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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도나무 김영주 Nov 18. 2024

자꾸 하다 보면 다 잘할 수 있다고?

내가 요리와 운전에 서툰 이유 - 다중지능이론 약점 지능에 대하여

대학시절 여름방학 때 학과 사람들과 농활을 간 적이 있었다. 우리 과는 충남 당진으로 농활을 갔었다. 마을회관에 열흘동안 머물면서 농사일을 도와 드리기도 하고, 마을분들과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매일 아침마다 농활대원 두세 명이 식사당번을 맡아서 20~30명의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그런데 내가 당번을 맡았던 날 아침식사가 2년 연속 그 해 농활기간 중 최악의 아침메뉴가 되어버렸다.


첫해에 내가 끓인 국이 너무 이상했기 때문에 다음 해에는 식단 짜는 역할을 맡은 친구가 내게 아침메뉴로 칼국수를 맡겼다. 그냥 육수가 끓을 때 면을 넣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가루도 안 털고 엄청난 양의 면을 그냥 넣었다가 냄비 안에 밀가루덩어리가 한가득이었고,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그때는 그저 내가 요리 경험이 없어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집밥을 한 지 1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요리는 자신이 없다. 신혼 때는 용기 내서 새로운 메뉴에 도전해보기도 하였으나, 나는 영 요리에는 소질이 없다는 것을 늘 깨달을 뿐이었다. 지금은 된장찌개, 김치찌개, 카레, 계란국, 떡만둣국 등등 실패하지 않을 몇 가지 최소한의 메뉴를 무한반복하고 있다. ​​




나는 운전도 좋아하지 않는다. 20대 시절에 운전학원에서 치는 기능시험조차 떨어진 경험이 있다. 1종 보통이었는데 반클러치를 못해서 출발하자마자 경사로에서 실격당했었다. 운전학원 강사님의 눈치를 보며 겨우 면허를 땄다. 당연히 한동안 장롱면허, 신분증으로만 면허증을 사용했다.


출퇴근 시간을 아끼기 위해, 그리고 두 자녀들을 데리고 다니기 위해 몇 년 전에 어쩔 수 없이 운전을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잘 모르는 낯선 동네에서는 절대 운전하지 않고, 차선변경은 좀처럼 하지 않고, 좁은 도로는 피하고, 주차공간이 안정적으로 확보되지 않는 곳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혼자서는 고속도로 운전을 해 본 적도 없다. 차를 출퇴근 셔틀로만 사용하냐며, 그럴 거면 차를 왜 산거냐며 직장동료들이 놀리기도 했다.


요리와 운전..!!​


예전엔 다들 나보고 그랬다. 요리와 운전은 자꾸 하다 보면 다 잘할 수 있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 두 가지 활동은, 하면 할수록 익숙해지고 잘하게 되는 활동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무래도 자신이 없다.





다중지능을 공부하면서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언어지능, 논리수학지능, 음악지능, 공간지능, 신체운동지능, 자연친화지능, 인간친화지능, 자기 성찰지능이라는 8가지 독립적인 지능이 있다. 저마다 그중에서 3~4가지 강점지능이 있고, 반대로 약점지능이 있다는 것이다.


다중지능에 따르면, 나의 강점은

자기성찰지능, 논리수학지능, 인간친화지능이다. 


​그리고 언어지능과 음악지능은 평균은 되는 정도이다. 아주 잘한다는 느낌은 아니어도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한다. 악기를 연주하거나 노래 부르기는 잘하지 못해도 음악 듣는 것은 매우 좋아한다. 언어지능과 음악지능은 내게 늘 더 키우고 싶은 욕구가 있는 지능이었다.


반면 자연친화지능, 공간지능, 신체운동지능은 내게 약점지능이다.


요리를 잘하려면 우선 식재료에 대해 잘 알고 좋은 식재료를 고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식재료의 기본은 결국 동물(육류)과 식물(채소)이다 보니 자연친화지능이 필요하다. 또 조리를 할 때는 식재료를 손질하고 각종 조리도구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신체운동지능이 필요하다. 끝으로 다양한 식재료들의 조합을 상상하고, 완성된 요리를 먹기 좋고 보기 좋게 플레이팅 하는데 공간지능이 필요하다.


ChatGPT가 그려줬어요.


결국 요리를 잘하는데 필요한 세 가지 지능이 내게는 모두 약점지능이다.​​




운전을 잘하려면 우선 자동차라는 기계를 자유자재로 다루어야 한다. 즉 도구와 기계를 잘 다룰 수 있는 능력, 신체운동지능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도를 보고 길을 잘 찾아다니려면 공간지능도 필요하다. 물론 주변 차들과의 거리감이나, 주차할 때의 공간감을 잘 알아야 주행이든 주차든 잘할 수 있다. 여기에 자연친화지능도 높다면 주변 지형도 잘 알고, 대중교통으로 가기 힘든 시골길을 드라이브하며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ChatGPT가 그려줬어요.


하지만.. 이번에도 나의 약점지능 세 가지의 조합이다.


이렇게 요리와 운전에 쓰이는 지능들이 내겐 약점지능의 조합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늘 요리와 운전은 서툴고 자신이 없었더랬다.




사실 대학시절까지 거슬러갈 것도 없었다.


얼마  이중주차한 내 차를 누군가가 밀다가 내 차가 심하게 미끄러져 벽에 부딪혔다. 보험회사에서는 수리를 맡길 동안 대차가 가능하다고 했으나, 나는 새로운 낯선 차를 운전할 자신이 없어서 대차신청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은 요리 대신 내일 아침식사로 먹을 뼈다귀해장국 포장주문을 해놓고서 기다리는 동안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는 내가 요리와 운전에 자신 없고 서툰 이유를 이렇게 다중지능이론까지 들먹이며 분석하고 있는 걸 보면, 역시 자기성찰지능논리수학지능이 나의 강점인 게 분명하다.


또 이런 글을 쓰며 남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다른 사람들도 다중지능으로 자신을 더 이해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나.. 이것 역시 나의 또 다른 강점인 인간친화지능의 발현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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