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itacura Jan 21. 2024

4년 전 그대로

파울리스타 거리

좁은 호텔 방에선 아이들과 할 게 거의 없다. 방에만 있다간 게임이나 TV 보는 걸로 하루를 보낼 것이 분명했다. 택시를 불러 쇼핑몰이라도 나갈까 싶어 "우버" 앱을 다운 받았다. 4년 전에도 아주 요긴하게 썼던 앱이다. 그러다 이곳이 4년 전에 살던 동네와 멀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구글맵"을 열어 보았다. 아이들이 사고 싶어하는 "아바이아나스" 신발 가게가 500m 거리에 있었다. 신발 가게 근처엔 "Pao de Azucar"도 있고, 일식집도 있고, 햄버거 집도 있고, 맥주집도 있다. 거리의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는 것 같았다. 


아이들을 데리고 호기롭게 길을 나섰다. 100년은 족히 된 듯한 무성한 나뭇잎에 보도블럭을 뚫고 나온 나무뿌리가 무시무시한 가로수를 지나 10분 남짓 걸어 가니 과연 신발 가게가 바로 나왔다. 신발 가게 앞에 American Express,  그 앞에 Pao de Azucar, 그 옆에 노란 간판 문구/전자제품 상점, 조금 걸어 올라가면 햄버거집, 일식집, 그 옆에 이발소...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우리가 자주 가던 맥주집이 좀 확장한 것 빼고는 변한 것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4년 전 이 거리를 다니던 그대로의 기분으로 오늘도 똑같이 걷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기분은 어제 Panambi 아파트를 보러 같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누구를 만나러 왔었던가, 잘 모르는 분을 당번이 되어서 만나러 왔었던 것 같은데 그때 신분증 검사하던 입구부터 차가 나오는 길, 분수대, 테니스 코트, 아파트 외관 모든 것이 그때 그대로였다. 그땐 내가 여길 살러 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텐데.


변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것이 일상인 한국과는 다른 곳이다. 

작가의 이전글 브라질로 돌아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