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이러시는 거 아니에요

호텔리어의 일상

by 영앤지


(참고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말씀드리자면, )호텔 프런트 데스크에 서 있는 직원들이 가만히 하는 일 없이 멍 때리고 있는 듯하게 보인다면 그녀 혹은 그는 이미 진상 손님과 한바탕 한 직후 일 가능성이 크고, 손님과 일처리를 하는 프런트 직원이 신입도 아닌데 약간 횡설수설하면서 어리바리한 느낌을 준다면 지금 뭔가 처리해야 하는 큰 거 하나 남아 있다는 뜻일 수 있다.




10대의 딸과 딸의 친구와 두 개의 연결된 방에 묵은 손님이었다.

저녁 시간이 다 지나서 룸 키를 우버에다 두고 내렸다면서 새로 받고 싶다고 왔다.

새 키를 주면서 혹시 우버 기사가 호텔로 가져다 주기로 했냐고 물어봤는데 딸이 그때부터 우버 기사가 자신의 방에 들어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성질을 내기 시작하였다.


그 전 키를 작동하지 못하게 할 수 있는지 그녀의 엄마는 차분하게 물어보았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있는 호텔 시스템 상으로는 체크아웃을 하기 전까지는 이미 발급된 모든 키들은 작동이 되고 체크아웃을 했다가 다시 체크인으로 하는 건 시스템상 엮여있는 정산문제들로 인해 너무 복잡해서 당장은 어려운 상황이었다.


딸은 나에게 들어오는 호텔 고객들 룸키를 다 확인해 달라고 하거나, 방을 옮겨 달라고 하는 등의 무리한 요구를 했다.


5 성이라더니 이 호텔은 전혀 안전하지가 않다며 소리치는 10대 소녀를 앞에 두고 의외로 덤덤한 어머니에게 방 문의 이중잠금장치를 사용하고, 연결된 문을 열어두고 그래도 불안하면 문 앞에 짐들을 두라고, 필요하면 stopper 도 제공하겠다고 말했지만 딸을 그게 지금 할 소리냐며 더 소리를 치며 어머니와 친구를 난감하게 했다.


그녀의 엄마는 지금 왜 도와주려는 직원(나)에게 무례하게 구냐고 하니 딸은 지금 무례한게 아니라 겁먹은 거라면서 돈내고 묵는 호텔에서 자신에게 해 줄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면서 더 있는 힘껏 역정를 내었다.


고래고래 소리를 치는 딸에게 아무도 하지 않은 말을 해주고 싶었다.

‘잃어버린 건 본인이면서 도대체 누구한테 화를 내고 있는 거냐고…’

그리고 후회했다. 그냥 새 키만 주면 될 걸 괜히 우버 기사 얘기를 꺼내 가지고…



호텔에서 체크인을 하면 deposit을 낸다. 내가 일하는 호텔은 $100을 현금이나 카드로 받고 체크아웃을 하면 자동으로 돌려준다. 이는 룸 서비스나 기타 호텔 서비스 이용 시 룸 charge를 했을 때를 대비하여 카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미리 승인받는 용도도 있다. 그러나 고객들 중에는 간혹 $100이 없어서, 돈을 못 돌려받을까 봐 등등의 이유로 deposit 제공을 거절하는 경우도 있다. 룸에 대한 결제가 이루어졌다는 전제하에 이럴 경우 추가 요금은 room charge 가 아닌 직접 결제를 한다는 약속을 받고 기타 호텔 서비스 이용을 제한시키고 체크인을 해주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꼭 그렇게 하고 나서도 룸 서비스나 유료 영화가 안된다고 화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

추가 이용을 하지 않을 거라고 해서 체크인을 해줬더니 그새 마음이 바뀐 건지 그냥 쓰면 될거라고 생각한 건지 호텔에서 룸 서비스가 안 되는 게 말이 되냐면서 화를 낸다.

체크인을 할 때 Pre-authorization을 제공하지 않아서 안된다고 미리 얘기를 하지 않았냐고 설명을 해도 짜증을 내고 불평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고, 그러니까 여행할 때는 미리미리 환전도 해놓고 통장에 백 불 정도는 가지고 있자.



내가 일하는 호텔은 호텔 예약이 다 찰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몇 명씩 전화 혹은 직접 방문하여 여분의 방을 찾기도 한다.


본인의 멤버십 레벨을 운운하며 방을 달라고 한다거나 구구절절한 사연을 늘어놓으며 방을 주기를 바라지만, 있는 방을 없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언제 몇 명이 올 지 모르는 멤버십 가입자들을 위해 방을 따로 빼놓지도 않는다.


전화로 문의를 해오길래 예약이 다 찼다고 말하니

“ 어&%$&#*#&$@* 네가 하는 말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 ”

라며 소리를 지으며 화풀이를 하고 끊는 사람도 있고,


직접 온 사람 중에는 나에게 짜증을 내고 회유를 하고 부탁을 한다고 없는 방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면 나에게 엄포를 내듯이,


“ 그럼 너는 내가 공항에서 자기를 바라는 거야?”

라든지,

“ 그럼 나 호텔 로비에서 밤새 있을게.”


라며 호텔 로비에 앉아서 일하는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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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벌기 참 쉽지 않지.



내가 화내고 있는 대상이 나를 화나게 한 이유인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에게 매일 당하면서도

(부동산에서는 아침에 두 시간, 오후에 두 시간 이랬는데) 아침 일곱 시부터 오후 세시가 넘도록 하루 종일 거실 공사를 하며 우리집 화장실을 쓰고 신발을 신고 돌아다니는 아저씨들에게 짜증을 냈다.


사는 게 참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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