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방식은 누가 정하나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을 읽고

by 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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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설리번의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을 읽었다. 인간이라는 복잡한 시스템이 작동하는 시스템과 관련된 다양한 실험결과들을 소개해 준다.

우리는 모두 자기가 자신의 북소리를 따라, 자기만의 방식대로 산다고 생각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과학은 이 북소리의 리듬이 맨눈에 보이지 않는 타악기 연주자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음을 밝혀냈다. 우리는 자기가 북을 울리고 있다고 믿으며 인생을 살고 있지만, 이것은 착각에 불과하다는 충격적인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 사실은 우리의 모든 행동을 조화롭게 운용하는 숨겨진 힘이 존재한다.



읽고 생각한 것


인간이라는 복잡한 기계에 대하여

나는 살면서 나라는 존재를 몸과 마음(혹은 의식이나 이성) 두 가지 정도로 나누어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한 사람 몫을 하고 살려면 굳건한 마음을 만들어야 한다고 믿었다. 목표한 일이 잘 되지 않을 땐 늘 내 의지를 탓했다. 그러다보면 우울해지곤 했다. 난 왜 안 되지, 왜 난 안 되지 되뇌이며.. 꽤 오랫동안 이런 방식으로 생각하면서 알게 된 것은 이 생각이 도움이 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 마음을 굳게 먹자'고 결심하고 무언가가 변한 적은 없었다. (우울해진 적은 많았다.)

이런 저런 책들을 읽으며 알게 된 것은 우선, 우리가 우리의 '마음'이나 '의식'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 아직 많이 알지 못하다는 것이다. (최근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을 하고 글을 쓰는 나의 '의식'이 나라는 몸과 마음의 총합의 주인인 듯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 이야기를 인간을 유전자와 환경, 그리고 미생물총(장내 세균 등) 등이 유기적으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굴러가는 복잡한 기계로 설명한다.

나의 실패를 내 의지의 나약함에서만 찾을 때,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실패도 그러한 렌즈로 보게 된다. 무언가에 중독된 사람들,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 등등. 이 책은 그러한 시선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보다는 왜 어떤 사람(이라는 복잡한 기계)들은 더 쉽게 그러한 유혹에 빠져드는지, 더 쉽게 우울해지는지 살펴보고 시스템을 어떻게 바꿔볼 수 있을지 살펴보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얼마 전 읽은 <룬샷>에서의 시스템적 사고와도 맞닿아 있는 것 같다.


어릴 때의 상처는 쉬이 아물지 않는다

아동기의 부정적인 경험은 피해자의 DNA로 파고들어 영구적인 흉터를 남긴다고 한다. 그러니 상처가 있는 사람들에게 이제 잊을 때도 되지 않았느냐고 말하는 것은 매우 폭력적일 수 있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용서가 어려운 일들이 있다는 것에 대한 과학적인 증명처럼 느껴진다. 미숙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을 한데 모아 교육하는 시스템 자체에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닐지 계속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몽둥이와 돌은 뼈를 망가뜨릴 수 있지만, '왕따'의 경험은 DNA를 망가뜨릴 수 있다. DNA가 유전된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그야말로 영구적인 영향을 입을 수 있다.


그리고 인상깊었던 것들

무의식중에 IBM 로고를 본 사람들과 애플 로고를 본 사람들에게 창의력이 필요한 문제를 낸 결과 애플 로고를 본 이들이 더 성과가 좋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중, 매일 아침 일어나 사과 로고를 보며 자신의 맥을 켜고 글을 쓴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나름 과학적 근거가 있는 이야기였을지도.

끊임없이 행복을 좇는 사람들은 현재의 조건에 만족하는 사람들에 비해 시간이 늘 부족하다고 느끼고 조바심을 내며 살아간다. 정작 자신이 정말 즐겁다고 느낄 수 있는 활동들에 눈길을 주지도 못한 채.

만약전세계에 단 1명의 소울메이트만 존재한다면, 랜들 먼로라는 사람의 계산에 따르면 우리는 소울메이트를 만나기 위해 1만번 정도 살아야 한다.

장내 세균이 없으면 더 건강한 몸이 될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결과는 그 반대다. 장내 세균을 없앤 쥐들은 몸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도 좋지 않았다. 장내 세균의 종류와 정신 건강 사이에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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