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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영진 Nov 18. 2018

보헤미안 랩소디

부적응자들을 위한 부적응자들의 음악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그룹 ‘퀸’에 대한 영화이다. 그 중심에는 리드 보컬 프레디 머큐리(라미 말렉)가 있다. 음악보다 흰색 러닝셔츠를 입고 콘서트를 하는 이미지로 그를 먼저 알았던 것 같다. 이후 퀸의 음악, 특히 보헤미안 랩소디를 듣고 나서 깜짝 놀라 다시 영상과 사진을 찾아봤던 기억이 난다. 록음악에 대한 선입견, 프레디 머큐리의 흰색 러닝셔츠와 콧수염으로 각인되어 있던 마초적 이미지 때문에 그 충격은 배가 되었다. 그 감동은 앨범 'A Night at the Opera'가 발매된 지 40년이 넘게 지난 오늘도 유효하다.

흰색 런닝셔츠를 입은 프레디 머큐리 (라이브 에이드 콘서트, 1985)


<보헤미안 랩소디>는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퀸의 실제 멤버이자 프로듀서로 참여한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와 드러머 로저 테일러의 고증과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헤어, 의상뿐 아니라 행동, 습관 등을 철저히 재현했다. 프레디 머큐리 역을 맡은 배우 라미 말렉은 섬세한 손동작과 말투, 치아 구조까지 재현해냈다. 퀸과 프레디는 그 자체로 드라마적 요소가 강한 문화적 아이콘들이기에 허구를 덧붙히기보다 그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이 영화의 목표였다.


퀸은 주류에 속하지 못한 부적응자들을 위한 노래를 만들었다. 프레디는 보수적인 환경에서 자라왔고 정상적인 결혼 생활을 꿈꾸었다. 하지만 그는 너무나 남달랐다. 인도 소수민족인 파르시 혈통으로 전통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숨길수 없는 끼와 천재성이 있었다. 그가 기존 사회 질서와 싸워야 했던 또 다른 이유는 성적 정체성 때문이었다. 프레디에게는 평생에 걸쳐 사랑한 여자 친구 메리 오스틴 (루시 보인턴)이 있었다. 하지만 남자에게도 성적 매력을 느끼는 성향 때문에 큰 갈등을 겪게 된다. 


기존 질서와의 충돌과 갈등은 퀸 음악이 가지는 본질적 속성이다. 음악 ‘보헤미안 랩소디’는 아카펠라로 시작해서, 발라드, 기타 솔로, 오페라, 하드 락으로 연결된다. 당시뿐 아니라 지금도 찾아보기 힘든 구성이다. 당연히 가장 진보적인 프로듀서조차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게다가 5분 55초나 되는 플레이타임 때문에 라디오에서도 틀어질 수 없었다. (당시 라디오 음악은 3분이 관례였다.) 하지만 결국 이 곡은 영국 싱글 차트에서 9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3개월 만에 1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고, 역사상 가장 위대한 팝 음악이 되었다. 


영화 속에는 해외 콘서트 투어에서 수만 명의 관객들이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를 떼창 하는 장면이 나온다. 퀸은 팬들과 교류하는 밴드였다. 그들의 음악을 듣고 따라 부르는 모든 이들이 퀸이었다. 프레디는 콘서트 관객들에게 따라 부르기를 유도하며 소통할 줄 아는 리드 보컬이었다.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 (그윌림 리)는 ‘We Will Rock You’를 관객들이 함께 연주하고 공연에 참여할 수 있는 노래로 만들었다. 퀸은 세상의 이방인들이 스스로에게 불러줄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어 했다. 

놀라운 싱크로율과 연기를 보여준 라미 말렉 (2019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유력후보?!)

우리는 종종 스스로 이방인이라고 느끼면서도 남들과 조금 다른 이들을 그냥 두고 보지 못한다. 나 조차도 남들과 똑같이 사는 게 얼마나 힘들지 알면서도 남들에게 평범함을 강요한다. 너무 힘든 삶이다. 그런 우리에게 퀸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아무것도 문제 될 건 없어. 다들 알잖아? 나에게 문제 될 것은 아무것도 없어.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 둬. (Nothing really matters. Anyone can see. Nothing really matters to me. Anyway the wind blo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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