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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B Jan 29. 2021

마티아스와 막심 Matthias&Maxime

기다렸다는 듯 마구 쏟아져 내리는 감정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감독 중 하나인 자비에 돌란. 가리는 장르도 딱히 없고 어렸을 때부터 많은 해외 배우들을 좋아해 본 탓에 배우 필모깨기를 주 목적으로 영화를 마구 보던 시절, 자비에 돌란 감독의 <아이 킬드 마이 마더>를 보고 완전히 빠져서 며칠만에 대부분의 자비에 돌란 영화들을 봤던 기억이 난다. 아직도 그의 영화 중에서는 <아이 킬드 마이 마더>가 가장 좋아하는 자비에 돌란의 영화이고 전체 작품을 통틀어서도 직접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들을 더 재미있게 봤다. 본인이 어떻게 하면 예쁘게 나오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감독.

암튼 자비에 돌란 영화들은 대부분은 영화관 상영 스케줄이 짧은 탓에 영화관에서 본 것은 처음이었다. 첫 장면부터 '자비에 돌란 영화다.' 라는 느낌이 들었지만, 다 보고 나서의 느낌은.. 음.. 좀 약한데? 였다. 자비에 돌란 영화를 <마티아스와 막심>으로 처음 접한 친구는 며칠동안 머리속에서 안 떠났다고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예전 작품들의 여운이 더 좋다. 그래도 이 작품 역시 너무 취향이었고, 영화를 다 보고 집에 걸어 오는 내내 막심의 표정이 떠올랐다.


자비에 돌란 감독의 연출은 언제나 취향이었다. 그의 능력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있고 확실히 취향에 따라 갈리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정확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내가 정말 좋아하는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어낸다. 영화 속 의미를 찾는 글을 쓰는 것이 민망할 정도로 감독 본인의 확고한 취향과 의미를 담은 요소들이 많다. 앞으로 써내려갈 내용들이 정확히 맞는 것은 아니겠지만,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와 개인적으로 꼭 작성해보고 싶은 영화였다.




빨강과 파랑




영화를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영화  가장 눈에 띄는 색은  두가지다. 빨간색과 파란색. 마티아스는 주로 파란 옷을 착용한다. 영화의  부분 친구들과의 만남에서도 파란 티셔츠를 착용했으며 회사나 막심 송별 파티에서도 파란 셔츠를, 2 파티에서도  자켓을 입고 등장한다.

딱 한번 마티아스가 파란색이 아닌 빨간 색을 착용한 경우가 있는데 영화 촬영 때문에 막심과 키스를 하는 장면에서는 눈에 띄는 쨍한 빨간색 니트를 착용했다.



반대로 막심은 주로 빨간색 옷을 착용하고 등장한다. 마티아스에 비해 다른 색의 옷을 착용하는 경우가 비교적 많지만 다른 색의 옷을 착용하는 경우는 거의 다른 색상의 겉옷 안에 빨간 티셔츠를 입은 경우이다. 막심은 주로 친구들과 있을 때나 집 안에 있을 때 빨간 옷을 착용하고 밖에 나설 때나 불편한 자리에서는 빨간 티셔츠 위에 다른 색상의 겉옷을 걸친다.

빨간색은 막심을 상징하는 색이다. 막심의 송별 파티, 친구들과 마티아스, 마티아스의 여자 친구와 어머니까지 있는 자리. 다시 말해 마티아스에게 애정을 품고있는 막심에게는 약간은 불편한 인물들이 있었던 자리에서 막심은 어두운 갈색의 자켓을 입었지만 2차 파티를 가기 전 친구들과 차 안에 구겨 앉아 출발하기 전 마티아스의 어머니 때문에 일부러 입었다던 갈색 자켓을 벗어 던지고 빨간 티셔츠만 입은 채 파티로 향한다.


파란색은 마티아스, 빨간색은 막심을 상징하는 색이다. 이 색의 의미에 대해 꽤 깊게 생각해봤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깊은 의미를 두기보다는 그냥 그 둘을 상징하는 색 정도로 해석하는 편이 더 맞는 것 같다. 그렇다면 왜 영화 촬영에서는 반대색을 입었는가?를 물어본다면, 가려진 진실됨. 자기 자신이 아님에서 오는 불편함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싶다.


빨간색이 막심의 성적 지향점이고 파란색이 마티아스가 생각한 본인의 성적 지향점일 경우와 빨간색이 진실이고 파란색이 거짓을 의미할 경우도 생각해봤는데, 첫번째의 경우(성적 지향점을 의미), 영화 키스 씬에서 마티아스가 붉은 옷을 입은 것 까지는 납득 가능하지만 막심이 파란 옷을 입은 상황에 대해 설명할 수 없다. 또한, 결정적으로 마티아스의 경우 처음 키스 씬 빼고는 끝까지 파란 옷을 착용하는데, ‘나 이성애자야’ 를 외치며 막심과 키스하고 여자친구에게 까칠한 모습이 이해할 수 없어 맞지 않다고 결론내렸다.

두번째로 진실과 거짓을 의미할 경우, 자신의 마음을 부정하고 혼란스러워 하는 마티아스가 파란 옷을 주로 입는다는 점에서 일리 있으며 큰 부정이나 격한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 막심이 평소, 가까운 사이의 사람들과 있을 때는 빨간 옷을 입고 모르는 사람과 대면하거나 거리가 있는 사람들을 만날 때는 빨간 옷 위에 다른 색상의 옷을 걸친다는 점에서 꽤 괜찮은 가설(?)처럼 느껴지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마티아스가 겉옷, 안에 받쳐입은 옷, 바지까지 올 파랑을 입었다는 점에서 단박에 기각.


캐쥬얼과 정장



첫 장면에서 마티아스는 캐주얼 웨어 착용하고 있다. 막심과의 키스 이후 일상으로 돌아온 마티아스는 어색해진 사이를 나타내는 듯한 경직된 정장을 주로 착용한다. 이러한 모습은 항상 캐주얼 웨어를 착용하는 막심과 거리감이 느껴지는 의상이다. 마티아스와 막심 사이에 긍정적인 사건이나 '친구 이상의' 이벤트가 발생 할 때마다 마티아스는 캐주얼 웨어를 착용하고 있다. 막심의 송별 파티에서까지는 드레스 셔츠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2차 파티, 다시 말해 막심과의 어색한 기류가 결국 폭발하고 두번째 키스가 있을 때는 캐주얼 웨어를 착용하고 있다.하지만 더욱 서로 간의 거리를 좁히려는 막심을 뒤로 하고 다시 혼란스러워 하는 다음 장면부터는 또 다시 정장 착용한 모습이다. 단순히 마티아스의 직업이나 일상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상보다는 마티아스와 막심의 정반대의 요소들로 사용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마티아스가 정장이 아닌 캐주얼 웨어를 입고 막심을 만나러 온 장면을 보아 아마 영화 끝 뒤에는 둘 사이가 다시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영화에는 꽤 다양한 '물'이 등장한다. 친구의 별장에 놀러간 마티아스와 막심이 바라보던 호수는 다음 날 새벽 마티아스가 헤엄치는 곳으로 또 다시 등장하며, 마티아스가 막심과의 영화 촬영 전 앉은 물 침대부터 두 주인공의 두번째 키스 장면의 배경으로 등장한 폭우까지.


‘물’의 모습이 두 사람의 감정을 말해준다. 두 주인공을 품지 않은 처음의 호수와 오랜만에 만나 어색한 기류가 감도는 막심과 마티아스를 의미하는 것처럼 보인다. 물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물의 흐름을 읽을 수 없다. 두 인물은 서로를 향한 미묘한 감정을 굳이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다.

이러한 둘의 감정의 흐름을 흔들어 놓은 것은 키스 연기였다. 친구 동생의 부탁으로 키스를 하게 된 두 인물의 감정은 물침대의 흔들거림에서 알 수 있다. 입 맞추기 전의 두려움인지, 설레임인지 알 수 없는 울렁거림이 침대로 나타나있다. 누군가가 던진 주먹만한 돌덩이로 인해 큰 파장으로 퍼져가는 호수처럼, 두 주인공의 멀미 날 것 처럼 울렁이는 심리 상태를 보여준다.

막심과의 키스 이후 마티아스는 생각보다 크게 흔들린다. 새벽빛에 일어나 무작정 호수로 뛰어들어 마구 팔을 흔들어 알 수 없는 장소까지 다다른다. 다행히 그는 다시 막심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지만 막심은 혼란스러워하는 마티아스를 보며 쓸쓸한 표정을 짓는다.

막혀있던 감정의 샘이 터졌던 두번째 파티 키스씬에서 둘의 감정은 마구 내리는 비로 나타난다. 이 비는 마른 하늘에서 갑자기 미친듯이 쏟아져 내리는 감정의 물줄기였다. 이 장면이 다른 물 장면들과 또 다른 점은 두 주인공이 이 물을 눈치채지 못한다는 점이다.







막심의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난 붉은 점은 그 어느 부분보다도 타인의 눈에 띄기 쉬운 얼굴에 자리잡았다. 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던 막심에게로 꽂히는 시선에도 막심은 그저 어깨를 으쓱해보인다. 마티아스가 그의 점에 대해 좋지 않게 말했을 때도 막심은 크게 놀라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마티아스가 자신을 떠난 뒤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세면대로 향한 막심은 자신의 얼굴 반쪽을 손으로 가리며 점이 없는 자신의 얼굴을 그려본다. 어쩌면 마티아스를 향한 마음을 아예 숨겼다면, 아니면 애초에 그를 향해 친구를 넘어선 감정을 품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 것은 아닐까?



감독님 이게 우정에 대한 영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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