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차별을 훔치는 남자들>을 냈습니다

by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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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세 번째 책 <차별을 훔치는 남자들>이 나왔습니다. 두 번째 책을 낸 후로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아시다시피 그 기간 동안 한국 사회에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변화하는 시대상, 그럼에도 지켜야 할 가치에 대해서 말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이 책은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 <이만하면 괜찮은 남자는 없다>에 이은 '남자 3부작'의 마지막 편입니다. 앞서 두 책과는 조금 다른 결의 책이라고 자평합니다. <차별을 훔치는 남자들>은 두 책의 내용이 남성들에게 온전히 다가가지 못했음을 반성하는 동시에, 남성들 스스로 거대한 백래시의 흐름을 끊어내야 한다고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안티 페미니스트가 아닌, 동시에 가부장제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평범한 남성'들이 '여성과 함께 사는 길'을 찾는 작은 실마리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와서야 밝히지만 몇 년 전 유명 안티 페미니즘 단체의 유튜브에 '박제당해서' 공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저를 조롱하는 영상은 수십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리더군요. 그때부터 글을 쓰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게 조금은 두려워진 것 같습니다. 나아가 "여성가족부 폐지"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탄생한 윤석열 정부의 백래시 역시 무기력증을 심화시켰습니다.


그럼에도 작게라도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가 있지 않을까 고민하다가 책을 내게 됐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데 가만히 있을 순 없어서, 나의 입장과 위치를 의심하고 또 의심하면서, 그렇게 써내려간 글들을 실었습니다.


요즘에는 성평등을, 페미니즘을 '구닥다리' 취급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립니다. 이제는 '청년 남성들을 위해야 할 때'라는 이야기는 덤입니다. 그러나 청년 남성들의 삶과 청년 여성들의 삶은 제로섬게임이 아닙니다. 청년 여성들이 겪고 있는 차별과 폭력을 외면하면, 청년 남성들의 삶이 더 나아지나요? 여성혐오나 안티페미니즘을 용인하는 것은 그 누구의 삶도 개선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청년 남성들에게 '차별을 훔치는' 방식이 괜찮다고 말할 게 아니라, 다른 방식을 제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성평등이 어떻게 남성들에게도 탈출구를 마련해줄 수 있느냐'입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여성의 존엄과 안전을 내팽개치거나 위협하는 '남성 보듬기' 논의를 중지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분법이 아닌 길, 극우와 멀어지게 하는 길, 함께 살아가는 길을 저는 찾고 싶습니다.


유독 많은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며 쓴 책이었습니다. 피해생존자와 그의 연대자들, 모두가 떼돈 번다는 코스피 6000시대에도 '불안정 노동'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 ‘이게 차별인가’ 생각하지만 항의를 못하는 제 또래 여성 직장인들, 남초 커뮤니티를 즐기면서도 종종 고개를 갸웃거리는 청년 남성들, 세상이 뒤집어지면 좋겠다며 분노하는 누리꾼, 힘든 하루를 보내고 집에 와서 쇼츠만 네 시간씩 보다가 잠드는 노동자... 떠오르는 얼굴들을 최대한 잊지 않고자 한 이유는 서로가 서로를 경쟁자이거나 '민폐'로만 여기는 사회의 분위기가 결국 '차별을 훔치는 남자들'을 만드는 토대가 되기 때문입니다. 말끔해보이는 공정과 중립의 세상, 표준화된 '강한 규범'이 작동하는 세상은 합법적으로 '존재를 지우고'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자 했습니다.


이번에도 지난 책처럼 많은 분들에게 빚을 지면서 썼습니다. 페미니스트 활동가분들과 연구자분들의 고군분투, "글 잘 읽고 있다"는 한 마디 한 마디, 김진주 편집자님과 한겨레 출판의 도움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었던 책입니다. 저는 <차별을 훔치는 남자들>이 '어두컴컴한 작은 방 하나를 밝히는, 대피소에서 잠시 손을 녹일 수 있는, 세상을 바꾸는 행진의 뒤쪽에 있는 불'이 되기를 감히 소망합니다. 많이 읽어주시고, 괜찮으시다면 주변에 추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서지현 검사님의 추천사를 실을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일부를 여기에 옮겨봅니다.


박정훈 기자의 책을 읽고 드는 마음은 부끄러움이었다. 외면하고만 싶었던 현실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해서 기록하고 있었다. 여성들이 오랜 시간 누적된 생존의 위협과 불안과 분노를 말하기 시작했을 때, 이 사회가 가장 빠르게 반응한 것은 ‘여성들의 생존을 위한 대책’이 아닌 ‘상처받은 남성들의 마음을 보듬기 위한 대책’이었음을, 이 사회가 누구의 불안을 보호 대상으로 삼고 누구의 생존을 여전히 개인의 몫으로 남겨놓는지 이 책은 한순간도 쉬지 않고 기록하고 있었다. (...) 그의 기록은 남녀가 싸우자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위협이 되고 차별이 되는 과거를 바꾸자고 말하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누가 더 아픈지 경쟁하는 세상이 아니라 그 누구도 생존을 위협받거나 상처받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것을. 그의 계속될 기록을 미리 응원하며 다음번 그의 기록은 좀 더 희망적인 모습이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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