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아닌 '나'를 브랜드로 만들기
며칠 전, 메타가 Scale AI에 150억 달러를 투자했다는 소식을 다룬 글을 썼습니다. 하지만 최근 Scale AI에서 수백 명 규모의 대규모 해고가 있었는데요. 막대한 투자를 유치한 직후였지만, 생각해 보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이 정도 규모로 다른 회사와 전략적 제휴나 사실상 합병에 가까운 투자가 이뤄지면, 대개 조직 개편과 리소스 재배분이 뒤따르기 마련이니까요.
내부 분위기를 보면, 이번 해고가 끝은 아닐 거란 얘기도 들립니다. 지금 진행 중인 mid-year 성과 리뷰 결과에 따라 추가 조정이 있을 수도 있다고 해요. 말 그대로 '진행형'인 구조조정인 셈입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참 양면적입니다. 기회의 땅이라는 말이 틀리지는 않지만, 그 기회를 지키기 위해서는 매 순간을 긴장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성과를 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회사가 나를 지켜줄 것'이라는 기대는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현직자로서 매일 체감하는 건, 여기서는 내가 아무리 좋은 성과를 내고, 팀에 기여를 해도 소용없을 때가 있다는 거예요. 회사의 큰 그림 속에서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팀’이라 판단되면, 그 팀은 조용히 정리되기 때문이죠. 노력과 성과가 당연히 중요한 곳이지만, 그보다 더 큰 흐름 앞에서는 개인이 컨트롤할 수 없는 변수들이 너무 많습니다.
분기별 OKR (Objectives and Key Results, 목표와 핵심 결과) 달성이 생존과 직결
성과가 좋아도 팀 전체가 해체되면 함께 사라짐
레이오프는 개인의 능력과 무관하게 비즈니스 전략에 따라 결정
매년 PIPs (Performance Improvement Plan, 성과개선계획) 대상자 선정으로 하위 5-10% 도태
고용에 대한 인식과 직장 문화는 한국과 미국이 정말 다르다는 걸 느껴요. 한국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고용 구조를 유지하고 있고, 한 회사에 오래 다니는 것이 성실함이나 신뢰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경향이 있어요.
반면 미국은 At-will employment 때문에 회사가 별다른 이유 없이도 직원을 바로 해고할 수 있어요. 그래서 대규모 레이오프가 정말 흔하게 일어나고, 경기가 안 좋거나 회사 전략이 바뀌면 인원 감축이 빠르게 이뤄집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개인 브랜딩과 네트워킹이 곧 생존 전략이 되고, 한 회사에 오래 남는 것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빠르게 성장하는 것이 더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것 같아요. 직원들은 늘 자신의 시장 가치를 높이고, 다음 기회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셈이죠.
그래서 요즘 사람들이 회사가 아니라 '나 자신'을 브랜드처럼 관리하려고 해요. LinkedIn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업계 컨퍼런스에 적극 참여하며 사람들과 네트워킹 하며,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개인적인 전문성을 계속 키우는 게 일상이 되었죠. 불안정한 고용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전히 이곳에서 일하는 것을 후회하지 않아요! 한국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스케일의 프로젝트를 하고, 전 세계에서 온 뛰어난 동료들과 일하며, 내 아이디어가 수억 명의 사용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험을 할 수 있으니까요. 이런 경험들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값진 자산이라고 생각해요.
기회의 땅에서 일한다는 건 어쩌면 늘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는 환경에서 일하는 것 인지 모르겠지만, 그 긴장감 속에서 저는 조금씩 더 강하고 유연해지고 있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