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리어의 하루. 1편

객실부 오전근무

by 영앤지

저는 바다를 건너와서 지금은 서울의 한 5성급 호텔 객실부 어시스턴트 매니저입니다.


오전 7시. 출근

야간조 매니저에게 어제 오후와 간밤에 있었던 일들, 오늘에 있을 호텔 전반의 오퍼레이션에 대한 인계를 받습니다.


오늘은 며칠 전 예정보다 일찍 체크인을 하고 객실에 들어갔을 때 예약 시 요청한 생일 어메니티가 셋업 되어있지 않았다고 노발대발 한 고객이 체크아웃을 하는 날이라고 합니다. 객실 준비가 된 뒤에 순차적으로 셋업 된다는 얘기를 미리 말하지 않아 고객의 생일을 망쳤다고 하니 체크아웃할 때 머리를 조아리며 죄송하다고 해야 합니다.


이 고객이 나가기 전에 먼저 연락을 해야 하는 고객이 있답니다.


간밤에 체크인 후 객실에 있는 옷장에 흠집이 있다고 객실을 쓸 수가 없다며 룸무브를 요청했던 고객이 호텔에 오자마자 쉬지도 못하고 룸을 옮겨야 했으니 허비한 시간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밤이 늦었으니 날이 밝으면 다시 얘기하겠다고 하여 오늘 저는 여러 사람이 오고 가는 호텔객실의 옷장에 난 작은 흠집을 가지고 잔뜩 화가 난 이 고객의 성난 마음을 어르고 달래야 합니다. 뭘 잘못했는지는 모르지만 죄송하다고 이해해 달라고도 하게 될 거 같습니다.


인계를 마치고 본격적인 근무를 시작합니다.


오늘은 다음 주 방문 예정인 호텔 VIP 의전 차량에 들어갈 물수건을 담을 예쁜 은색 쟁반을 찾아 주문해야 합니다.

그리고 객실부 산하인 VIP 라운지 각 테이블에 올릴 소금, 후추 통 주문과 소금, 후추도 주문해야 합니다. 크지도 않은 통에 많지도 않은 테이블에 올릴 거라 키친에서 좀 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각 부서의 예산이 있으므로 객실부에서 주문하라고 합니다.


오늘 들어올 체크인/아웃 객실과 예정되어 있는 행사들을 확인하여 채팅창에 공유합니다. 오늘은 대표님의 오찬이 예정되어 있어 대표님용으로 매일 아침 배달되는 신문을 미팅룸으로 전달하고 돌아서니 무전기로 저를 찾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사우나이용이 유료라는 말을 체크인할 때 못 들었다고 잔뜩 화가 나 있는 고객이 매니저를 찾는다고 합니다.

고객에게 가는 동안 학습한 죄송함을 장착하고 강아지 눈빛으로 애써 갈아 끼우며 마음의 준비를 합니다.

고객에게 사우나 유료 안내는 고객이 키를 받을 때 함께 제공되는 호텔 이용 안내문에 적혀 있다고 하자, 없다면서 본인이 찍은 사진을 보여주길래 뒷장에 있다고 그 문항을 가리키니 이걸 말로 다 설명을 해줘야지 누가 뒷장을 보냐고 합니다.


오늘은 이 고객이 죄송무새 하루의 시작인가 봅니다.

체크인한 직원 데려오라는 고객을 겨우 진정시키고 자리로 돌아오자,


10 시조 인수인계를 하러 가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10시 조가 오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앞으로 줄줄이 고개를 조아려야 하는 불만 고객들에 대한 부담을 나눌 매니저가 한 명 더 생겼기 때문입니다.


인계를 마치고 내려오자마자,


레스토랑에서 조식 드시다가 벌어진 상황에 대해서 체크아웃하면서 로비가 떠나갈 정도로 언성을 높이는 고객을 만났습니다.

레스토랑 매니저가 엄연히 있는데 객실팀과 관련 없는 얘기로 한창 체크아웃하려는 고객들로 붐비는 시간에 프런트 직원을 붙잡고 소리를 치니 제가 고객을 모시고 저의 카운터로 와서 여기는 객실부니 상황을 잘 아는 담당 부서 매니저를 연결해 드리겠다고 하자,


싫답니다.


그래서 한 시간에 넘게 고객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법조계에서 일하고 강남에 집이 있고 돈이 없는게 아니랍니다. 호텔을 많이 다녔으므로 불쾌해서 안 되겠답니다.


이 고객을 응대하는 동안 옷장의 흠집으로 컴플레인한 고객은 이미 다른 매니저에게 한바탕 한 뒤었고 메신저로 직원이 애타게 저를 또 찾고 있었습니다.

체크인 시간은 아직 멀었는데 체크인을 해달라는 고객에게 아직 객실 준비가 안되었으니 기다리셔야 한다고 했더니 화를 내기 시작한다며 도움을 요청합니다.

어제는 만실이었고 고객들은 이제 체크아웃을 하기 시작했고 체크인 시작 시간은 한참이나 남았으니 짐 맡겨두고 식사라도 하시면 연락드리겠다고 했더니 지금 피곤하니 당장 방을 내놓으랍니다.


메일함에는 각종 리뷰 플랫폼에서 작성된 호텔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들을 빨리 조사해 달라는 메일과 앞으로 내정되어 있는 그룹 관련 내용들, 그리고 딥클리닝 등 각종 이유들로 객실 수량을 정리해 달라는 요청 사항들이 쌓여있습니다.


아침부터 욕지거리를 비 맞듯이 맞다가 잠시 소강되었을 때 도망치듯이 식사를 갑니다.

저는 호텔일을 하면서 일 시작전이나 중간에는 밥을 잘 못 먹습니다. 긴장도가 높은 편이라 위가 차있는 상태에서는 메신저에 직원들이 저를 부르는 이름만 봐도 다 쏟아낼 거 같아서입니다.


식사 후에 다른 매니저와 해결한 일들에 대한 공유 및 하소연을 하다 보니 오후조 인계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인계가 끝나면 저는 고객응대는 중간조와 오후조 매니저에게 맡겨두고 사무실로 들어가 못했던 각종 업무 및 이메일 작업들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다 바빠지면 뛰쳐나와 도와줘야 하지만 일단은 사무실에서 숨을 돌립니다.


어제는 다음 주에 들어올 그룹 관련하여 세일즈 팀과 객실배정이나 객실 비용처리 컨시어지 서비스 등에 대한 회의가 있다고 오버타임근무를 했는데 오늘은 그래도 정시퇴근은 가능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