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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st in Translation Feb 03. 2016

Before the Startup

Paul Graham, Oct 2014

자식을 가질 때 장점들 가운데 하나는, 누군가를 위해 조언을 해야 하는 순간에 직면하면 “만약 그 사람이 내 아이라면 과연 어떤 말을 해줄 것인가?”라고 잠시  심사숙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내 자식들은 어리다. 하지만 그들이 대학생이라 생각하고 창업을 준비한다면 나는 어떤 말을 해 줄 수 있을까? 이런 상상을 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그렇기에 여기 여러분들에게 해줄 말은 곧 내가 내 자식들에게 해줄 말과 비슷할 게다.


스타트업(=창업)은 무척이나 반직관적(counterintuitive)이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창업에 관련한 지식이 우리 사회에 골고루 퍼지지 않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회사를 차리는 행위는 자신의 본능을 믿어서 안 되는 분야 중 하나다. 이런 비슷한 연유로, 창업은 스키를 배우는 연습과 그 궤를 같이 한다. 스키를 처음 배울 때는 조금은 천천히 내려가길 원한다. 그래도 본능적으로 몸이 뒤로 젖혀지기 마련이다. 이상하게도 몸이 젖혀지면 활강 속도는 점점 빨라져 결국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어쩌면 스키를 배우는 건 그러한 상황에 마주칠 여지가 높은 (나만의) 충동을 억제하는 법을 배우는 것과 같다. 나중에는 관습으로 굳어져 좀 더 편하지만 처음 배울 때는 충동을 억제하는 법을 의식적으로나마 깨우쳐야 할 게다. 스키를 처음 배울 때 슬로프로 활강하면서 기억해야 할 리스트가 자동적으로 생기는 셈이다. 창업은 스키를 타는 행위처럼 부자연적인 일이므로 또 다른 리스트가 존재한다. 창업을 준비한다면 우리는 그 리스트를 기억해야 한다.


1.    Counterintuitive


스타트업이 반직관적이라는 건 이미 언급했다. 실제로 회사를 차리는 행위는 정말로 이상하고 기묘해서(weird) 본능만 믿다간 자칫 수많은 착오를 겪게 된다. 이 사실만 인지해도 최소한 시행착오를 치르기 전 한 번이라도 곰곰이 따질 여지가 생긴다.


‘Y Combinator’라는 투자컨설팅 회사를 직접 운영할 적에 나는 직원들에게 우리의 유일한 임무는 ‘젊은 창업자들이 어차피 무시할 조언을 꾸준히 얘기해주는 것’이라고 농담조로 말한 바 있다. 사실이 그랬다. 매 기수마다 우리 파트너들은 예비 창업자들에게 앞으로 저지를 착오나 실수를 경고했지만  그때마다 그들은 우리의 조언을 매번 무시했었다. 경고를 무시한 젊은 창업자들은 1년 후에 돌아와서 “당신네 말을 들을 걸….”하고 넋두리를 했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상황이었다.


왜 젊은 창업자들은 우리의 얘기를 깡그리 무시하는 걸까? 그들의 직관에 반하는 얘기로 치부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한물 간 얘기만 주야장천 하는 걸로 보였기 때문이다. 내가 앞서 농담조로 한 얘기는 어쩌면 ‘Y Combinator’의 저주이기도 하고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만일 젊은 창업자들의 본능이 현실에서 어떤 답을 유추할 수 있다면 우리 회사의 존재론적 가치는 바로 그 자리에서 처박아질 게다. 재미있게도, 조언이라는 건, 매우 놀라게 만드는 조언을 듣고 싶을 때만 남의 조언을 찾는 성향이다. 스키 강사는 많지만 걷기(조깅) 강사는 별로 없다는 사실이 이걸 뒷받침하지 않는가.


그러나 ‘사람’에 대한 직관은 믿어도 나쁘지 않다. 사실 젊고 어린 창업가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대표적 실수는 ‘사람’에 대해서 제 본능을 충분히 믿지 않는다는 데 있다. 겉모습은 그럴듯하지만 속으로는 신뢰성도 없고 왠지 불안감을 주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십상이다. 먼 훗날 뭔가 사건이 터지고 나면 그때 가서야 자신의 자신의 태평함을 저주하곤 한다. 동업자, 투자자, 직원, 혹은 회사 경영을 맡길 사람으로서든 누군가 함께 일을 해야 하는데, 그 사람이 뭔가 불안하고 께름칙하다면 자신의 직관(아니면 육감)을 믿어라. 누군가가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든가, 말만 앞세우는 사기꾼 같거나, 개새끼처럼 나중에 자신을 복수하려는 사람이라는 자신의 직관을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 나와 진정으로 어울리길 원하는 사람들, 그리고 내가 확신이 들 만큼 충분히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라.


2.    Expertise


‘반직관적’이라는 형용사에 추가될 두 번째 함의는 창업에 대한 지식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창업에 성공하는 방법은 ‘창업 전문가’가 아니라 시장 소비자(사용자)에 대한 전문가, 그리고 자신이 해결하고자 하는, 시장 소비자들이 직면한 문제에 대한 해결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가 일찍 성공한 이유는 그가 전혀 ‘창업 전문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창업을 좀처럼 모르는 햇병아리나  다름없었던 그는 그래도 크게 성공했다. 사용자(또래 아이비리그 대학생)들에 대해 정말로 잘 알고 있었을 뿐이다. 창업을 준비하는 당신이 기실 창업 관련 투자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몰라도 그렇게 풀 죽을 필요가 결단코 없다. 그런 건 나중에 차차 배우면 된다. (배울 시기가 올 때가 있을 게다. 만약 당신이 준비를 잘 한다면….)


이와 연장선상으로 창업에 관련된 메커니즘을 꿰뚫거나, 그 절차를 수업에서 열심히 공부한다면 오히려 해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고용계약서나 전환사채, 혹은 (그럴 일 없겠다만) FF 클래식 주식을 빠삭하게 아는 대학 학부생을 만난다고 해서 “얘가 나나 친구들보다 훨씬 앞서 가 있군.”이라고 생각 들지는 않을 터. 내 머릿속에 일종의 경보음 같은 게 울리기는 한다. 


젊은 창업가들이 자주 행하는 또 하나의 실수는, 이전의 성공적인 스타트업들의 ‘외모’를 따라 하는 것이다. 그럴듯한 아이디어에다 괜찮은 평가에 기반한 투자 금액을 받고, 구글과 같은 멋진 사무실에 수많은 직원들을 고용하기 마련인데, 이는 꽤 그럴싸한 창업과정의 초기 단계라 생각한다. 하지만 뷰(view)가 좋은 사무실에 얹어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일을 한 뒤 창업자들은 서서히 깨닫기 마련이다. “씨발, 뭔가 좃된 것 같아!” 스타트업이 하는 일의 겉모양만을 흉내 내는 동안 그들은 매우 필수적인 것 하나를 까먹고 있었다. 그건 바로 시장의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서비스)을 만드는 것이다.


3.    Game


우리가 너무나 자주 본 형태이기에 나는 그것을 ‘소꿉장난(playing house)’라고 명명까지 했다. 궁극적으로 깨달은 점은, 20대 젊은 창업자들이 유명 IT 스타트업의 외모나 몸짓을 흉내 낸 건 그들이  그때까지 배운 것이 바로 그런 것이라는 대답이다. 예를 들어 대학 입시 과정을 떠올려 보자. 온갖 과외활동(스펙)을 정리한 뒤 목록화해서 하나씩 체크해 나간다. 대학 입학 후에도 대부분의 학업은 마치 운동장 러닝 트랙을 도는 것처럼 작위적일 뿐이다. 나는 현 대학 교육제도를 비판하는 건 아니다. 어떤 걸 배울 때는 어쩔 수 없이 작위적인 요소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고, 학생 성적을 매길 때도 줄을 서게 하는 것처럼 작위적으로 평가해내야 한다.


예전에 대학 다닐 때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수많은 시험과목으로부터 나온 문제들을 맞히기 위한 해답은 고작 20~30가지 밖에 되지 않았다. 더욱이  시험공부를 할 때에는 수업에서 나왔던 내용을 마스터하기 보다는 시험 문제에 나올 만한 내용을 갑작스럽게 마스터하는 경험이 부지기수였다. 학기말 시험을 치르기 위해 교실로 들어서는 순간 나는 예상 문제 리스트 가운데 과연 어떤 게 나올지 궁금했고 곧바로 상상력을 가동시켰다. 이건 일종의 게임 같았다.


20살까지 그러한 게임을 하도록 시뮬레이션된 젊은이들이 창업을 할 때 드는 본능적 충동은 ‘새로운 게임에서 승리하고자 필요한 트릭은 어떤 것일까’이다. 승리하는 데 어떤 트릭(trick)이 필요한지를 노심초사하고 심사숙고하는 건 그리 놀랍지 않다. 트릭의 대표적 수단은 바로 펀드레이징(fund-raising)이다. 이것을 성공의 잣대인 듯 여긴다. (신출내기들이 저지르는 대표적인 잘못이다.) 20대의 젊은 사업가들은 투자자가를 설득시킬 수 있는 트릭을 빨리 찾고 싶어 한다. 하지만 유명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을 설득시킬 가장 최고의 묘수는, 가능한 빠르게 회사를 성장시켜서 사람들 앞에 “우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빨리 발전하는 회사”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것이라고 우리는 매번 말한다. 그러면 학생들이나 젊은 창업자들은 되레 묻는다. 회사를 빠르게  성장시킬 ‘트릭’은 과연 무엇인지를 말이다. 이 질문에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대답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걸 빨리  만들어라.”일뿐이다. (성장 비결이라는 단어는 그저 헛소리일 뿐이다.) ‘Y Combinator’ 파트너들과 20대 젊은 창업자들 간의 대화는 보통 “어떻게 하면….”이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그냥….”이라는 답으로 구성된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20대 창업자들은 사안을 매번 복잡하게 보는 성향을 보인다. 내가 보기에 그들이 복잡하게 바라보는 이유는 그들이 늘 ‘트릭’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창업을 할 시 가져야 할 반직관적인 세 번째 사실은 다음과 같다. 창업은 어떤 시스템을 갖추고 장난질(=요령 피우기) 치는 게 더 이상 먹히지 않는 영역이라는 걸 새겨두자. 유수의 대기업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면 시스템 가지고 몇 가지 장난을 치는 게 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을 테다. 해당 회사가 얼마나 쓰레기인지에 따라 그 경향은 다를 수가 있다. 그래도 윗사람만 계속 쳐다보며 세치 혀로 아부하거나 눈치를 잘 봐 라인을 멋있게 타면 성공할 가능성이 그 분야에선 존재한다. 그러나 스타트업(창업)은 이와 다르다. 속일 윗사람이 거의 없다. 오로지 사용자(시장 소비자)만이 존재할 따름이다. 그리고 사용자들이 생각하는 건 오로지 “이게 내가 쓸만한 제품, 서비스인가?”일 게다. 창업은 물리학과 비슷하다. 몰 인간적(impersonal)이다. 사용자들이 원하는 걸 만들어내야 한다. 결론적으로 여러분들은 고객이 좋아하는 걸 만들어야 하고 그걸로 성장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너무나 위험한 사실은, 몇몇 개의 트릭(속임수)은 투자자들을 속일 수 있다는 점이다. 정말로 아는 척, 시장 판세를 읽는 척을 잘 하면 1~2번째 펀딩을 받을 수 있다. 투자를 받는다고 해서 실로 창업자들에게는 이득이 되지는 않는다. 연기를 하면 할수록 회사는 망가지기 일보 직전이고, 창업자들은 쓰라린 내리막길을 걷고자 자신의 정력을 쏟아 붓는 모습을 우연히 발견할 게다. 그러므로 ‘트릭’을 골몰하는 걸 당장 그만둬라. 이는 모든 분야에서 적용 가능할 터. 스타트업 분야에서도 트릭은 존재하다. 다만 이것의 중요성은 진정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의 중요성보다 그 가치가 훨씬 미비하고 낮다. 펀드레이징을 전혀 모르지만 사용자들이 실로 좋아할 만한 것을 개발한 창업자가 모든 트릭을 가능케 하지만 사용자 수치 그래프가 평행선을 기록한 창업자보다 훨씬 더 많은 투자금액을 수월히 끌어들일 수 있다. 그리고 사용자들이 좋아하고 원하는 걸 만드는 창업자일수록 펀드레이징 후 꽤 괜찮은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게 된다.


창업에서 시스템을 가지고 묘수를 부리거나 장난을 치는 게 더 이상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에 나는 매우 기쁠 뿐이다. 일을 잘해서 성공하는 영역이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기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이 세상 모든 삼라만상이 명문 대학이나 대기업과 같다면 진짜 좃 같은 일에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그리고 나보다 더 많이 시간과 돈을 소비한 사람들에게 져야 하는 세상이라면 얼마나 우울하고 일할 의지도 없는지 상상해 보라. 내가 대학 다닐 때 시스템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 결코 먹히지 않는 영역이 따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미리 인지했다면 정말로 기뻐 날뛰었겠지. 우리가 앞으로의 미래를 떠올릴 때 그 영역의 존재를 생각하는 건 실로 중요하다. 각각의 분야마다 성공하는 방법론은 무엇이고 성공한 뒤 성취할 수 있는 건 과연 무엇일까?


4.    All-Consuming


‘졸라 힘든(all-consuming)’이야 형용사야 말로 4번째 반직관적인 요소다. 스타트업은 불과 같은 열정으로 이뤄진다. 만약 당신이 창업을 한다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삶의 별의별 단계를 다 거치고 만다. 그리고 만약 창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당신의 인생을 최소 몇 년부터 최대  몇십 년까지 여기에 바쳐야 한다. 심지어 죽을 때까지 못 떠날 수도 있다. 그러니까 현재의 기회비용이 얼마나 크게 다가오는지를 미리 알아봐야 한다.


래리 페이지(구글 창업자)의 삶은 대학생들이 정말로 선망할 만한 삶을 살고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반대급부도 꽤 많이  존재한다. 25살 때 구글을 창립한 페이지는 지금까지도 제대로 숨도 못 쉬고 있는 상황이다. 구글이라는 제국 내에서 매일 터지는 여러 문제들을 황제인 그는 매번 처리하거나 다뤄야 할 위치에 놓였다. 더욱 안타까운 건, 페이지가 만약 1주일의 휴가만 갔다 와도 일이 산더미처럼 쌓인다. 그는 이 모든 걸 불평 한 마디 없이 참고 견뎌야만 한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구글 왕국의 창립자이자 대부로서 그는 직원들 앞에서 자신의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다는 데 있고, 또 하나는 재산이 조 단위까지인 그가 어려움을 토로하면 사람들을 실제로 아무것도 공감해주거나 이해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긴 부작용은 성공한 창업가가 되기란 얼마나 어렵고 ‘하늘에 별 따기’ 정도라는 걸 알려지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Y Combinator’는 현재 큰 성공을 일군 몇 개의 기업에 지속적인 투자를 해오고 있다. 그리고 각각 회사 창업자들은 대체로 비슷한 얘기를 해준다. 직무(일)는 갈수록 태산이고 성공하면 할수록 매번 문제는 달라진다고. 고민 자체가 달라지기도 한다. 어쩌면 당신은 지금 거주하고 있는 원룸에 고장이 난 에어컨보다는 런던 지사 건물 신축 과정이 생각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에 더 큰 걱정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염려(걱정) 총량은 결코 감소되지 않는다. 오히려 늘어나면 늘어났겠지. 피할 수 없는 어떤 하나의 버튼을 누르면 갑자기 나의 모든 삶이 한 순간에 뒤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창업을 일구는 것과 자식을 기르는 것과는 여러 각도에서 일맥상통하다. 물론 자식을 키우는 건 세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숭고한 가치를 가져다 주지만 자식을 낳기 전에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것들이 훨씬 더 많다. 그러한 체험은 나로 하여금 더 나은 부모가 되도록 도와준다. 선진국에 사는 젊은 사람들 대다수가 그래서 버튼 누르기를 한참 뒤로 미루는 것 같다.


하지만 그와 다르게 스타트업(또 하나의 버튼 누르기)에 대해서는 다들 대학교 재학 중일 때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만연되어 있다. 다들 미쳤나? 그리고 대학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가? 자식 낳는 걸 미루는 법, 다시 말해 피임에 대해 제대로 알려준다고 강조하면서도 때로는 자본가 정신을 수업에서 가르치고 또 때로는 창업보육센터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대학 입장에서는 솔직히 선택의 여유가 없는 편이다. 대학은 재학생들이 앞으로의 진로를 잘 설정하도록 도와줘야 하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스타트업에 대해 많은 관심을 피력한다면 그와 관련된 수업이나 커리큘럼을 개설할 수밖에 없다. 만약 이런 걸 깡그리 무시한다면 입학 예정자들은 관련 프로그램을 갖춘 다른 대학으로 입학을 도전할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대학이라는 동네는 과연 스타트업을 가르칠 수 있을까? 가르칠 수도, 가르칠 수 없기도 하다. 여러분들에게 스타트업이 뭔지를 알려줄 수는 있지만 성공으로 이끌 수는 없다. 여러분들이 실제로 알아야 할 것은 바로 여러분들 각각의 사용자(고객)들이다. 회사를 창업할 때까지는 이걸 실제로 알 수도 없고 배우지도 못한다. 스타트업은 궁극적으로 경험을 해 봐야 배울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그러한 과정은 삶 전체를 아우르는 것(버튼 누르기)에 가깝기 때문에 대학생이라는 신분일 때 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대학생 창업자라는 게 애초에 말이 안 되는 게 창업을 한 순간 대학생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학교 신분증을 가지고 다닐 수 있겠지만 그 유효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확연한 갈림길 앞에서 선택을 내려야만 한다. 학생으로서 학업을 할 건지, 아니면 스타트업을 할 것인지를 말이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제대로 할 수 있다. 대학을 다니면서 창업을 하지 마라. 이 부분서 많은 학생들이 실망감을 표하지만 진짜로 하지 말길 바란다. 높은 꿈을 꾸거나 야망을 가진 사람들에게 스타트업은 긍정적인 요소로 다가온다. 하지만 더 큰 문제에 우리는 직면하곤 하는데, 과연 어떻게 좋은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스타트업은 이 문제에 일정 부분을 해답을 주지만 20살에는 아무런 것도 산출해내지 못할 뿐이다. 20대 초반에 할 수 있는 일들이 따로 존재한다. 그 전후세대는  경험하기 어려운 일들 말이다. 충동적으로 아무런 실익을  가져다주지 못할 프로젝트에  헌신한다든가 귀국 날짜를 정하지 않고 배낭여행을 떠난다든지. 아무튼  이때 할 수 있는 일에는 비슷한 점이 있다. 야망이 그다지 없는 사람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부터 극복하는 걸로 시작을 해야겠지만 야망이 엄청 많은 사람들에게는 20대 초반의 여러 경험들이 후에 실로 크나큰 도움으로 변환된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20살에 스타트업을 하기 시작한다면 그러한 경험을 좀처럼 하기 어려워진다. 페이스북 창업자 겸 CEO인 마크 주커버그는 앞으로 평생 동안 한가하고 유유자적하게 여행을 다니지 못할 게다. 물론 반대급부로 여러분들이 하기 어려운 일을 주커버그는 할 수 있습니다. 해외로 어디를 갈 때 자신의 전용 제트기를 탈 수 있다는 점이다. 그가 성공한 이후부터 삶의 다양한 소소함들은 사라져 버렸을 게다. 주커버그가 페이스북에 주는 영향력만큼 페이스북이 주커버그 인생에 주는 영향력도  못지않다. 인생의 목표, 아닌 자신의 사명으로 여겨지는 여러 프로젝트들을 스스로 운영할 때 인생에 있어 훨씬 많은 선택의 기회를 누릴 수 있다.


여기에는 트레이드오프(tradeoff) 같은 건 없다. 20살에 시작해도 얻는 건 없고 또 성공할 확률도 눈에 띄게 올라가는 것도 없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기술에 있어 천재급이고 특이한 능력을 지녀서 20살에 어쩌다 보니 페이스북 이상의 쿨한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야 스타트업을 계속할지를 고민해 볼만한 가치가 그래도 있을 게다. 잘 나가는 스타트업은 대부분 창업자들이 그렇게 되도록 노력을 한 결과인데, 이것을 무작정 20살 때부터 해야 한다는 건 진짜 바보라는 걸 인증하는 꼴이다.


5.    Try


다시 한 번 묻는데, 스타트업은 과연 어느 언제 시작해야 할까? 지금 이 강연 때문에 여러분들은 스타트업을 보다 더욱 어렵게 느낄 거라 생각한다. 그렇게 느끼지 않았다면 다시 한번 더 강조하고자 한다. 회사를 차리는 행위, 스타트업은 정말로 뼈빠지게 힘이 든다. 너무 힘들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정도의 고생에 대한 어떠한 준비가 갖춰져 있지 않다면? 이것이 바로 내가 스타트업은 반직관적이라는 5번째 이유이기도 하다. 여러분들이 수학자나 스포츠 선수가 되고 싶다면 어렸을 때 드러나는 자질과 가능성으로 미래를 타진해 볼 수 있다. 진실로 이상한 삶을 10대에 살아보지 않는 이상 그 어떤 사람도 스타트업 비슷한 걸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다. 내가 하는 말의 의미는 곧 여러분들이 스타트업을 할 때 삶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의미로 치환 가능할 게다. 그러므로 지금 여러분들은 과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지도 판단해 내야 한다. 하지만 말이야 쉽지 과연 정말 쉽게 판단할 수 있을까?


최근 9년 동안 나의 주요 임무는 누가 과연 앞으로 성공할지를 미리 판단하는 것이었다. 어떤 한 사람이 얼마나 영리한지를 알아내기는 쉽다. 그리고 자신이 영리하다고 깨달은 이들은 곧바로 문턱을 넘어서기를 원할 게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가장 중요하지만 미리 예상하기 어려웠던 점은 어떤 예비 창업자가 영리한 걸 떠나 얼마나 강하고 야망 넘치는지를 판단 내리는 것이었다. 나처럼 이런 행위를 수년 동안 해온 사람들의 예상 적중 확률은 얼마나 될까? 답은 그다지 못 맞춘다, 이다. 어떤 사람이, 그리고 어떤 스타트업이 후에 성공할지를 그 누구도 단정 짓거나 알아차릴 수 없다는 사실을 나는 깨달았다.


물론 젊은 창업자들은 자기 확신에 차서 우리의 문을 두드릴 때가 있다. 매우 쉽고 인위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 학교 시험에 성적 좀 잘 올렸다고 우리 회사(Y Combinator)에서도 우등생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또 어떤 사람들은 우연으로 선발되었다고 생각한 나머지 진실이 알려질까 노심초사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두 태도 중 그 어떤 것도 성공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발견하지 못했다. 군대에서도 이런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는 걸 책에서 보았다. 말 많고 잘난 척하는 사람들이 조용하고 진중한 이들보다 더 잘 나가는 편은 아니라고 한다. 학창 시절과 대학에서 경험한 시험과 사업을 시작한 이후 맞게 된 시험은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결과가 생기는 게다.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 무섭고 힘들게 보인다면 하지 않는 편이 낫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면 지금 당장 해보는  방법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당장 하라는 말은 아니다. (대학 다닐 때)


6.    Ideas


언젠가 스타트업을 하고 싶다면 현재 대학을 다닐 때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필요한 건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아이디어’와 ‘공동창업자’이다. 기실 하나의 방법으로 간단히 이 두 가지를 구별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스타트업은 반직관적이라는 명제를 도출해내는 6번째 요소이다. 스타트업 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도출해 내는 방법은 아이디어 자체를 고민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that the way to get startup ideas in not try to think of startup ideas.) 예전에 나는 이 구절에 대해 길고 긴 에세이를 쓴 적이 있기 때문에 여기서 구구절절 말하지는 않으련다. 그냥 짧게 요약하자면, 여러분들이 만약 의식적으로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고민하다 보면 정말로 쓰레기인데 그래도 그럴  듯해 보이기만 하는 아이디어들이 우후죽순 떠오를 게다.


좋은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는 방법은 현상을 한 발자국 떨어져 바라보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스타트업 메인 아이디어를 떠올리고자 혈안이 되는 편보다 사고(mind)를 전환하여 무의식적으로 아이디어를 떠오르게 만들어야 한다. 처음에 무의미한 아이디어라 판단 내릴지라도 나중에 스타트업을 위한 아이디어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 곁에서 실제로 가능하다(This is not only possible). 애플, 구글, 야후 그리고 페이스북도 다 이러한 방식으로 설립된 것이다. 이 회사들은 처음에 회사 같은 건 생각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저 친구들끼리 하는 프로젝트가 예상 이상으로 발전되었을 뿐이다. 기묘하게도, 최고의 스타트업들은 보통 이런 서브 프로젝트(slide projects)에서 시작되곤 한다. 왜냐하면 서브 프로젝트의 메인 아이디어들은 처음에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다시 질문. 그렇다면 무의식적으로 스타트업을 위한 아이디어를 구상해 내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첫 번째, 중요한 것을 배워라(Learn a lot about things that matter). 두 번째, 흥미로워 보이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라(work on problems that interest you). 세 번째, 해결할 때 여러분이 좋아하고 존경 마다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라(with people you like and respect), 이다. 특히 세 번째 구절은 아이디어와 공동창업자를 동시에 구별해 낼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해준다.


첫 번째 구절을 처음 만들었을 때 저는 ‘기술을 능동적으로 습득하라’라고 썼다. 하지만 추상적이고 범위가 너무 한정된 느낌인 것 같아 삭제했다. 에어비엔비(AirBnB) 창립자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와 조 게비아(Joe Gebbia)는 기술 전문가가 아니었다. 그들은 디자인에 능숙했고 더욱 중요하게도,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사람들을 운영하는 데 매우 뛰어난 자질을 가졌을 뿐이다. 여러분들 고유의 자질을 갖출 수 있는, 어떤 중차대한 일을 하고 있다면 기술을 꼭 공부할 필요는 없다. 역량을 연마할 수 있는 방법은 또 무엇일까? 일반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역사를 훑어본다면 당대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던 문제에 많은 젊은이들이 뛰어들어 해결하고자 노력했던 이야기를 많이 읽을 수 있다. 당시 그런 젊은이들의 부모님 대다수는 문제에 대해 별로 중요하지 않게 생각한 건 당연지사였다. 사실, 역사는 부모가 중요하지 않았다고 생각한 일들에 집착을 보였던 젊은이들이 써 내려간다.


History is even fuller of examples of parents who thought their kids were wasting their time and who were right.


어쨌든 여러분들이 지금 매우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을까? 나는 안다. 내 스스로가 흥미롭게 바라보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타인이 뭐라 한들 그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걸 알아차린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중요한다고 말한들 내가 흥미 없으면 결코 하지 않는다. 제 삶은 그저 재미있어 시작한 일들이 시간이 지나 차곡차곡 쌓여 보다 실용적인 현안으로 바뀐 사례들로 가득하다. 지금 내가 다니는 회사 ‘Y Combinator’도  재미있어서 시작한 게다. 흥미로운 것을 찾는 방향을 나는 내면의 나침반으로 항상 찾곤 한다. 내가 아닌 여러분들의 머릿속에는 지금 무엇이 떠오르는지는 잘 모르겠다. 좀 더 심사숙고를 하고 열심히 생각한다면 중요한 일을 걸러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현재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의문점이 가득한 조언 아닌 조언 같은 것뿐이다. 일반적으로 재미있어 보이고 강한 흥미를 유발하는 일을 찾아 만족스럽게 할 때까지 노력하라는 것밖에. 이런 자세와 마음가짐은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고 삶을 재미있게 보내는 것에도 역시 도움이 된다.


‘흥미로운 문제’를 대변하는 일반적인 사례를 제대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 대신, 매우 확연하고 유명한 예시 몇 가지만 언급하겠다. 기술을 계속 단계가 늘어나는 프랙털이라고  동일시한다면 모든 사이드(변)는 각각 흥미롭고 중요한 문제를 대변한다. 무의식적으로 중요한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는 확실한 방법 가운데 하나는 최신 기술을 공부하고 목격하라는 것이다. 일찍이 구글 임원 출신 투자자인 폴 북하이트(Paul Buchheit)가 말했듯이 미래를 살라는 게다(live in the future). 이렇게 하다 보면 다른 사람들한테는 예언이라고만 생각할 걸 자신한테는 하나의 현재의 재현처럼 보일 수 있다. 스타트업 아이디어는 아닌 것처럼 초반에는 보이지만 앞으로 뭐가 어떤 것이 사람들한테 크나큰 혜택을 줄 것인지를 알 수가 있다.


지난 1990년대 중반 하버드 대학원에서 내 동료였던 로버트 트레버가 전화통화 가능한 IP 소프트웨어를 프로그래밍 한 바 있다. 스타트업을 할 의도도 회사를 하나 만들 의도도 전혀 없었다. 그저 당시 대만(Taiwan)에 있었던 여자친구와 공짜로 장거리 통화를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네트워크 전문가였던 그는 통화 음성을 패킷화 시도해서 인터넷 온라인에 전송해야 한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자명해 보였던 것 같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기술을 동아시아에 있었던 여자친구와 대화 이상으로 사용해 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이건 훌륭하고 성공적인 스타트업은 보통 이렇게 시작한다는 걸 알려주는 대표적인 예다.


 사회에 나가 스타트업을 훌륭하게 정착시키기 위해서 여러분들이 대학 안에서 할 일은 스타트업 수업이나 관련 학과에 워크숍을 꾸준히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여태까지 받았던 교육 방식을 성실히 이수해내는 것이다. 먼 훗날 스타트업을 하고 싶다면 대학 다닐 때 아주 강력한 도구를 습득하시라. 그리고 학문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이 왕성하다면, 그걸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준비하라. 기업가정신의 대표적인 요소는 한 특정 분야를 완전히 이해해 전문가로 성장한다는 것이다(the component of entrepreneurship that really matters is domain expertise). 구글의 래리 페이지는 한때 검색 전문가였다. 그가 전문가로 성장한 계기는 그저 그것에 관심이 남들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을 한다는 것은 호기심 발현의 또 다른 하나의 방법론일 뿐이다. 어떤 한 특정 분야를 통달하고 완전히 습득한 뒤 이러한 호기심을 가지는 것이 제일 좋다. 여기 있는 예비창업자들과 대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궁극적 조언을 단지 두 단어로 요약해 말하겠다. 그냥 배워라(Just learn)!


원문 : Before the Start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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