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아들은 다른 사람의 표정이나 행동을 곧잘 따라 한다. 어찌나 얼굴의 표정도 다양하고 몸의 움직임이 날렵한지... 아들은 가족 여행 중에사진을 찍을 때면 일부러 웃긴 표정을 짓거나 장난기 가득한 포즈를 취하며 식구들을 웃게 만들곤 한다. 특이한 조형물을 발견하면 잽싸게 달려가 그앞에서 조형물의 표정이나 동작을 따라 하며 사진을 찍기도 한다. 아들과 함께 있다 보면 웃을 일이 어찌나 많은지...
생각해 보면 아들을 임신했을 때부터 태동이 남달랐다. 임신 후기 때부터 새벽 3시 반 무렵이면 어찌나 엄마 배를 발로 뻥뻥 찼던지... 늘 밤잠을 설쳤더랬다. 그러더니 태어난 이후에는 누나와 비교할 때 훨씬 이른 개월 수에 짚고 서기, 걷기를 시작했다.
또 우리 아들은 뭐든지 손으로 직접 만져보는 것을 좋아한다. 신기하거나 관심이 있는 물체를 만져보고 싶어 할 때가 많아서 "만지면 안 돼, 위험해!" "만지면 안 돼, 그거 우리 거 아니야!" 이렇게 말하면서 말려야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아들은 프로야구 경기를 보고 나면 야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하고, 야구 선수의 투구 포즈나 타석에서의 포즈를 유심히 지켜보았다가 선수별로 흉내를 낸다. 올림픽을 보고 나서는 아빠를 졸라서 탁구장에도 몇 번이나 다녀왔다. 피아노 연주를 할 때도 샹젤리제와 같이 빠른 손놀림으로 경쾌하고 신나게 연주하는 곡을 좋아한다. 음악적 감수성은 모르겠고, 피아노를 치는 현란한 그 손놀림에 친구들이 우와~ 환호해 주는 것에 그렇게 뿌듯함을 느끼는 아들의 모습이라니..
몸을 쉼 없이 움직이고 싶어하는 아들!!
그러면서도 몇 시간씩 500피스, 1000피스 퍼즐에 도전하기도 하고, 종이접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 분명 ADHD는 아닌 듯한데, 왜 이렇게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고 싶어하는 걸까?
인간의 지능을 언어지능, 논리수학지능, 음악지능, 공간지능, 신체운동지능, 자연친화지능, 인간친화지능, 자기성찰지능 등 8가지의 독립적인 지능으로 설명하는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에 따르면, 아들의 강점지능 중 하나는 신체운동지능이다.
다중지능이론에 따르면 신체운동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신체를 활용하여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잘 표현하기도 하고, 공이나 도구를 잘 다루며, 신체활동을 좋아한다.
초등 자녀들과 서울여행을 자주 하면서 특히 좋았던 점은 경찰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말랑말랑 현대사놀이터, 서울공예박물관 어린이박물관 등등 신체운동지능이 높은 아들이 직접 만져보고 체험해 볼 수 있는 어린이박물관이 많다는 점이었다. 신체운동지능이 높은 아이에게 그저 앉아있으라고 하거나 그저 구경만 하라고 한다면 아이에겐 너무나 따분한 일이 될 테니까..
반대로 신체운동지능이 매우 약점인 사람들은 격렬한 운동보다는 차분히 앉아있거나 가볍게 산책하는 정도의 움직임을 선호한다.
흔히 성별에 따라 남자아이는 운동을 좋아하고, 여자아이는 상대적으로 운동을 덜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남자아이라고 해도 신체운동지능이 약점지능이라면 공놀이를 비롯한 운동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고, 반대로 여자 아이라도 신체운동지능이 높으면 활발하게 뛰어놀고 신체활동을 좋아할 수 있다.
신체운동지능이 높은 아이는 중,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꾸준히 운동을 한다. 그중에는 운동을 전공하려는 학생도 있고, 딱히 전공할 생각은 없더라도 취미활동으로 운동을 한두 가지 지속적으로 즐긴다.
신체운동지능이 높은 친구들이라면 함께 농구를 하거나 등산을 하면서 우정을 쌓아갈 수 있고, 신체운동지능이 약점인 친구들이라면 피곤하게 움직이기보다 카페에 앉아서 몇 시간씩 대화하는 것을 선호할 수 있다.
학업성적도 좋으면서 신체운동지능이 높은 어떤 고등학생이 있었다. 그 학생에게 휴일에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 학생은 휴일 아침에는 먼저 운동을 하고 그다음에 집이나 스터디카페에서 공부를 시작하는 루틴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었다.
"공부하느라 바쁜 고등학생이 운동을 하러 간다고?"
이렇게 다그치고 비난하는 소리를 듣게 된다면 자신의 잠재능력을 발휘하고 나답게 살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빼앗기게 되리라. 따라서 중, 고등학생이 되어 공부할 시간을 확보하느라 바쁘더라도 신체운동지능이 높은 학생이라면 꼭 취미로 운동을 하면서 신체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자.
그럼에도 신체운동지능이 높은 아들이 커가면서 오래 앉아 공부하는 힘이 부족할까 봐 살짝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다. 엄마의 지나친 걱정일 수도 있겠으나, 아들에게 걱정 어린 마음으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더랬다.
고등학생이 되어서 수능 시험을 보려면, 100분 동안 자리에 앉아서 어려운 수학문제 30문항을 풀 수 있어야 한다고.. 100분이면 초등학교 기준으로 중간에 쉬는 시간 없이 1,2교시에 3교시 절반을 합한 시간이라고..
신체운동지능이 높은 아이들이 자신의 강점을 잘 키우면서도 오래 앉아서 집중할 수 있는 힘을 키워가는 노력도 함께 잘해서 자신의 꿈을 이루어갈 수 있기를..!!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신체운동지능이 높은 아들은 밖에 나가 놀자고 하고, 신체운동지능이 낮은 엄마는 어디 분위기 좋은 카페에 앉아서 책 읽거나 글을 쓰고 싶어하는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