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당당한 여성시대
아내가 퇴근 후 침대에 누워 한참을 짤방을 보며 자지러지게 웃는다. 요즘 인기있는 드라마라고 보여주는 '술꾼도시여자들'.
주당 친구 3인이 펼치는 유쾌한 성장드라마, '식샤를합시다'처럼 눈과 귀를 사로잡는 맛있는 음식소개부터 20대 나보다 더 맛있게 술을 마시는 세 여성의 모습만 봐도 재미가 없을 수가 없는 드라마다. 보는 사람마저 술에 취하게 만드는 of the 주당, by the 주당, for the 주당 전용 드라마. (드라마에 취해 티빙 유료가입까지 할 뻔)
소개팅남에게 초면에 반말하고 술을 강권하는 무례함이 갸우뚱하게 하다가도 묘하게 빠져들게 만드는 종이접기 유튜버 지구
싫은 것을 생각하는 것이 유일하게 싫다는 세상 행복한 요가강사 지연
세상 질곡은 다 겪어본 듯 첫인상과는 한참 거리가 먼 욕지거리를 거리낌없이 쏟아내는 예능 작가 소희까지 빠지는 캐릭터가 없다.
단순히 술만 마시는 것이 아니라 말보다 건배가 먼저인 술깐부가 뭉치며 우리가 할법한 세상 속 대화들을 마음껏 쏟아내며 차츰 성장하는 모습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좋아할만한 요소가 아닐까 생각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셋만의 송년회에서 쏟아내는 욕망의 배출. 내년엔 술이 아니라 남자를 먹겠다는 지구, 두명이랑 하겠다는(뭘?) 지연처럼 금기시하는 성적욕망을 시원하게 내지르는 모습은 그간 여성해방을 위한다는 사람들이 엄한 사람들 재갈을 물리는 작금의 현실속 젠더 갈등 속에서 속이 뻥하고 뚫린 듯한 카타르시스를 전달한다.
"야한거 싫어하는 사람 있나요?"
여러가지 논란의 중심속에 있던 남성잡지 '맥심'의 편집장 이영비씨는 "내가 봐온 여자들은 성적 매력을 당당하게 어필하는 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일종의 철학을 하나같이 가지고 있다"며 "사람들이 좋아하는 여러 가지 취향에 대해서 본인이 보고 싶지 않다고 그걸 못하게 하고 비난하는 것도 일종의 폭력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같이 당당한 여성의 자기 표현을 어떤 이들은 성상품화라는 이름으로 죄악시한다. 여성이 자주적으로 살고 자유롭게 자아를 실현하기 위한 여성해방 본연의 가치는 과연 무엇인가? 이들을 손가락질하는 것인가? 아니면 개인개인이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는 것인가?
어느 순간 세상 모든 이야기들이 혐오표현이라는 멸칭으로 입을 닫게 만들고 서로가 서로에게 손가락질하고 있는 요즘, 하고 싶은 얘기를 술한잔에 기대 가끔씩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는 드라마가 나왔다는 것이 그래서 더 반가울 지 모르겠다.
혹자가 말하는 남성들이 그동안 독점적으로 누려왔다는 성적 농담의 권리를 빼앗고 엄숙주의로 나아가는 세상보다는 이렇게 자유롭게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는 세상이 더 건강한 사회일거라 믿는다.
드라마 속 지구, 지연, 소희 모두 앞으로도 더욱 더 자유롭고 당당한 자기표현을 펼치고 성장해나가길 바라며 오늘 저녁엔 나도 미소(미지근한소주) 한잔하러 가야겠다.
PS : 대표적 남성잡지 '맥심'의 이영비 편집장님은 여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