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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란 May 22. 2017

요즘 기획자

기획자는 어떤 직업?

기획자는 어떤 직업?

기획 : 일을 꾀하다

기획자 : 일을 꾀하는 사람


'어떤 분야'에서 '어떤 일'을 꾀하는가에 따라 '해야 하는 일'이 달라지는 직업입니다. 

 게임 회사에서 일하는 웹기획자는 개발자와 게임을 만듭니다. 프로젝트 기획자는 전국 피시방을 돌아다니며 행사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다니는 기획자는 방송국, 언론사와 함께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듭니다. 때에 따라 소속 연예인의 팬들과 모이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어떤 기획자는 오전에 이벤트 홍보를 위해 길거리에서 전단을 나눠주다가 오후에는 미술관에서 행사의 사회를 보기도 합니다. 실제 업무를 할 때는 분야를 막론하고 손대지 않는 영역이 없습니다.


개발과 마케팅까지 알아야 하지만 개발자도 마케터도 아닙니다. 전문직이라고 정의하기 참 어려운, 매일 새로운 일을 벌이는 직업. 기획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류는 가능한 직업입니다.

아래 <표 1>는 2007년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 직업능력개발원에서 발표한 '2007 미래의 직업세계', 2017년 고용노동부와 한국 고용정보원이 발표한 '2017 한국 직업전망' 중 기획과 관련된 직업만 따로 정리해 만든 내용입니다.


<10년 전 vs 10년 후 기획자 직업 전망>


@youngranna <표1>


광고 및 홍보 기획자, 행사 기획자, 웹 기획자와 같은 직업 분류는 10년 전 예측이나 현재 예측이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달라진 점은 분류 아래 구체적인 직업명이 특정 분야(웹, 여행 등)에서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모두 마케터가 되어야 하는 업(業)입니다.   

 상품을 기획하는 분야가 생긴 것과 함께 달라진 점을 하나 더 찾는다면 '기획자'가 '마케팅 전문가'를 포함한다는 점입니다. 앞으로의 기획자는 일을 벌이고 꾀하는 것뿐 아니라 사람들에게 어떻게 입소문 나고 어떻게 인식될지, 마케팅의 영역까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제품/서비스의 가치 판단 기준>
좋다 → 팔린다
팔린다 → 좋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기존에는 '좋다 -> 팔린다'에서 '팔린다 -> 좋다'로 상당 부분 이동했기 때문입니다. 더 세부적으로는 '누구에게 팔린 제품' 인지에 따라 특정 타깃에서 열광하는 시대로 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회'에 주목해야 하는 업(業)입니다.

이미 많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기획 단계에서 마케팅을 고려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마케터처럼 데이터를 분석하고 수요를 예측하고 구체적으로 얼마를 벌었는지까지 알 필요는 없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마케팅은 '기회'입니다.

기회 = 트렌드

기회는 트렌드를 의미합니다. 지금 시장에서 유행하고 있는 아이템, 국내외에 흐르는 문화적 코드 같은 트렌드를 잘 포착해 기획에 반영하는 것.  


요즘 기획의 좋은 예 <윤식당>


'힐링'이 트렌드가 된 지는 이미 십 년이 넘었습니다. well-being(육체적·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통해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는 삶의 유형이나 문화)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게 2000년대 초반이니까요. 하지만 조금씩 의미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현재는 Y.O.L.O(‘인생은 한 번뿐이다’를 뜻하는 You Only Live Once의 앞 글자를 딴 용어.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여 소비하는 태도) 기반의 힐링을 추구 합니다. 힐링이라는 말도 휘게 라이프(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또는 혼자서 보내는 소박하고 여유로운 시간, 일상 속의 소소한 즐거움이나 안락한 환경에서 오는 행복, 삶) 등으로 구체화되며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윤식당> 일러스트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한 예로 한 방송사에서 기획한 프로그램을 들 수 있습니다. 최근 14%의 시청률로 종영한 tvN 예능 <윤식당>. 기획의도는 제작진은 “이번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이 쉴 틈 없이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지친 몸과 마음이 한 템포 쉬어갈 수 있는 여유를 느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프로그램을 준비하게 됐다”라고 밝혔습니다.


<윤식당을 통해 본 '기회'와 '기획'>
- 여행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들(기회) = 해외 촬영(기획)
- 맛있는 것을 먹고,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며 삶의 여유를 찾는 사람들(기회) = 식당 콘셉트(기획)
- 연예인을 보며 대리 힐링하는 사람들(기회)= 이서진, 신구, 윤여정, 정유미 섭외(기획)
- 배달음식을 즐기는 사람들(기회) = 배달 가능한 메뉴 개발(기획)


좋은 기획은 '좋은 사람'에서 나온다고 믿습니다.

 결국엔 나영석. <1박 2일>, <삼시 세 끼>, <꽃보다 청춘>에 대한 성공을 두고 결국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건 '나영석'이라는 기획자입니다. 기획자는 '어떤 기획이 좋은 기획일까'를 두고 아마 평생을 고민할 겁니다. 매번 답이 달라질 테니까요. 정답이 없으니까요. 위에서 말한 것처럼 팔리는 기획이 좋은 기획이 될 가능성이 크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제가 정의하는 '좋은 기획'은 다음과 같습니다.

좋은 기획 = '좋은 사람이 꾀하는 일'

여기서 좋은 사람이란 '내가 되고 싶은 사람'에 아깝습니다. 기획에는 기획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 살아온 삶이 담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기획자는 본 것,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주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거죠. <윤식당>에 출연한 배우 윤여정 님이 인터뷰에서 나영석 PD를 언급한 부분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윤여정_ 나보고 호기심 많다고 하지만 이분도 호기심이 굉장히 많아. 프로젝트는 다음이고, 사람이 제일 중요한 거 같아. 나영석을 보면, 출연자를 보고 ‘저런 사람이었어?’ 아름답게 보여주려고 하는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있어. 이번에도 서로 취향이 맞아떨어지면 좋은 조합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 조합을 잘 맞추는 것이 나영석팀의 핵심이야. 유미랑 나도 좋은 조합이라고 생각했고.


나영석 PD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있는 사람, 아름다운 면을 아름답게 보여주고 싶은 '좋은 사람'인 거죠.


좋은 기획을 꿈꾸며

 '좋은 사람 = 좋은 기획'. <윤식당>이 아니어도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younganna

<동네 서점>, <동네 카페> 같은 작은 가게들도 요즘에는 기획한 사람(주인장)의 컨셉을 담고 있으니까요. "나 예쁜 서점 찾았어", "여기 비엔나커피 대박이야" 하는 곳이 있다면, 그 가게 주인은 당신과 성향이 비슷한 사람일 확률이 높고, 그 가게는 적어도 당신에게는 좋은 기획을 통해 만들어진 가게인 것입니다.


가장 최근에 제가 느낀 좋은 공간 기획은 북티크 뮤지엄 입니다.

@북티크 뮤지엄 페이스북

북티크 뮤지엄은 '책의 해체, 새로운 엮음'이라는 슬로건 아래 만들어졌습니다. 책 뮤지엄이라는 신선한 컨셉, 보라빛 조명이 지배적인 공간. 개인 소파와 조명 아래에서 책을 읽는 풍경. 이 모든 것은 한 감독님에 의해 모두 기획되었는데요.


기회가 닿아 공간을 기획한 감독님 옆에서 공사 시작부터 공간이 완성되는 과정을 대부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과정에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하며 친해졌고 얼마나 여유있는 분인지, 예술가적 기질이 넘치는 분인지 알 수 있었어요. 그리고 공간이 완성되었을 때는 그 분의 가치관이 이 공간에 모두 녹아들어있구나 하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북티크 뮤지엄 페이스북

물론 저도 그 공간을 굉장히 좋아했는데요. 결론적으로 감독님은 저에게는 좋은사람, 북티크 뮤지엄은 좋은 기획인 거죠. 적어도 저에게는. (현재는 운영을 하지 않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큽니다 ㅠㅠ) 

@youngranna <토드 셀비 전에서>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없듯 모두에게 좋은 기획이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지난 5년 간 취업준비생/대학생을 위한, 힐링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콘텐츠, 앱, 웹 기획을 주로 해왔는데요. 모두를 만족시키려고 발악했던 기억이... 앞으로는 모두를 만족시키는 기획보다 '좋은 기획'을 하고 싶습니다.


끝.



*참고자료

2007 미래의 직업세계 : 직업편(http://www.career.go.kr/cnet/front/commbbs/courseMenu/commBbsView.do?BBS_SEQ=105715)

2017 2017 한국 직업전망 (http://yongkwan.com/down/data_room/2017%ED%95%9C%EA%B5%AD%EC%A7%81%EC%97%85%EC%A0%84%EB%A7%9D161200.pdf)

윤식당 내용 : 서울경제 (http://www.sedaily.com/NewsView/1ODHVHO725)

나영석 윤여정 인터뷰: 씨네 21(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86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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