 잘 쓰는 것도 결국 같은 역량이다. 내가 어떻게 설명하고, 어떻게 맥락을 주고, 어떻게 미션을 정의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완전히 달라진다.
AI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의 리더십을 연습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상대다. 불평하지 않고, 눈치 보지 않고, 내가 준 대로 정직하게 돌려준다. 그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대부분은 AI의 문제가 아니라 내 지시의 문제다.
명확하게, 그리고 합리적으로 AI를 대하는 습관. 그것이 AI 시대의 리더십 훈련이고, 인간과 AI가 함께 일하는 조직에서 탁월한 리더가 되는 출발점이 아닐까.
AI에게 막 대해도 될까? 효율만 따진다면, 연구는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4%p의 정확도를 얻는 대신, 당신의 디지털 평판과 리더십 습관을 조금씩 갉아먹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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