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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클래스 Oct 30. 2024

꿀잠과 고소한 점심을 준 시체스 Sitges

<내게 맞는 일을 하고 싶어> 저자의 배낭여행 70일

따뜻한 오후에 쏟아지는 햇빛 사이로 꾸벅꾸벅 잠들기. 그 행복에 도전하기가 유럽에서는 불가능하다. 가방을 노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지하철, 버스에서 이동할 때도 졸지 못해서 호스텔에 들어가야 마음 편히 잘 수가 있는데 그 어려운 일을 두 번이나 해낸다.

첫 번째 꿀잠은 마르세유 경찰서에서

두 번째 꿀잠은 스페인의 시체스 Sitges 해변에서.

시체스 Sitges 에는 한국의 유명드라마의 배경지가 있었는데 굳이 그 배경지를 찾지 않아도 곳곳이 푸른 하늘 배경으로 펼쳐진 이쁜 하얀 벽들이 빛났다. 이곳저곳 기웃하면서 어디를 찍어도 그림 같은 풍경에 감탄한다. 모래사장에 앉아 초록사과를 베어문다. 청량한 소리와 파란 하늘, 시체스 Sitges의 바다빛과 정말 잘 어울린다. 해변 모래는 따뜻하고 눈을 뜰 수 없이 강렬한 햇살이 내린다. 오전에 산츠역에서 그라나다행 티켓을 구매해서 마음이 놓였나 보다. 유레일패스는 이동하기 좋은 시간대는 오래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온라인으로 예약이 되지 않아서 현장에 가서 구매해야 한다. 현장에도 없으면 어쩔 수 없이 가능한 날짜까지 그 도시에 머물러야 한다. 고민한 일을 해결하고 바르셀로나에서 한 시간 동안 버스로 이동했더니 졸음이 솔솔 밀려온다.

나만의 파라솔(우산)을 멋지게 펼쳐 들고 잠들 준비를 한다.

손수건이 어디 있더라. 매일 들고 다니는데 오늘은 두고 나왔네~ 우산을 챙기면서 비옷을 만지작 거리기만 한 게 아쉽다. 앞으로 비옷은 꼭 들고 다녀야지. 깔개보다 유용하다.

비옷은 깔개, 비 막음, 추위에도 외투기능을 해서 여행기간에 유용했다. 어제 비 온 후, 날이 선선해져서 추웠는데 비옷을 입으니까 든든했다.

눈에 띄는 지도. 아하. 폰배터리 없으면 사용하려고 챙겨 온 종이 지도.

 자, 이제 드러누울 준비 완료.

배낭(중요물품을 깔고 자면 되니까)을 평평하게 만들고 종이지도를 깔아놓으니 몸에 딱 맞다.

팔은 팔토시로, 얼굴은 모자로, 가리고 양산을 덮으니 세상에 미니 파라솔 속 세상은 꿀이다.

기본 좋게 내리쬐는 햇살을 맞으며 눈을 감는다.

얼마나 잤을까. 아차차 시에스타(스페인의 낮잠시간). 그들이 시에스타로 식당을 닫으면 난 빈속으로 이곳을 떠나야 한다. 낮잠의 달콤함과 기분 좋은 점심을 비교하다가 점심에 손들어주고 해산물을 먹기로 결정한다. 사과 한 개를 다 먹어서 배가 고프지 않지만 이 멋진 곳에서 해산물을 생략한다면 너무 아쉽잖아.

모래를 툴툴 털고(그러면 좋겠지만 현실에서는 엄청난 시간이 필요했다. 모래는 털어도 털어도 계속 나온다)

낮잠 자느라 태닝 된 발목이 마치 때가 낀 것 같다. 모래 때문에 선크림이 골고루 발라지지 않은 까닭이다.

뭘 먹지? 해변에 줄 서 있는 10여 개 레스토랑의 테이블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테이블 위에 올라온 엔초비(멸치)가 맛있어 보이지만 처음 위치한 식당은 패스~. 초입의 식당들은 비싸다는 게 나만의 공식이다.

상그리아, 스크램블 에그, 각종 샐러드가 맛있어 보이지만 해산물이 눈에 띄는 곳은 없다.

그래 그렇지. 원칙은 깨라고 있는 거니까. 첫 번째 식당으로 돌아간다. 메뉴판을 보며 식탁 위에 올라온 음식접시가 엔초비(멸치)가 맞는지 물어본다.

구운 엔초비는 혼자 먹기에 양이 많을 거라고 튀긴 엔초비 9유로는 어떠냐고 추천한다. 튀기면 대부분의 음식은 맛있지만 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려면 Grilled 구이가 답이라고 생각해서 구이를 달라고 한다. 신선한 해산물 특히 이곳 정통 음식인 엔초비가 궁금했다. 어떤 맛일까? 최고의 음식으로 친다던데.

이미 가격이 13유로나 되었지만 음료를 시키는 게 기본이라 점원의 콜라 추천을 거절할 수가 없다.

콜라가 3.5유로라고 친절히 알려준다. 엔초비와 콜라는 최고의 선택이라는 걸 곧 알 수 있었다.

구운 엔초비가 한 접시 가득 나왔는데 레몬 살짝 뿌려서 머리와 꼬리만 빼고 몽땅 먹어치운다. 직원은 놀랐을 거야. 동양에서 온 작은 체구의 여자가 혼자 한 접시를 싹 치우다니 큰 얼음덩어리와 함께 준 콜라를 거의 원샷을 한다. 콜라는 매워서 잘 먹지 않는데 얼마나 맛있었으면 다 마셨겠나. 세상에나, 평생 처음 있는 일이다.

판 콘 토마테가 생각나서 주문하는데 예상과 다르게 판 콘 토마테는 저렴하다. 3.5유로인데 빵이 6개나 나오고, 호안미로 미술관과 다르게 겉이 바삭하고 안이 부드럽고 따뜻하다. 싹 다 먹어 치운다. 배가 고프지 않았던 게 정녕 진실이었을까? 뱃속의 수용성에 대해 놀란다.

이 가격에 이렇게 행복하게 먹다니 기뻤다. 물론 기본 메인메뉴가 고가여서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훌륭한 식사라서 만족한다. 사실 옆 테이블의 여사님이 먹는 샐러드가 먹고 싶지만 그럼 너무 양도 많고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충분히 먹겠구나 싶어서 눈으로 찜 콕한다. 빨간 딸기 각종 샐러드 위에 올려있는 동그란 것. 그게 궁금했는데 메뉴판을 보니 염소치즈 란다. 다음에 염소치즈 샐러드를 먹어야지, 생각하는데 그라나다에서 먹게 된다. 우연히 만난 알함브라 호텔 식당에서…. 그 또한 행복했다.

**지금 메뉴판을 보니 내가 먹은 건 사르딘(정어리)이었다.



햇빛이 건물 내부에 흠뻑 들어오는 오후의 사그라다 파밀리에를 만나기 위해 시체스 Sitges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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