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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st in Translation Feb 03. 2016

스파게티 소스 이야기

말콤 글래드웰, 20120305, TED Conference

원래 저는 저의 신간 'Blink(블링크)'에 관해 썰을 한 번 풀어보려고 했습니다. 이 책은 인간이 하는 ‘순간 판단’과  ‘첫인상’에 관해 저술돼 있습니다. 1월에 출간 예정이고, 각자 모두  3권씩 구입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한 가지 단상에 잠기는데요, 물론 제 신간이 저와 제 어머니를 기쁘게 만들 수는 있겠습니다만 그것이 진짜 행복인지는 의심스럽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 내용을 말하는) 대신, 그동안 미국인들을 행하게 만든 사람들이 있었는데, 지난 20년 동안 그러한 역할을 맡았다고 생각되는 한 사람을 여러분들에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분은 저에게 있어 위대한 영웅입니다. 이름은 하워드 모스코비츠(Howard Moskowitz)이고요, 스파게티 소스를 맛있게  재창조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워드는 큰 장신에 통통한 체격이었습니다. 아마  그때쯤 그의 나이는 60대였고 아주 큰 안경을 착용했으며 회색 머리털은 거의 빠질 직정이었습니다. 당시 그는 활력이 넘쳤고 매우 활동적인 성격이었며, 앵무새를 키웠고 오페라를 사랑했습니다. 또한 유럽 중세사에 대해서는 꿰뚫고 있을 정도로 지식이 넘쳤습니다. 제 기준에서 그는 정신 물리학자나 다름없었습니다. 이 자리서 저는 정신물리학자에 관한 말할 것이 없다는 점을 꼭 언급해야겠군요. 비록 예전에 저는 정신물리학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여성과 데이트를 한 적이 있습니다만. 이 관계가 있었다는 말만 꼭 드리고 싶네요. 


제가 아는 한 정신물리학은 어떤 것을 측정하는 것입니다. 하워드도 역시 이러한 특성에 푹 빠져있었죠. 그는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뉴욕 화이트 플레인스에서 작은 컨설팅 회사를 차립니다. 그의 첫 번째 고객은 (이 사건은 엄청나게 오래전 얘기인데, 무려 70년대 초반입니다) 바로 펩시였습니다. 펩시 관계자는 그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고 “요새 ‘아스파라테임’이라는 것이 뜬다는데, 우리는 다이어트 펩시를 한 번 만들까, 합니다. 다이어트 펩시라는 완벽한 음료를 만들려고 할 때 아스파라테임을 얼마나 함유시키는 게 좋을까요?” 맞죠? 


이 구절은 답변을 구하는 데 있어 믿어 의심하지 않을 정도로 매우 직설적인 질문이었고, 하워드도 이에 동감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펩시 관계자는 “이봐요. 우리는 음료에 첨가향을 약 8~12% 정도 넣습니다. 8% 이하는 그렇게 달지 않고, 12%가 넘어가면 너무 달아 소비자들이 싫어할 수 있어요. 저희가 궁금한 점은 8%와 12% 사이의 적정선이 도대체 무엇이냐는 겁니다” 이 질문을 여러분들에게 던진다면 아마다 이렇게 답변이 돌아올 겁니다. “간단합니다. 우리가 할 일은 펩시 음료 한 모금씩 여러 샘플을 만들어 놔 단맛을 각기 다르게 해 집어넣으면 됩니다. 8%, 8.1%, 8.2%, 8.3%…. 점차 이렇게 해서 12%까지 당도하면 되지 않을까요? 실험군으로써 약 1천 명의 지원자를 모집하고요. 그에 따른 결과를 곡선 그래프화해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던 지점에 딱 방점을 찍으면 됩니다. 거 봐요? 매우 간단하죠?”


하워드도 역시 실험을 했고, 거기서 도출된 데이터를 얻었으며 나름대로 도표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그는 깜짝 놀라고 맙니다. 결과 그래프에는 맛깔스러운 종곡선이 나오지 않았던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실험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시장 장바닥 마냥 도처에 엉망진창 만들 뿐입니다. 현재 비즈니스 종사하는 사람들, 그리고 식품회사에서 실험을 하는 사람들, 또 관련 업종 사람들 대다수는 실험 결과 데이터가 엉망진창으로 나온다면 크게 놀라며 어쩔 줄 몰라 할 것입니다. 여러분들처럼 이들도 사람들이 콜라 취향과 선호도를 일괄적으로 측정한다는 게 그리 쉽지 않다는 점을 깨달았겠지요. 이 실험 방법을 적용하면 어디선가 에러는 나기 마련입니다. 


한 번 머리 좀 굴린 뒤 나오는 추측을 얘기해보죠. 또 다른 사람들은 콕 집어 딱 중간지점인 “10%”라고 얘기할 겁니다. 하워드는 쉽게 자신의 오류를 용인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지적 규범에 있어 확실한 기준을 지니고 있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당시 그에게 이러한 능력이 충분치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그는 몇 년 동안 이 문제에 골머리를 앓습니다. 그는 심사숙고하면서 “무엇이 잘못된 거지?”라고 연일 얘기합니다. 다이어트 펩시에 의한 그 실험은 도저히 말이 안 된다고 우리는 어떻게 얘기할 수 있을까요?


어느 날, 그는 화이트 플레인스의 한 식당에 앉아 있었습니다. 네스카페에 관한 솔루션을 구상하려고 할 찰나였습니다.  그때 그의 머릿속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스쳐 지나갔습니다. 실험 결과가 연상된 것입니다. 그것이 뭐냐면, 사람들이 다이어트 펩시 데이터를 분석할 시 잘못된 질문을 던졌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완벽한 펩시 음료를 찾고 있었지만, 그들은 완벽한 펩시 음료들을 찾고자 했어야만 했습니다. 절 믿으세요. 여기엔 거대한 함수관계가 숨어 있답니다. 아마 식품영양학 역사상 가장 번뜩이는 아이디어나 다름없습니다. 하워드는 즉각 시내로 나갔습니다. 


그는 미국 곳곳에 관련 컨퍼런스에 참석해 이렇게 외치고자 했습니다. “당신네들은 그동안 완벽한 펩시 음료를 찾고자 했었습니다. 이건 틀렸어요. 당신은 지금 완벽한 펩시 음료 제품들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벙 찐 채로 되물을 겁니다. “뭡니까? 당신 미쳤군요. 당장 옆으로 나가요!” 비즈니스 하려는 사람들은 그 누구도 하워드를 고용하지 않을 테지요. 그는 뭔가에 사로잡혔고 자신의 관점을 설파, 또 설파, 계속 설파했습니다. 하워드는 이디시어 속담 ‘서양 고추냉이 식물 안에 있는 벌레한테, 세상은 그저 서양 고추냉이일 뿐이다’라는 구절을 좋아했는데, 어쩌면 당시 그한테 세상은 마치 서양 고추냉이나 다름없었을 것입니다. 그는 거기에 사로잡힌 거예요!


마침내, 그는 당시 처한 곤경을 타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블라식 피클스(Vlasic Pickles)라는 회사가 “모스코비츠 씨, 아니 모스코비츠 박사님, 우리는 완벽한 피클을 만들고 싶습니다”라며 의뢰해 옵니다. 하워드의 답변은 “세상에는 완벽한 피클은 없습니다. 오직 완벽한 피클'들'만 있을 뿐이죠”이었습니다. 그는 이어서 “ 당신네들의 기준을 굳이 향상시킬 필요가 없습니다. 대신 좀 더 강한 풍미를 넣으세요”라고 답변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좀 더 향이 강하고 다양한 피클을 먹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하워드 모스코비츠를 찾아온 다음 회사는 캠벨 수프(Campbell’s Soup)였습니다. 이 케이스는 더욱 중요합니다. 사실 캠벨 수프 케이스로 인해 하워드는 자신의 명성을 한 층  업그레이드합니다. 1980년대 초반에 이 회사는 주야장천 제품 ‘프레고’(Prego)만 연일 만들어냅니다만 또 다른 자사 브랜드, ‘라구’(Ragu)에 의해 힘도 제대로 쓰지 못하며 전락하고 맙니다. 


1970~80년대 제품 ‘라구’는 스파게티 소스 제품의 최강자로 군림한 바 있습니다. 오늘날 음식업계에서는, 그런데 여러분들이 이것에 많은 관심을 가지는지, 그리고 제가 이것에 관해 얼마나 많은 신경을 썼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하여튼 제쳐두고, 엄밀히 말하자면, ‘프레고’는 ‘라구’보다 더 좋은 스파게티 소스입니다. 토마토 첨가향의 질이 월등히 높고, 그로 인해 여러 혼합된 향은 최상을 다툽니다. 이것은 ‘좀 더 나은 방법으로 파스타를 해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충실히 따르기도 합니다. 


원래 이 회사는  70년대쯤 ‘프레고’와 ‘라구’를 가지고 스파게티/파스타 요리의 최적화된 그릇을 찾는 매우 유명한 실험을 단행했습니다. 여러분들도 먹을 때 그릇을 놓고 거기다 스파게티 요리를 붓죠, 맞나요? 시간이 지나면서 ‘라구’ 판매량은 서서히 떨어졌고, ‘프레고’는 가장 많이 팔린 소스 상품으로 등극하고 맙니다. 키포인트는 ‘충실성’ 일 것입니다. 어쨌든 이 충실성을 엄청나게 적용했음에도, 높은 질을 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제품 ‘프레고’는 점점 시장에서 반응을 얻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자 회사 관계자들은 하워드에게 찾아가 문제점을 고쳐달라고 의뢰합니다. 하워드는 생산 공정라인을 쭉 훑어보면서 “당신네들은 현재 꽉 막힌 토마토 사회에 갇혀 있다”고 운을 뗍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이것을 원한다고 답하죠. 곧장 그는 직원들과 같이 공장 실험실로 달려가 45가지의 토마토 스파게티 소스를 만들어냅니다. 여러분이 토마토 소소의 종류를 인식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그는 모든 것을 실험했습니다. 달콤함, 마늘 함유량, 신 맛의 세기, 토마토 함유량, 가시적인 향료 들, 모든 요소를 따지며 갖가지 작품을 만들어냅니다. 스파게티 소스 업계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입니다!  


당신이 자각할 수 있는 모든 토마토 스파게티 소스 종류처럼 그도 다양한 소스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는 실험실에서 갓 나온 45가지 소스를 가지며 길을 떠났습니다. 뉴욕으로, 시카고로, 잭슨빌로, 로스앤젤레스로. 더 나아가 아예 트럭을 끌고 다니며 미국 전역의 큰 강당으로 시민들을 불러내 이 제품들을 시연하기도 했습니다. 거기서 그는 시민들을 2시간 정도 앉힌 후 제품들을 공개했습니다. 10개 그릇을 내보이면서 약 2시간 동안 일련의 실험실 작품들을 맛보게 했죠. 10개의 작은 그릇에는 각각 다른 소스로 버무려진 파스타가 있었습니다. 시민들은 파스타 10가지를 음미한 후 0~100 점 기준으로 평점을 내렸습니다.


하워드의 시연을 가장한 실험은  계속됐습니다. 이윽고 그의 손에는 미국인들이 스파게티 소스에 대해 어떤 기호를 가지는지를 보여주는 방대한 데이터 뭉치가 잡혀 있었습니다. 그는 곧 데이터 분석에 들어갔습니다. 그가 스파게티 소스 판매를 위한 다양한 브랜드를 만들어 소비자의 선택의 길을 확대하는 방법을 추구하고자 노력한 것 같아요? 절대 아닙니다. 그는 이런 것에 질색했습니다. 대신 그는 오직 데이터만 봤습니다. 분석하면서 몇몇 상충되거나 동일한 결과 요소를 몇 개의 군으로 그룹화를 시도했습니다. 몇몇 특정 가설에 부합하는 45가지 소스 제품들을 한 번 규합합시다. 여건이 된다면, 여러분들은 앉으면서 당시 하워드가 가지고 있었던 스파게티 소스들의 그룹화를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모든 미국인들은 최소 하워드가 만들었던 3가지 그룹 중에 하나 정도는 속해있다는 점을 명확히 깨달을 수 있을 겁니다. 이 3가지 그룹은 무엇이었냐면, 평범한 스파게티 소스를 좋아하는 그룹, 좀 더 매운 스파게티 소스를 좋아하는 그룹, 그리고 스파게티 소스 덩어리를 좋아하는 그룹이었습니다.


 이것으로 판단컨대, 3번째 그룹 관한 사항은 혁신적이었습니다. 당시에, 즉 1980년대 초반에 슈퍼마켓 진열장에는 덩어리가 많은 스파게티 소스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회사 직원들은 “미국인의 1/3이 덩어리 많은 소스 제품을 원하는데, 그 누구도 이것을 만들 생각을 하지 않은 겁니까?”라고 묻자, 그는 “그럼요!”라고 외쳤습니다. 곧바로 회사는 자사 제품 ‘프레고’에 덩어리 많은 스파게티 소스로 탈바꿈시켰고, 이는 결과적으로 미국 전역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맙니다. 그 후 약 10년 동안, 이 제품으로 회사는 무려 6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합니다.


관련 업계 임직원들은 하워드가 해왔던 것을 보면서 “오, 하나님. 우린 그동안 잘못 생각했구나”라고 울부짖었습니다. 그로써 여러분들은 7가지의 식초를, 14가지의 머스터드 소스를, 그리고 무려 71가지의 올리브 오일 제품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하워드는 제품 ‘라구’의 판매 실적 향상을 위해 또다시 고용됩니다. 그는 ‘프레고’처럼 똑같은 작업을 이 제품에 적용시킵니다. 만약 오늘 여러분들이 아주 좋은 슈퍼마켓을 간다면, ‘라구’의 제품들을 많이 볼 수 있을 겁니다. 무려 6가지 향의 제품 36개나 됩니다. Cheese, Light, Robusto, Rich & Hearty, Old World Traditional, Extra-chunky Garden까지 말이죠. 하워드 모스코비츠가 이렇게 만든 겁니다. 이것은 하워드가 미국인들에게 주는 일종의 선물입니다.


이 이야기는 왜 그렇게 중요할까요? 사실, 이것은 엄청나게 중요합니다. 왜 그런지 알려드리죠. 하워드 모스코비츠가 한 것은 여러분을 행복하게 만들고자 식품산업의 일대 혁신을 이끌어냈습니다. 식품업계는 사람들이 무엇을 먹기 원하는지, 무엇이 그들을 행복하게 하는지를 알기 위해 바로 그들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여러 기간 동안 ‘프레고’와 ‘라구’는 소비자 그룹을 앉혀 두고 이렇게 물어봤죠. “어떤 스파게티 소스를 원하시나요?, 여러분들이 바라는 것을 알려주세요.” 2~30년 간 있었던 소비자 그룹 모임 중에 ‘덩어리가 많으면 좋겠다’는 말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미국인 소비자 1/3 정도가  마음속 깊이 이것을 바랐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대중은 사실 자기가 무엇을 갈구하는지 그 자체도 몰랐던 거예요.


하워드는 ‘마음은 혀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고 즐겨 말했습니다.  미스터리합니다. 그러니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원하는 것”을 항상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닫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만일에 제가 여러분들에게 어떤 커피 종류를 원하는지 묻는다면,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모든 이들이 “깊고 진하며 풍부한 맛을 원한다”고 할 겁니다. 이 문장은 어떤 커피를 원하는지 물었을 때 나오는 일반적인 대답일 뿐입니다. 어떤 게 좋으세요? “깊고 풍부하며 진한 맛 커피요!”


그렇다면 여러분 중 실제로 몇 분이 그러한 깊고 진하며 풍부한 맛의 커피를 먹기 원할까요? 하워드에 따르면 약 25~27% 정도의 사람이 그렇다고 합니다. 사람들 대다수는 우유가 든 부드러운 커피를 좋아합니다. 그러나 어떤 커피를 원하냐고 물었을 때, “우유가 든 부드러운 커피가 좋아요”라고 대답하는 이는 별로 없을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하워드가 이룬 첫 번째 업적입니다.


하워드의 두 번째 업적은 우리에게 ‘수평적 구분’이라는 특성을 일깨워주었다는 점입니다. 왜 중요하냐면, 그의 등장 이전의 식품영양업계의 전형적인 사고방식과 완전히 반대되기 때문입니다. 80년대 초반 식품업계는 머스터드 소스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정확히 하자면 ‘그레이 푸폰’에 몰려있었죠. 기존 머스터드 소스는 프랑스풍과 네덜란드풍으로 나눠져 있었습니다. 이게 다 뭐죠? 황색 머스터드 소스입니다. 그 속에 뭐가 들어있나요? 황색 겨자씨와, 심황, 파프리카가 섞여 있습니다. 이게 바로 머스터드 소스입니다. 이 시점에 디종 산 그레이 푸폰이 등장합니다. 코를 톡 쏘는, 휘발성 높은 갈색 겨자씨에 화이트 와인을 섞은 훨씬 더 복잡한 향을 가진 제품입니다. 


이걸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괜찮은 에나멜 상표를 붙인 작은 유리병에 담아 프랑스풍 제품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프랑스풍이라고 하지만 실제 생산지는 옥스나드, 캘리포니아 주입니다. 8온스 병에 1.5 달러를 받는 대신 프랑스와 네덜란드라는 이국적인 풍을 더해 약 4달러 정도 받기로 한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그레이 푸폰을 먹는 롤스로이스 주인을 내세워 대대적으로 CF를 활용합니다. 여타 다른 롤스로이스 차들이 멈추자 그 주인은 묻죠. “당신은 그레이 푸폰을 먹은 적이 있습니까?” 이런 과정을 거쳐 그레이 부폰은 한 마디로 떴습니다. 머스터드 업계의 일인자가 된 셈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려면 좀 더 가격이 비싸고 열망할만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사람들은 현재 만족하고 있는 제품을 떠나 머스터드 위계질서 상에 더 높이 있는 제품을 가지고자 노력하게 됩니다. 더 나은 머스터드 소스. 더 비싼 머스터드 소스. 더욱 세련되고 교양 있고 의미 있는 머스터드 소스 말입니다.


하지만 하워드는 말했습니다. “모두 틀렸어!” 머스터드 소스나 스파게티용 토마토 소스 영역에서는 위계질서 따위는 없고 모든 제품은 수평선 상에 늘어서 일렬로 있다는 것입니다. 좋고 나쁜 머스터드 소스는 실제로 없고, 완벽하거나 불완전한 머스터드 소스도 없고, 그저 단지 서로 다른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여러 종류의 머스터드 소스가 있을 뿐이라는 거죠. 맛에 대한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민주화했던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하워드에게 두 번째로 감사할 일입니다.


하워드가 세 번째로 한 일은, 아마도 가장 중요한 일이기도 하는데, ‘이상적인 식품’이라는 개념에 당당히 맞섰다는 점입니다. 과연 무슨 뜻일까요? 유사 이래 식품업계는 아주 오랫동안 어떤 요리에든 하나의 완벽한 레시피가 존재한다고 여겼습니다. 쉐 파니즈 레스토랑에 가면 어떠한 조리 방법으로 만들어진 붉은 꼬리 생선회가 나옵니다. 요리사의 조리법에 대해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레스토랑에서 ‘추가 과육은 빼서 만들어볼까요?’라고 물어보지는 않잖아요? 그저 빠진 상태로 음식이 조리됩니다. 왜 그럴까요? 쉐 파니즈 레스토랑 수석 조리사는 생선회 요리에 이상적 관념을 집어넣기 때문입니다.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한다’라는 방식 말입니다. 지금까지 계속 그러한 방식으로 이 요리를 대접했을 것입니다. 만일 내가 주방장과 언쟁이 붙는다면, 그는 “당신이 틀렸어요. 이것이 바로 이 레스토랑에서 따라야 할 최상의 방법입니다”라고 말할 여지가 높습니다.


식품 공장에서도 비슷합니다. 관련 업자들은 토마토 소스에 대해 ‘이렇게 해야 한다’라는 이상적인 관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토마토 소스의 기원은 어디일까요? 바로 이탈리아입니다. 이  소스는 어떻죠? 묽고 혼합된 성질을 띱니다. 원조는 엄청 묽어요. 1970년대 정통 토마토 소스에 관해 이야기를 하자면 이탈리아 소스를 예로 들어야 합니다. 최초의 라구 제품에 대해서 말이죠. 당시에는 덩어리를 찾아볼 수 없는 제품들이었습니다. 엄청 묽기 때문에 파스타 면에 부으면 그릇 바닥에 그대로 앉아버립니다. 그거면 되죠. 여기에 뭔가를 더할 이유가 있을까요? 왜냐하면 가장 정통에 가까운 토마토 소스를 제공하면 사람들이 행복해질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받아들일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고, 다시 말해 요리사들이 인류에 맞는 보편적인 요리법을 찾아 헤맸다는 뜻으로 치환 가능합니다. 그들은 우리 모두를 즐겁게 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만을 연구했습니다. 


보편성이라는 개념에 사로잡힌 이 현상은  19~20세기 동안 모든 과학 분야 전반을 휩쓸었습니다. 심리학자, 의학자, 경제학자들도 인류의 보편적 현상을 다스릴 수 있는 하나의 규칙을 찾는데 혈안이 되어있었을 뿐이죠. 하지만 이제는 바뀌었습니다. 최근 15년간 과학계에 나타난 대이변은 무엇입니까? 보편성 논쟁을 마치고,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넓히려는 운동입니다. 지금 의학계는 암이 어떻게 전이되는지 보다는 여러분의 암과 제 암이 어떻게 다른지를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둘은 서로 다르니깐요. 유전학은 인간의 다양성에 대해 연구 포문을 열었습니다.


하워드 모스코비츠는 이런 대변화가 토마토 소스 제조업계에도 반드시 일어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던 것뿐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그의 업적에 대해 감사해야 할 세 번째 이유입니다. 다양성에 대해 마지막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아, 죄송합니다. 그는 단순한 믿음에서 한 발자국 앞으로 더 나아갔습니다. 음식의 보편성을 찾아 돌아다닌 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대단히 홀대해온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커피 제조 공정의 예를 한 번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네스카페와의 솔루션 도중 커피와 관련된 일을 많이 했습니다. 


만약 제가 여러분에게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브랜드를 딱 하나 골라오라고 한 후, 나머지 분들이 이 브랜드 제품을 시음 후 0~100 점 사이의 평점을 요구해야 한다면 아마 평균 60점 정도의 점수를 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여러분을 3~4개의 커피 실험 그룹으로 나누고 각각 그룹을 위한 개별 커피를 만든다면 평점은 아마 60점에서 75~78점까지 높아질 겁니다. 이 60점과 78점 차이는, 커피를 마신 후 여러분의 기분이 그저 그럴지, 아니면 아주 행복할지를 결정할 정도의 큰 차이입니다.


이것이 하워드 모스코비츠가 베푼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마지막인 교훈이기도 합니다. 인류의 다양성을 포용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으로 가는 틀림없는 길이라는 것입니다.


원문 : Malcolm Gladwell: Choice, happiness and spaghetti sau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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