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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블리 Apr 12. 2016

02. 초경 & 03. 첫 나비집

2015.04.11/2015.04.20


초경

(illustrator cs6)


나팔꽃: 기쁜 소식 (초경의 날 꽃)



하늘이 파랗게 달아가는 시간
네가 바지런히 햇물을 훔치는 동안
나는 초경을 시작했다
달마다 해를 닮아가는 일
그게 성숙이라 했던가


그 날, 고소공포증을 앓던 복사꽃은

떨어져 
"죽었다"

"살았다"
혀들은 또 저마다의 말을 틔웠더랬다


출생이 내게 건넨 견고한 집은
날 집요하게 갉아내며 자랐다
달마다 집을 부수는 일
그걸 성숙이라 해야지





내 생애 첫 나비집

(illustrator cs6)


이끼: 모성애



낱장의 꽃잎을 틔우려

쉼 없이 가슴을 부쉈던 사람을 안다
붉게 물들수록 단단해지는 나비 하나가

농익은 복숭아 복판에서 변태 중이다


물러가는 뒷모습만으로 입이 달아
말이 닳아버리는 사람이 있다
더 이상 집을 부수지 않는 둔부가
애써 저녁노을을 감춘다


하지만
여전히, 복숭아, 익는다






예전에 복숭아 글짓기 공모전인가, 에 제출했던 시인데 복숭아를 제재로 '초경'과 '어머니'에 대해 썼던 거라 이 두 그림과 뜻밖에 일맥상통해서 엮어 올려본다.


첫 번째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초경의 날'이 있다는 것도, 그리고 그 날의 상징꽃이 나팔꽃이란 것도 처음 알았다. 단순히 나팔관과 나팔꽃이 닮아서 어찌어찌 정해진 것 같긴 하지만 '기쁜 소식'이라는 꽃말이 참 잘 얻어걸린 건 사실인 듯하다.


두 번째 그림은 꼬박꼬박 구독하던 월간 윤종신 2015년 3월호 신곡―Memory-윤종신(with 장재인)―을 듣다가 '유난히 나비가 많던 우리 집'이라는 대목에서 '내 생애 첫 나비집'이라는 단어가 떠올라서 그린 그림이다. 운명/인연은 흔히 빨간 실로 표현되는데 그렇다면 저 나비집과 나는 얼마나 칭칭 감겨 있었었고, 여전히, 얼마나 칭칭 감겨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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